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전격 인하하는 등 각국이 코로나19 경제위기를 피하기 위해 금리 인하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장해온 ‘기업인용 돈풀기’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당장의 살림살이와 일자리다. 재정건전성에 목매달기보다 일단은 돈을 풀어 사람들이 버틸 수 있게 하고, 증시가 아닌 슈퍼마켓의 패닉을 줄이려는 제안과 정책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 12일 176억호주달러, 우리 돈으로 약 13조4000억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그 중 67억달러는 노동자들 임금과 연동해 현금으로 지급한다. 이달 말부터 저소득층 600만명 이상에게 750달러(약 57만원)씩 주게 된다. 재무부는 정부가 1달러를 풀면 시장에서는 150% 즉 1.5달러의 효과를 낸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시민들에게 돈을 쥐어줘 내수가 완전히 얼어붙지 않게 하면서 경기가 회복될 시간을 벌려 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의 털시 개버드 하원의원은 13일 미국인 모두에게 월 1000달러(약 123만원)를 주는 코로나19 비상 경기부양 결의안을 내놨다. 개버드 의원은 “코로나 팬데믹(유행병)이 미국인들의 건강과 경제적 안정을 위협하는데 워싱턴은 월가에만 신경쓰고 국민들은 뒷전”이라며 “모든 미국인을 돌봐야 침체기를 맞은 경제에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 칸나, 팀 라이언 등 민주당의 다른 의원들도 긴급 소득세반환법을 제안했다. 1년에 6만5000달러를 못 버는 미국인들 가운데 하위 3분의1 정도에게 1000~6000달러를 주는 방안이다.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트위터에 잇달아 글을 올리며 전국민에게 돈을 주는 방안을 지지했다. 월가가 아니라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누리엘 교수는 ‘헬리콥터 돈 뿌리기’가 이런 상황에서는 혹독한 침체를 누그러뜨릴 최선의 방법이라며 “모든 미국인에게 1000달러씩 주는 것은 노동자뿐 아니라 아이들, 소득 없는 배우자들, 실직자들, 임시직과 미등록 노동자들, 소상공인과 시급 노동자들, 은퇴자들 모두를 돕는 길”이라고 적었다. 여기에 들어갈 3500억달러는 연준의 통화정책보다 훨씬 효과가 클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18일 싱가포르 정부는 40억싱가포르달러(S$)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정부 주도 연기금인 중앙적립기금(CPF)을 통해 13억S$를 지원, 기업들이 일자리를 줄이거나 임금을 깎지 않게 하는 게 핵심이었다. 노동자 1명이 7월말까지 월 3600S$, 약 312만원을 지원받는 효과가 있다. 싱가포르는 2013년부터 ‘임금신용계획’이라는 예산 항목을 책정해 임금인상의 일부를 정부가 보장해주고 있다. 지난해 임금인상분 4000S$가 이렇게 달성됐는데 이를 5000S$로 올리기로 했다. 채널뉴스아시아 등은 코로나19 경기부양책에 따라 총 11억S$가 월급 인상에 투입될 것이고, 70만명 넘는 노동자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은행 경제전문가 우고 젠틸리니도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기고에서 국민들에게 직접 돈을 주는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이전의 여러 사례들에서, 아프리카의 경우 1달러를 주민에게 줬을 때 1.27~2.60달러의 파급효과를 냈다. 미국에서는 현금지급과 비슷한 바우처 프로그램에서 1달러를 통해 1.79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 젠틸리니는 “현금을 뿌리면 인플레이션을 부른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실제 사례분석에서 그런 부작용은 적었다”며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등이 현금 지급 성격의 경기부양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돈을 푸는 방식은 이른바 ‘보편적 기본소득’이 될 수도 있고, 다른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실직자 지원금이나 위험보조수당일 수도 있고 빈곤경감 프로그램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젠틸리니는 “코로나바이러스를 계기로, 각국 정책입안자들은 현금을 내줌으로써 소비를 자극하는 새 접근법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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