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한 영국인의 죽음

딸기21 2006. 4. 1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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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4월, 미국의 이라크전쟁이 한창이던 때 외신에는 `작은' 기사 하나가 실렸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 라파의 난민촌에서 구호활동을 하던 평화운동가가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았다는 내용이었다.

국내언론은 물론이고 외신들의 눈길도 온통 이라크 전쟁에 쏠려있었던 시점인지라, 한 평화운동가의 피격 소식은 거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감시'의 눈길이 소홀해진 틈을 타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때려 부쉈고, 심지어 한 외국인 활동가를 굴삭기로 흙과 함께 `떠내는' 일까지 있었다. 그 얼마 전에 이스라엘군은 구호활동을 벌이던 유엔 직원의 등에 총을 쏴 살해하기도 했었다. 이스라엘의 로비능력이야 세계가 알아주는 바이지만 미국이나 영국같은 `서방 선진국'들이 크게 항의하지 않고 넘어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이라크 전쟁 도중 팔레스타인에서 숨진 평화운동가는 당시 22세였던 톰 헌덜이라는 청년이다. 그는 머리에 총격을 받고 중태에 빠진 뒤 9개월 만에 숨졌다. 누가 보기에도 `실수'가 아닌 `사살'이라고 밖에는 하기 힘든 정황이었다. 지난 10일 영국 런던 세인트 팬크러스 검시 법원의 배심원들은 3년여가 지나서 `이스라엘 군이 의도적으로 헌덜을 사살했다"고 평결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헌덜이 피격되기 닷새 전 쓴 일기에 "(이스라엘) 군인들의 총격과 독가스 공격을 받았다"며 "총에 맞는 것은 두렵지 않다"는 내용을 적었다고 보도했다. 헌덜은 모래톱에서 놀던 아이들 주변에 총탄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아이들을 구하려다 총에 맞아 숨졌다. 헌덜을 쏘았던 이스라엘군인은 이미 지난해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의 뒤늦은 평결, 그리고 하마스 집권을 이유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원조를 모두 끊겠다는 영국 정부의 결정. 헌덜은 하늘나라에서 총탄 속에 뛰노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괴로워하고 있지 않을까.

 

  200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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