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억명. 지구 상 78억 인구 가운데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발이 묶인 사람들 숫자다. 세계 사람 3명 중 1명은 감염증 때문에 이동 제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사스와 신종플루 등 글로벌 전염병이 21세기 들어 수 차례 세계를 휩쓸고 지나갔지만, 코로나19가 세계에 던진 파장은 어떤 전염병보다 크다. 사스보다 전파 범위가 넓고 신종플루보다 치명율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 감염증은 세계 곳곳에서 ‘봉쇄(lockdown)’를 ‘뉴노멀’로 만들고 있다.
13억5000만명이 거주하는 인구대국 인도는 25일(현지시간) 0시부터 전국이 봉쇄에 들어갔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전날 성명과 TV연설 등을 통해 “인도와 인도인들을 구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금지령을 내린다”면서 “앞으로 21일 동안 모든 주, 모든 직할령, 모든 지구, 모든 마을, 모든 지역단위를 봉쇄한다”고 밝혔다.
모디 총리는 전국 봉쇄가 세계 수십개국이 겪고 있는 감염증 충격을 피할 “필수적인 단계”라고 했다. 24일 기준으로 인도의 코로나19 감염자수는 500명대이고 사망자는 10명뿐이다. 하지만 인구 수와 의료현실 등을 감안했을 때 실제 감염자는 훨씬 많을 수 있다.
파키스탄도 주민 수가 가장 많은 펀자브주와 신드주에 봉쇄령을 내렸다. 두 지역 주민을 합하면 1억6000만명에 이른다. 파키스탄은 국경을 맞댄 이란에 지난달 코로나19가 퍼진 이후 감염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현재 감염자가 1000명에 이른다. 대도시와 남부 지역은 그나마 감염자를 조사라도 할 수 있지만 아프가니스탄과 이어진 산악지대는 상황 파악조차 불가능하다. 2016년 유엔과 국제 의료단체들이 들어가 소아마비 백신 접종 캠페인을 하자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들이 공격하며 접종을 막은 적도 있었다.
인구 1억6500만명의 방글라데시도 전국이 멈췄다. 다카트리뷴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정부는 23일 열흘 간의 전국 ‘셧다운’을 결정한 데 이어, 24일에는 철도와 도로, 항공과 수상교통 등 모든 교통수단에 운행금지령을 내렸다. 전국 봉쇄는 다음달 4일까지 이어진다. 26일은 독립기념일인데, 바이러스가 퍼지는 걸 막기 위해 다음달 4일까지 공휴일을 확대했다. 네팔도 국가 봉쇄령을 내렸다. 24일부터 네팔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대중교통 운영마저 중단됐으며 학교도 문을 닫고 주민들 외출도 금지됐다. 스리랑카는 지난 주말부터 전국에서 주민 통행을 막고 있다.
유럽은 전국민 이동통제가 가장 먼저 시작된 지역이다. 인구 6000만명의 이탈리아가 북부 산업지대를 중심으로 감염증이 급속 확산되자 지난 9일 세계 최초로 ‘전국 봉쇄’에 들어갔다. 21일에는 의료·금융·통신 등을 제외한 산업을 사실상 멈추게 했다. 24일까지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는 7만명, 사망자 7000명에 육박한다.
이어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 스위스, 영국 등이 잇달아 이탈리아처럼 전국에 이동금지령을 내렸다. 먹을 것과 약품 같은 필수품을 사러 가는 것이 아니면 돌아다니지 못하게 했다. 독일의 경우 국경만 통제했을 뿐 전국 봉쇄는 하지 않았으나 1100만명이 사는 바이에른주 등이 주민 이동을 막고 있다.
남미에선 2억1000만명의 인구를 가진 브라질을 비롯해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 볼리비아가 전국 이동통제에 들어갔다. 중동·북아프리카에서는 요르단과 레바논, 이스라엘, 튀니지, 모로코 등이 이동금지령을 내렸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가 주민들 외출을 막고 있고, 뉴질랜드도 25일 밤 이동금지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아프리카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23일 3주 간의 봉쇄령을 발동했다. 미국은 전국 이동통제는 아니지만 자택대피령을 내린 주들이 많다. 전체 인구의 절반인 1억6000만명이 자택대피령 대상이다.
중국은 반대다. 우한(武漢)은 아직 봉쇄가 완전히 풀리지 않았으나, 후베이성은 25일부터 이동금지가 해제됐다. 우한을 뺀 나머지 5000만명의 후베이성 주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이날 자정부터 후베이성 기차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우한의 봉쇄는 다음달 8일 자정부터 풀린다. 하지만 중국이 멈췄던 경제를 재가동하기 위해 공장들을 급히 돌리기 시작한데다 해외 역유입이 시작된 단계여서, 자칫 제2의 확산을 부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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