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이슬람 수니-시아파 간 폭력을 피해 집과 고향을 버리고 타지(他地)로 도망치는 ‘국내 난민’이 크게 늘고 있다. 이런 난민들은 주로 자위력이 없는 여성과 아이들로,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 또 다른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CNN 방송이 13일 보도했다.
이라크 이주·복귀부는 지난달 말 3만 명 정도로 집계됐던 국내 난민 숫자가 2주 새에 6만5000명으로 늘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라크 적신월사(이슬람권의 적십자사) 사이드 하키 총재는 “곳곳에서 무장 세력들이 자기네와 종파가 다른 주민들을 위협해 쫓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수니파 무장세력 뿐 아니라 시아파 군·경찰까지도 주민들을 쫓아내는 데에 가담하곤 한다. 바그다드 서쪽 팔루자에 살던 한 여성은 이웃집에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들어와 일가족을 쫓아내는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이런 경우 남성들은 무장 세력에게 잡혀가고 여성과 아이들은 난민이 되어 떠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적신월사를 비롯한 구호기관들과 시아파·수니파 종교단체들이 임시 난민수용소를 만들어놓고 있지만 보건·위생 조건이 열악해 콜레라와 장티푸스가 돌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Shi'ite women register with Red Crescent workers at a refugee camp
near the Iraqi town of Diwaniya, 180 km south of Baghdad, April 11, 2006. / REUTERS
과거 사담 후세인 정권은 북부 쿠르드족 지역에 아랍계 주민들을 억지로 이주시키는 ‘내부 식민(植民)’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숱한 쿠르드족이 고향에서 쫓겨나 난민 신세로 전락했고, 인구 다수를 구성하는 아랍계와 쿠르드족 간 극심한 갈등의 원인이 됐다. 이라크 임시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주·복귀부라는 부서까지 설치했지만, 이제는 새롭게 늘어나는 ‘폭력 피해 난민’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판이 됐다.
이라크에서는 지난 2월22일 북부 시아파 성지 사마라의 유서깊은 모스크가 수니파 공격으로 파괴된 이래 내전을 방불케 하는 종파 간 폭력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13일 밤에도 바그다드 외곽 시아파 거주지역에서 차량폭탄테러가 일어나 15명이 숨졌으며 바쿠바에 있는 시아파 성지가 폭탄공격을 받았다. 일주일 전에는 바그다드 시내 시아파 모스크에서 대규모 자폭테러가 일어나 81명이 숨지고 160여명이 다쳤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시아파들이 수니파 유명 정치인 마무드 알 하셰미를 암살하는 사건이 벌어지는 등, 갈등은 연일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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