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엔 너무 큰 슬픔이 어려 있어서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직도 골목골목 건물에 남아 있는 총탄 자국.
세르비아계는 이 도시 주민들을 봉쇄하고 저격수들을 풀었다.
곳곳에 제노사이드 추모관, 추모 전시회.
봉쇄 기간 음식물을 도시로 들여오던 '희망 터널'. 투어는 하지 않았지만.
어린이 전쟁기념관에 가봤다.
많이 울었다. 지금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물건도 전시해놓고 있었다.
위 사진... 제목이 '내 엄마의 아이'다.
전시 성폭행으로 태어난 아이, 지금은 어른이 된 아이의 기록.
나는 죄의 아이가 아니다, 내 엄마의 아이일 뿐이다.... 이거 보면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다음은, 스레브레니차 학살 전시회.
마음이 부대껴서 보기가 힘들었다.
하루는 석양 무렵 언덕으로 올라갔다. 묘지 언덕으로.
모두의 사망 시기가 비슷한 무덤들.
나와 같은 나이의 청년이 저기 묻혀 있다.
이제 30년이 지났으니 좀 잊혀지지 않았을까,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했었다.
건물의 총탄자국 같은 것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지지 않았을까 했었다.
나와 동갑인 저 사람이 죽었던 그때 나는 대학생이었다. 대학시절의 기억은 내게 아직도 생생하다.
30년, 길다 하면 길고 짧다 하면 짧은 세월이다. 상처가 아물고 기억이 퇴색하기엔 너무 짧은 세월이다.
그 참담한 과거를 어떻게 이들이 잊었겠는가. 생각해보니 나도 참 멍청했다.
시간을 과대평가했고 아픔의 무게를 과소평가했다.
사라예보에서는 어디서든 묘지를 볼 수 있다. 길모퉁이를 돌면 추모 명판이 나오고, 묘지가 나온다.
어떻게 잊는다는 말인가.
그런데 그들은 틈만 나면 다시 준동하려 하고...
기념품 가게에서 이런 기념품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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