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13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숫자가 12일까지 1300명이 넘었고 확진자는 6만명에 육박한다. 사망자 증가율이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더니, 진단법이 바뀌면서 이날 감염자와 사망자 모두 급증했다.
‘2월 초 진정설’이 돌기도 했으나 현재로선 이 사태가 언제쯤 ‘정점’을 찍고 가라앉기 시작할 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봄이 오면 사그라들 것이라는 기대와, 최소 몇 달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한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통계가 모호하고 불확실한 것이 예측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발원지 우한이 있는 후베이성은 이날 하루에만 감염자 1만4840명, 사망자 242명이 더해졌다. 이전까지 사망자 수와 증가추이를 보면, 1월 내내 사망자 증가율이 매일 20%가 넘었다. 2월 들어서는 전체 사망자 숫자가 늘면서 증가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었고 신규 확진자도 숫자 자체는 늘었지만 증가율은 낮아지는 추세였다.
그러다가 2월 12일 감염자, 사망자 모두 급증했다. 특히 신규 감염자 수는 전날 1638명에 비해 거의 10배가 늘었다. 중국 언론들이 당국의 설명을 인용해 보도한 것으로 보면 감염자 판단 기준을 바꾼 것이 숫자가 늘어난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후베이성 위생건강위원회는 성명에서 ‘임상적으로’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면 이날부터 감염자로 분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추가된 감염자들은 대부분 우한 시내 병원에 있는 환자들이다. 후베이성 위건위 측은 “진료 경험이 쌓임에 따라” 임상 진단 환자들도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하지만 비판이 이어졌다. 중국 내 다른 지역에서는 의심환자와 확진환자로 나눠 환자 수를 집계해왔는데, 후베이성에서만 여기에 ‘임상진단’이라는 분류를 덧붙여 그동안 확진자 수에서 제외해왔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날 급증한 감염자들은 이미 다른 성들 기준으로라면 진작에 확진자 수에 포함됐어야 하는 환자들인 셈이다.
통계상 감염자가 급증한 이유를 놓고 후베이성이나 중국 당국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는 이런 불투명성 때문이다. 진단 방법이 개선되고 우한 지역 병상이 확충되면서 기술적으로 늘어난 것일 수도 있고, 전염병이 다시 번지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다.
2월 하순에 확산세가 꺾이고 3월 한 달 동안 진정국면을 보이다가, 4월 쯤 세계보건기구(WHO)가 ‘상황 통제’를 선언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다. 이날 진단법이 바뀌기 전까지 중국 내 감염자 수가 ‘안정화’되는 추세를 보이자 “전염병 확산이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통계 논란에서 드러났듯이 아직 낙관적으로 보기엔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2일 “이번 발발 사태는 어떤 방향으로든 치달을 수 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설혹 중국 내 확산세가 진정 국면으로 간다 해도, 이미 국경을 넘었기 때문에 세계가 안심하기엔 이르다.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WHO 글로벌 전염병 긴급대응 책임자 데일 피셔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싱가포르의 경우 아직 사태의 초반기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비즈니스 회의를 통해 영국 등으로 코로나19가 퍼진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싱가포르 내 확진자는 50명에 이르며, 최대 은행 DBS 직원이 감염된 것으로 드러나 이 은행 본사가 폐쇄되는 일까지 있었다.
중국 전문가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는 지난달 28일 “일주일에서 열흘 새 정점을 찍을 것”이라 예측했다. 2월 초에 고비를 맞고 확산세가 꺾일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으나, 실제론 다르게 진행됐다. 언제 정점을 찍고 통제에 가닥이 잡힐지 예측할 수 있어야 단계별로 효과적 대응을 할 수 있으며, 이는 질병 대응뿐 아니라 기업들과 각국 정책 입안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다.
가장 큰 난점은 통계의 구멍들이다. 감염자 연령·성별과 상태 등을 중국 당국이 대략적으로만 집계·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세계 보건·경제전문가들이 전염병 통제되는 시점을 예측하려 애쓰고 있으나 근거가 될 통계자료에 구멍이 너무 많다”고 12일 지적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전염병 통계분석 전문가 로빈 톰슨은 로이터에 “확인되지 않은 게 너무 많아서 언제를 정점으로 꺾일 지 말할 수가 없다”고 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월 진정설’을 거론했으나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일반적인 속성상 타당한 예측일 수는 있다. 기온이 낮고 건조할 때에 퍼지기 때문에, ‘봄이 오면’ 호흡기 질환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서 생존할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같은 예외도 있었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사람 간에 쉽게 전염되지 않지만, 통상적인 계절 패턴을 따르지 않았다. 2015년 의료시설을 통한 2차 감염으로 한국에서 대거 퍼진 것도 5월 이후였다. 코로나19는 메르스보다는 계절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바이러스와 더 가깝지만,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에서 2차·3차 감염이 계속된다면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 2002년 11월부터 시작된 사스 확산이 진정돼 WHO가 ‘통제되기 시작했다’고 선언한 것은 2003년 7월이 돼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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