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다시 세계 곳곳에서 폭발적으로 번지고 있다고.
대체 언제 끝날까...
16일까지 세계 감염자가 1억4000만명, 사망자 300만명에 이른다. 작년 말 백신들의 임상 성과가 잇달아 발표되고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접종이 시작되면서 희망이 싹트는 듯했으나, 최근 다시 번지면서 ‘4차 유행’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인도, 브라질 상황이 심각하다. 미국이 사망자와 감염자 모두 가장 많고 그 다음 인도 브라질 프랑스 순서인데… 인도의 누적 감염자는 1400만명이 넘고 사망자는 17만여명이다. 15일 인도 당국은 하루에만 20만명이 확진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가 번지기 시작된 이래 한 나라에서 하루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확진받은 것은 처음이다. 작년 9월 인도에서 대규모로 퍼진 이후에 좀 잦아드는가 싶더니 지난달부터 다시 폭증하고 있다.
-갑자기 왜 다시 많아진 건가.
감염자 대부분은 무증상이지만 5~10%는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보건 전문가들은 혹시 바이러스 변종과 관계가 있는 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인도에서 채취된 코로나19 바이러스 샘플 중에 변종이 발견됐다. 대부분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브라질 변이, 영국 변이 바이러스였다. 그런데 인도 샘플 중에 이중 변이도 확인됐다. 유전자 염기서열 두 군데에서 변이가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당국은 환자가 급증하는 것이 변이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경각심이 부족한 게 근본적인 원인일 수 있다. 인도 북부에서는 수만 명이 마스크 없이 힌두교 성지순례를 계속하고 있고, 또 이달 들어 여러 주에서 선거가 있어서 유세가 많았다. 주로 선거가 있는 주들에서 환자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번지는 상황에도 아랑곳 없이 정치유세를 계속한 대표적인 인물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다. 모디 정부는 지난해 5월 바이러스가 마구잡이로 번질 때에도 잠시 봉쇄를 했다가 "경제를 살려야 한다"면서 이동제한을 이내 완화했고, 섣부른 조치라는 비난을 받았다. 하루 20만명이 감염되는 지금도 전국적인 이동 제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다만 주요 도시들은 자체적으로 외출 금지령을 내렸다. 뉴델리는 주말 동안 외출을 못하게 하면서 강력한 통제를 하고 있고, 경제 중심지인 뭄바이는 주중 내내 이동제한령을 내렸다.
-인도는 코로나19 백신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인데, 접종은 하지 않고 있나.
인도는 제너릭 약품을 많이 생산하는 제약 대국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주요 생산기지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백신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세럼 인스티튜트가 인도에 있고, 이 회사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생산뿐 아니라 개발에도 참여하면서 자체적으로 백신을 만들어 공급한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1억1000만회분을 접종했으며 2차 접종까지 모두 받은 사람은 140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인구가 14억명이니, 이 정도로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같은 외국 회사 백신들은 아직 승인도 받지 못했다. 행정절차가 느린 탓이다. 16일 더타임스오브인디아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이제야 ‘패스트트랙’을 만들어서 외국 백신의 승인을 사흘 안에 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도는 의료붕괴는 물론이고 사회적 혼란과 고통이 극심하다. 환자가 폭증하면서, 병상이 부족해 아우성이다. 서부 도시 아메다바드에서는 병상이 모자라 앰뷸런스들이 환자를 실은 채 100대씩 병원 밖에 줄 서 있는 형편이라고. 묘지도 모자라는 실정이다.
[구정은의 ‘수상한 GPS’]‘코로나 구세주’? 제약회사 길리어드의 어두운 그림자
인도에서는 심지어 코로나19 치료제 암시장까지 생겨나고 있다.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의 렘데시버는 원래 에볼라 치료제로 만들었는데 코로나19에 효과 있어서 치료제로 널리 쓰인다.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개발된 토실리주맙도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서 복용해야 하는 약들이다. BBC 보도를 보면 이런 약들을 구한다며 암시장 찾는 인도인들이 늘었다. 렘데시버는 인도에서 많이 생산되는데 당국이 확진자가 급증하자 수출을 제한했다. 그런데 인도 안에서도 못 구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암시장이 생겨난 것이다.
-아시아 다른 나라들 상황은.
인도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가 병상 모자라는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필리핀과 태국에서도 한달 새 환자가 늘면서 병상이 부족해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필리핀은 누적 확진자가 27만명인데 한달 사이에 30%가 늘었다. 태국은 아직 누적 확진자가 3만7000명 정도다. 이례적으로 적은 수준인데 15일 하루에만 1500여명이 확진을 받았다. 캄보디아는 확진자가 이제 겨우 5000여명이니, 진단검사를 거의 하지 못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이곳도 감염자가 늘고 있어서 15일 수도 프놈펜 일대에 록다운이 시작됐다. 인도와 붙어 있는 방글라데시는 누적 감염자가 70만명에 이르며 하루 7000명씩 확진자가 늘고 있다.
[로이터] Hospitals run short of beds as Asia's COVID-19 cases surge
-브라질에서는 하루 사망자가 3000명에 이른다고.
누적 감염자 1400만, 사망자 37만명. 최근 며칠 동안 하루 3000명씩 목숨을 잃고 있다. 병상과 치료제가 모두 모자라 중증 감염자들 중에 사망하는 이들이 많다.
코로나19 사망자의 4분의1이 상파울루주에서 나왔는데, 상파울루는 그나마 브라질에서 가장 부유하고 인프라도 양호한 지역이다. 그런데도 근육이완제나 진정제 같은 기초적인 의약품이 모자란다. 주 정부가 연방 보건부에 13일 서한을 보내서 의약품을 공급해달라고 호소했다. 주 정부는 “9차례나 요청했는데 지금껏 다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브라질의 의료현실인 것이다.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는 코로나19 중증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약들이 다 떨어지니, 병원이 재난의 현장이 돼버렸다. 현지 언론 풀랴지상파울루는 최근 북서부 도시 포르투벨류의 병원에 진정제가 없어 집중치료실에서 중환자의 팔을 병상에 묶어두고 치료를 하는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했다.
-보우소나루 정부의 실책이 재앙으로 이어진 셈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시했고, 방역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말라리아약을 치료제로 밀고, 백신 불신론을 퍼뜨렸다. 국제 의료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MSF)는 브라질 상황을 조사한 뒤 14일 성명을 내고 “당국이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둔 방역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보건시스템은 붕괴로 치닫고 있고, “a permanent state of mourning” 상태가 됐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인도적 재난사태’가 됐다고 규정했다. 보우소나루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팬데믹 상황에서 대통령이 국가를 재난으로 밀어넣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
[구정은의 '수상한 GPS'] 트럼프, 보우소나루... 코로나 걸린 정상들
보우소나루는 결국 궁지에 몰렸다. 지난달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루이스 이냐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에 대한 부패죄 판결을 무효화했다. 정치적 족쇄가 풀린 룰라는 이틀 뒤인 10일 상파울루 교외에서 연설하면서 “보우소나루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맹공격했다. 13일에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으면서 보우소나루의 반과학적인 태도와 대비시켰고, 며칠 뒤 미국 CNN방송과 인터뷰를 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세계 방역과 백신 공급을 조율하기 위한 ‘코로나19 서밋’을 열라고 촉구했다.
연방의회는 보우소나루 정부의 팬데믹 대응 과정을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보우소나루 정부는 월권이라며 반발했으나, 지난 14일 연방대법원은 "상원에 조사할 권한이 있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보우소나루는 그날도 지지자들을 만나서 “나는 아무도 위협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는 사이에 브라질 보건연구소 Fiocruz는 브라질 변이로 불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P1 변이가 사람들에게 더욱 위험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브라질과 라틴아메리카 일대에 번지고 있는 변이다.
-문제는 개도국일수록 백신 공급에서도 밀린다는 것이다.
인구 대비 접종자 비율을 살펴보면 인구가 아주 적은 소국들을 제외하고 이스라엘(54%), 바레인(28%), 칠레(26%), 미국(23%), 아랍에미리트연합(22%) 등의 순이다. 미국은 이미 성인 기준으로 보면 절반이 1번 이상 접종을 받았고 2차 접종까지 끝난 사람이 30%를 넘었다고 CNN이 15일 보도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14일 글로벌 백신 제조사들에게 부국과 개도국들 간 백신 공급 격차를 줄이는 데에 힘써달라고 호소했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지난달에도 회원국들에게 백신 수출제한을 풀고 통관 절차를 줄여달라고 했었다.
-백신을 3번 맞아야 할 지 모른다는 뉴스도 나왔다.
백신 공급 격차와 함께, 또 다른 문제는 안전성과 효과다. 아스트라제네카백신은 혈전 만든다는 우려 때문에 몇몇 나라에서 접종이 중단된 바 있다. J&J(얀센) 백신도 혈전 우려 때문에 미국 보건당국이 접종을 중단할 지를 검토해서 23일 결정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연관성이 낮다고 하지만 불신과 음모론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최고경영자(CEO) 앨버트 불라가 15일 CNBC에 출연해 “2차 접종 뒤 1년 안에 한번 더 접종을 받아야 면역을 완전히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차 접종 뒤 6개월이 지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안전성 걱정은 없고, 영국 변이와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딸기가 보는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어컨 있는 집 80%, 저소득층은 20% (0) | 2021.07.28 |
---|---|
흑해에 꽂은 미국의 칼... 바이든식 '근육 자랑', 줄 서는 나라들 (0) | 2021.07.12 |
'니뇨 코비드', 마스크 산타…1살 아기의 '코로나 성탄절' (0) | 2020.12.16 |
"임기 내 미군 철수" 밀어붙이는 트럼프 (0) | 2020.11.17 |
세계 5000만명, 미국 1000만명...바이든 "나는 코로나 총사령관" (0) | 2020.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