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헬리콥터 드롭' 나선 트럼프...코로나19 위기에 현금 푸는 정부들

딸기21 2020. 3. 1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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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경제대책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 EPA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1조달러, 약 124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진보적인 경제학자들과 기본소득 주창자들이 요구해온 ‘1000달러씩 지급’도 경기부양 방안에 포함시켰다. 호주, 싱가포르 등이 이미 시작한 현금 풀기에 미국도 나선 것이다. 이례적인 감염증 재난 상황을 맞아 경기를 살리려고 시민들에게 직접 돈을 주는 정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의회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경기부양책에 관해 설명한 뒤 기자들과 만나 “1조 달러를 투입할 제안을 테이블에 올려놨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정부가 제안한 부양책 규모는 8500억달러로 알려졌으나, 블룸버그통신 등은 세금 납부기간을 늦춰주는 데 따른 재정부담까지 합치면 총 1조2000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현금지급 방안이다. 므누신 장관은 “미국인들은 지금 현금이 필요하고, 대통령도 현금을 주고 싶어한다”면서 지급 시기는 “2주 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털시 개버드 하원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미국인 모두에게 월 1000달러, 약 123만원을 주는 비상 경기부양 결의안을 제출했다. 유명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도 국민들에게 현금을 줘서 소비가 얼어붙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므누신 장관의 발언으로 봤을 때 백악관이 선호하는 것은 민주당 의원들이 주장한 재난 기본소득 성격의 정기적인 급여보다는 일회성 현금지급으로 예상된다. 금액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1000달러 이상이 될 것이며, 부유층은 제외한다고 했다. 일정 소득 이하의 시민들에게 돈을 주는 방식이라는 얘기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치먼드의 쇼핑몰 주차장이 17일(현지시간) 텅 비어 있다.  리치먼드 AFP연합뉴스

 

앞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전시에 공중에서 구호품을 뿌리듯 헬리콥터로 현금을 쏟아붓는 상황에 빗대 “헬리콥터 드롭(drop)이 필요하다”고 했다. ‘헬리콥터 머니’라고도 하는 이 방식은 원래는 신자유주의의 태두인 보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1968년 경기를 부양할 ‘최후의 수단’으로 지목했던 것이다. 이미 기준금리가 0%에 가깝다면 금리를 낮춰 시장에 돈이 돌게 하는 방식의 ‘양적 완화’가 한계에 부딪친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확대재정으로 직접 시민들에게 돈을 쥐어주고 소비를 유도할 수밖에 없다. 당장 생활이 곤란해진 사람들을 실질적으로 돕는 효과도 있다.

 

미국이 9·11 테러 여파로 침체됐던 2002년, 훗날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된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이사가 이 표현을 인용했다. 대규모 돈 풀기를 주장한 버냉키에게는 이후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물론이고 글로벌 금융위기 뒷처리를 떠맡은 버락 오바마 정부도 금리를 이용한 양적 완화와 증시 띄우기, 기업 구제금융에 치중했을 뿐 국민들에게 현금을 주지는 않았다. 세계은행 수석 경제학자를 지낸 조지프 스티글리츠 같은 경제학자들은 뒤에 “서민들에게는 혜택이 없이 월가만 살찌웠다”고 오바마 정부 대응을 비판했다.

 

트럼프 정부도 ‘코로나 위기’를 맞아 당초 기업 감세, 시민들의 납세기간 연장과 급여세 전액 반환 같은 부양책을 내놨다. 그러나 세금을 이용한 경기부양은 실제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돈이 더 돌게 하는 승수효과도 적다. 미국에서는 17일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서면서 코로나19 공포증이 전국으로 퍼지고 있고, 여러 주들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정부의 감염증 대응은 연일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방식으로, 가장 빠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현금지급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마스크를 쓴 남성이 생필품을 실은 유모차를 끌고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고 있다. 프랑스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 현재 7730여명에 이르렀다.  파리 신화연합뉴스

 

일본도 국민들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마이니치신문 18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여당은 다음달 마련할 긴급경제대책에 국민 1명씩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현금급부’를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1인당 평균 1만2000엔(약 14만원)을 준 적 있는데, 이번에는 당시를 웃도는 금액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에 일본 정부의 현금지급 총액은 약 2조엔에 달했으나 당시에는 받은 돈을 쓰지 않고 저축하는 사람들이 많아 소비가 늘지 않았다. 그래서 정부와 자민당 내에선 소비로 이어지게끔 연결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스콧 모리슨 총리가 지난 12일 노동자들에게 임금과 연동해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총 67억호주달러를 투입해 이달 말부터 저소득층 600만명 이상에게 750호주달러(약 57만원)씩 준다고 했다. 직업교육 훈련생들과 복지 취약계층에게도 보조금을 준다.

 

싱가포르는 이미 지난달 40억싱가포르달러(S$)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시작해 노동자들 임금이 줄지 않도록 정부 기금을 열었고,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에게는 정부가 매일 100S$씩 지급하고 있다. 비상사태를 선포한 스페인도 코로나19 때문에 해고됐거나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사람들, 주택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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