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침체 조짐이 뚜렷했던 세계 경제가 올들어 코로나19에 강타당했다. 중국의 공장들이 멈추더니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도 감염증 위험지대가 되기 시작했다. 각국은 ‘코로나 침체’를 우려해 인프라 투자 등 경기부양에 돌입했다.
중국, 대규모 인프라 투자
올해 경제성장률 6% 선을 지키려던 중국 지도부의 목표는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1분기 경제성장률에 대해 당초 투자기관들은 2~5.8% 사이를 예상했다. 지금도 중국 내 경제연구소들은 4~5% 수준에서 정체될 것이라는 ‘매우 온건한’ 예상을 내놓고 있음. 그러나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는 -2.0%에서 최악의 경우 -6.5%가 될 수도 있다고 봤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0일(현지시간)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시절 대혼란 이래 처음으로 중국이 0% 혹은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가표준국이 지난 7일 발표한 올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 떨어졌다. 이달 말 해관(관세청)이 올 1~2월 수출데이터를 공개해야 경제 타격과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지도부가 내놓은 대책은 다시 생산에 시동을 걸고 인프라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 등 차세대 인프라를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지방정부들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광둥성은 지역 공중보건과 농촌개발, 주거지 재건축 등 1000억위안 규모의 개발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홍콩도 300억 홍콩달러(약 4조6000억원)를 풀겠다고 했다. 저장성은 철도 노선 100개를 새로 깔고, 재난구호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손볼 계획이다. 그 외에 윈난성, 허난성, 푸젠성 등 7개 지방정부가 지금까지 발표한 올해 주요 투자는 총 2조5000억위안(약 430조원) 규모다.
V자형 반등 목표 “공장을 돌려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10일 감염증이 시작된 후베이성 우한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전염병이 진정되고 있음을 과시하고 ‘중국 경제를 다시 돌린다’는 것을 선언하기 위한 것이었다. 올 1월 중순 이후 사실상 멈춘 생산라인을 돌리기 위해 당국은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상업은행 통계에 따르면 9일 기준으로 전국 143개 산업단지의 60% 이상이 야간가동까지 재개했다. 최악의 침체가 2분기 이후까지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게 목표다. 2003년 사스 유행 뒤 중국 경제는 V자형으로 반등했고 경제에 미친 파장은 적었다. 그때처럼 이 상황도 한때의 짧은 시련으로 지나가게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장가동을 앞당기는 데에 초점을 맞추면 간신히 누그러뜨린 코로나19가 다시 퍼질 수도 있다. 화물수송량이 다시 늘고 있다지만 수출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가장 큰 불안요인은 일자리다. 인민은행은 지난 1일 중소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대출 상환기한을 늘려주고 금리를 낮춘다고 발표했다.
독일 “기업도산 막아야” 재정투입 여전히 소극적
세계 생산공급망 차질로 타격을 입고 있는 독일은 기업 도산을 막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잡았다. 이미 지난해부터 ‘유럽의 경제 엔진이 꺼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던 차였다. 10일 연방 16개 주 경제장관과 회의를 한 페터 알트마이어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공급망 차질 때문에 경제상황이 매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앞서 8일 메르켈 총리는 기독민주·기독사회연합(CDU·CSU)과 사민당 대표들을 만나 코로나19 경제대책을 논의했다. 내년부터 3년 동안 인프라에 124억유로(약 17조원)를 추가로 투자하기로 했고, 기업들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조업단축수당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메르켈 정부는 회의 뒤 성명에서 “독일의 어떤 회사도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파산해선 안 되며 일자리가 없어져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기업들에 단기자금을 지원하고, 세금도 일부 줄여주거나 미뤄주기로 했다. 11일 각료회의에서 경기부양책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재정적자 공포증이 유독 심한 독일은 돈풀기에 너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유럽연합(EU)은 250억 유로(약 34조원)의 기금을 만들어 역내 보건체계를 확충하고 중소기업과 노동자들 지원에 쓰기로 했다. 이탈리아는 75억유로(약 10조원)를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트럼프 “감세”, 연준에 금리인하 또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의회를 찾아가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경기부양책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책은 세금 인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처럼, 세금을 줄여줘야 기업활동과 소비가 늘고 경제가 살아난다는 논리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정부가 근로소득세를 낮춰주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완전 면제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8000억달러(약 950조원)짜리 제안’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제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지는 미지수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11월 대선까지 세금인하를 유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재난 대응이라지만 사실상 선거전략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정부의 감세 계획이 저임금 노동자나 서민들에게는 효과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유급 병가와 긴급 실업보험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글에서 민주당을 비난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를 향해 기준금리를 내리라고 또다시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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