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구정은의 '현실지구'

[구정은의 '현실지구'] 중국 경제, 트럼프가 아니라 시진핑이 문제다

딸기21 2025. 2. 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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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중국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게 현금 유동성이 너무 부족해서, 건설회사와 가구 업체들에게 돈을 못 줘 미분양 아파트로 빚을 갚는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제는 지방 정부들이나 공기업들 사이에서도 미납요금이나 부채를 아파트로 지불하는 일이 늘고 있다.

 

일례로 중국 서부 신장의 가스 공급업체는 공기업들이 체납한 약 1억8000만 위안(약 360억원) 어치의 가스 요금을 장차 완공될 아파트 260채로 받기로 했다. 이 아파트 단지는 ‘프랑스식 주거 시설’을 표방하면서 중심 도로에 ‘샹젤리제 거리’라는 이름까지 붙였는데 사업이 예상대로 안 되면서 돈줄이 마른 것이다. 더 희한한 일도 있다. 구이저우 성에서는 지역 경찰서 세 곳이 2012~2015년 안면인식 및 CCTV 모니터링 시스템을 깔았는데 업체에 돈을 못 줬다. 그래서 장비업체가 지역 정부가 운영하는 부동산 개발회사들의 아파트를 받아서 팔았다. 

 

The city skyline is reflected in a pool left on the Jialing river, a tributary of the Yangtze, in Chongqing, China, August 20, 2022. REUTERS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작년 보도를 보면 중국 전역에 지어놓고 입주자를 구하지 못한 빈집이 9000만 채다.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은 작년 말까지 17개월 연속 하락했다. 그래서 미분양 아파트를 돈 대신에 내주는 것이다. 광둥성의 타일 제조회사 모나리자 그룹은 작년부터 건설사들에게서 건설 중이거나 분양 중인 아파트를 지불수단으로 받기 시작했다. 상하이 도시건축디자인이라는 회사는 부동산 개발회사에서 받을 돈을 아파트 115채로 받았다. 조명장비회사 선플라이 인텔리전트는 중국 여러 도시에서 미분양 혹은 미완공 아파트 334채를 인수했다.

 

하지만 빈집은 현금이 아니다. 이론적으로는 채권자가 빚 대신 받은 아파트를 팔아서 원래 받기로 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다. 그러나 아파트를 팔아 현금화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무엇보다 지금은 중국 경기가 전체적으로 가라앉아 있다. 빈집으로 부채를 갚는 일이 늘면 자금경색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WSJ] Trillions in Hidden Debt Drove China’s Growth. Now It Threatens Its Future 

 

중국의 지방정부들은 그동안 부동산 붐에 편승해 거액을 벌었다. 그것이 국내총생산(GDP)을 늘리는 데에도 일조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꺼졌다. 특히 장부에 기입되지 않은 비공식 부채가 많다. 중앙정부가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며, 지방정부들이 마구잡이로 채권을 발행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뒀다. 하지만 지방정부들은 그런 제한을 피해서 지방정부자금조달(地方政府融资平台, LGFV)이라는 방식으로 돈을 끌어다 썼다. 쉽게 설명하면 개발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지방정부가 기업들을 만들어서 돈을 빌리는 것이다. 실제로는 지방정부 빚이지만 부채가 지방정부 재정에 기입되지 않고 LGFV 장부에만 적힌다. 그러면 차입 한도를 피해서 빚을 낼 수 있다. 그 돈으로 개발계획들을 방만하게 추진하다가 빚더미에 앉게 된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비공식 부채 규모가 7조~11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 중앙정부 부채가 2023년 4조달러 대였는데 그 두 배다. 지방정부의 비공식 부채 가운데 8천억 달러 정도는 부채가 채무불이행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경제를 분석하는 미국 민간 싱크탱크 로듐그룹이 2023년 조사한 2900여 개의 LGFV 중 단기 부채와 이자를 지급할 수 있을 정도로 현금을 가진 것은 5분의 1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LGFV끼리 돌려막기를 많이 해온 것도 문제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분석한 류저우라는 도시의 사례를 보면 한 LGFV가 2022년에 13개의 다른 국유 기업으로부터 보증을 받았다. 이렇게 사슬처럼 엮여 있으니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란푸안 중국 재정부 장관은 지방정부 부채를 해결할 수 있도록 1조2,000억 위안(약 240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전부 살려줄 수는 없다. 도덕적 해이를 부를 게 뻔하기 때문이다. 류저우 시의 경우 부실 사업 중에 경전철 프로젝트가 있었다. 중앙정부는 결국 이 프로젝트를 승인하지 않고 사실상 파산시켰다. 중국 재무부가 류저우시 부채 문제를 공개 비판한 뒤에 시 지도부와 LGFV 경영진이 줄줄이 체포된 것은 부실경영을 단죄하겠다는 베이징의 의지로 읽혔다.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반등하지 못한 채 계속 주춤거렸고 부동산 위기는 장기화되고 있다. 소비가 줄고 기업과 소비자 신뢰는 모두 떨어졌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대대적인 대책을 내놨다. 금리를 내리고 은행 지급준비율도 낮췄다. 10조 위안, 한국 돈으로 2,000조 원 육박하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로이터] China's growth seen slowing to 4.5% in 2025 as US tariffs bite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지난해 말 “경제성장률이 5% 안팎을 기록했다”며 고무적인 소식이라 자찬했다. 그러고 열흘도 지나지 않아, 경제성장률에 ‘의혹’을 제기한 분석가가 당국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성장률 수치를 대놓고 조작하지는 않아도 5%라는 수치가 나오게 하려고 정부가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는 분석이 많다. 덤핑 수출, 물량 밀어내기 얘기가 늘 나온다. 로듐은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실제론 2.8% 선이었을 것으로 추산한다.

 

Construction workers are busy at the Shuangyumen Bridge at Ningbo Zhoushan Port in East China's Zhejiang Province on April 16, 2024. Photo: cnsphoto

 

중국 주요 지역들은 올해에도 상향된 성장 목표치들을 줄줄이 발표했다. 저장성 닝보, 후난성 창사, 랴오닝성 다롄 등은 올 경제성장 목표를 5.5% 이상으로 잡았다. 하이난성 싼야는 6.5%, 후베이성 우한은 6%를 예상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과 기대감을 반영한다고 보도했다. 사실일까? 중국의 경제전략을 가늠해볼 수 있는 것이 연말에 열리는 중앙 경제공작회의다. 지난해 12월 11~12일 중앙 경제공작회의에서는 지역별로 전략 실행을 강화할 것, 경제적으로 발전한 지역들과 혁신 역량이 있는 지역들이 강점을 극대화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고 나서 그나마 경제가 잘 돌아가는 지역들을 중심으로 낙관적인 목표치들이 제시된 것이었다. 하지만 중국 내 경제규모 1위인 광둥성조차 2023~2024년 2년 연속으로 성장 목표치에 못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건설 분야가 올해에는 좀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는 물론 있다. 올해 예정된 신규착공은 최고 수준일 때에 비해 70% 줄었다고 한다. 민간 투자는 여전히 부진하겠지만 정부가 지출을 늘릴 것 같다. 특별국채 3조위안 어치를 발행한다고 한다. 재정적자 목표치를 2024년 초에는 3%로 잡았는데 올해엔 4%로 상향조정할 거라는 추측도 나온다. 정부가 돈을 더 풀어서 경기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가계소비를 늘리기 위해 내구성 소비재에 대해 보상판매 보조금을 늘리는 것이 한 수단인 듯하다. 작년에는 가전제품과 자동차 판매를 늘리려고 보상판매에 보조금을 많이 준 덕에 11월 소비가 반짝 증가했했다. 올해에도 이런 프로그램들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Rhodium Group] After the Fall: China’s Economy in 2025

 

수출 중심인 중국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다들 지적하는데, 작년 시진핑 정권은 그런 방향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3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뒤에 외국 분석가들은 ‘성장률 숫자 맞추기’에 초점을 둔 수출 주도형 경제를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혹평했었다. 민주주의를 유보해둔 채 계속 성장률을 내세워 주민들을 통제하려면 수출에 올인할 수 밖에 없다. 그 정도가 지나쳐서 이제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가 중국산 덤핑과 싸우는 형국이 돼버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의 무역 갈등이라는 악재가 기다리고 있는 지금, 당장은 트럼프가 중국을 향해 쏟아내는 말들에 관심이 쏠릴 것이다. 그러고 나면 결국은 중국이 경제 구조를 바꾸려는 의지가 있는지, 세계가 시진핑의 입을 쳐다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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