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4%, 5.5%.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대한 투자회사들과 경제전문가들의 예측치다. 세계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중국에 미칠 영향은 곧 세계로도 파급될 수밖에 없다.
항공사들이 중국 연결편들의 운항을 중단하고 폭스콘, 도요타, 스타벅스, 맥도날드, 폭스바겐 등 다국적기업들이 줄줄이 매장을 닫거나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베이징 당국은 춘제(설) 연휴까지 연장했다. 생산과 소비가 일시 둔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얼마나’다. 중국과 세계 경제가 ‘코로나 위축’을 겪을지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린다.
‘사스 영향’ 엇갈린 해석
일각에선 중국의 올 1분기 GDP 성장률이 5.9% 정도가 될 것이라면서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 노무라증권은 지난달 말 신종 코로나 영향력이 2003년 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때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스는 2003년 2분기에 중국 GDP 성장률을 2%포인트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엔 그보다 더 영향이 크다고 본다면, 올 1분기 중국 성장률이 4%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CNBC방송 등에 따르면 2.0%로 뚝 떨어질 수도 있다는 다소 극단적인 예측까지 내놓는 경제학자들도 있었다.
비관적인 시각과 낙관적인 시각 모두 사스 때를 근거로 삼지만 해석은 다소 다르다. 낙관론 쪽에선 “사스 때 중국 경제의 타격이 컸다지만 그 해 2분기에 그쳤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사스 때는 중국 경제가 해마다 10%씩 성장하던 시절이었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온다. 그런가 하면 사스 때와 달리 지금은 중국이 이미 e커머스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시점이어서, 전염병 영향력이 생각보다 적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스 시절에 중국 경제규모는 세계 6위였지만 지금은 2위”라면서 사스 때보다 파급력이 훨씬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문은 “세계 총생산의 5분의1이 중국에서 나오며, 미국 경제의 15%가 중국에 걸려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중국 1분기 성장률 전망을 최근 4.9%로 낮춰 잡았다.
급락 이후 회복 기간은
노무라증권은 중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 때문에 단기적으로 급락한 뒤 V자형 회복을 할 수도 있다고 봤다. 전염병 대응 때문에 일시적으로 내려앉더라도 바로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전염병을 조기에 잡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 현재로서 언제쯤 확산세가 잡힐지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다. 이달 중~하순에 정점에 이르다가 4월 초 쯤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상황 통제’를 선언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예측도 있다. 이 낙관적인 시나리오로 본다 해도 100일 넘게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는 것이 된다.
미국 시티그룹 분석은 “1분기 중국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하며, 회복에도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시티그룹 분석가 류리강은 시장전문 매체 마켓워치에 “중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4.8% 정도로 떨어지고, 올해 전체 성장률은 5.5% 수준으로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도 올해 전체 중국 성장률을 5.9%에서 5.5%로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그동안의 대규모 전염병 사례들로 볼 때 1~3개월 경제활동이 급격히 위축되고 6~9개월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실업률도 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후베이성은 중국 내에서 이주노동자들 많이 들어가 있는 주요 생산지역 중 하나다. 중국 경제분석가 황이핑은 이 신문에 “서비스부문 고용이 5%만 줄어도 2000만명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다음달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2.8% 떨어진 배럴당 50.11달러에 거래돼 나흘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장중 50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물경제 영향에 대한 우려를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최악 상황 아니다”
여러 분석이 오가지만, 최악의 경기 후퇴와는 대체로 선을 긋고 있다. 이미 세계는 10여년 동안 수차례 글로벌 전염병을 겪었다. 확산세가 빠르다 해도, 계절성 독감이나 일반적인 폐렴과 비교해 신종 코로나의 치사율이 높지는 않다. 지금의 ‘과잉 대응’이 지나가고 나면 세계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없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포브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을 지나오며 세계 경제가 ‘그리 나쁘지 않은’ 추세에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한국과 일본의 산업생산이 늘고 있는데다 독일의 고용지표도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설 연휴 뒤 첫 개장일인 3일 중국 증시가 폭락하긴 했으나 미국과 유럽 증시는 지난달 말 폭락에서 일단 반등했다. 투자심리가 신종 코로나에 얼어붙지는 않았다는 뜻일 수 있다.
중국경제 전문가 웨이샹진은 마켓워치에 “중국 성장률이 0.1%포인트 떨어지면 미국·유럽 경제는 0.02%포인트 떨어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설 연휴 때문에 이미 공장들이 생산라인 가동 멈춘 상황에서 잠시 휴업이 연장된 것이고, 중국과 세계 경제 모두에 악재였던 미·중 무역갈등이 진정된 국면이라 최악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 살리기 나선 중국
얼마나 타격을 입고 언제 회복될 지는 중국 정부의 대응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신종 코로나 총력 대응과 동시에 중국 정부는 벌써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소상공인 지원으로부터 시작해, 시중에 돈을 퍼부을 계획이다.
앞서 2일 인민은행은 “3일 시장에 1조2000억위안(약 205조원) 유동성을 투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중국센터 경제학자 조지 매그너스는 BBC에 “중국 정책 입안자들이 경제를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실제 당일 투입된 돈은 그보다는 다소 적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돈 풀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민은행은 중소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은행들에 대출 자금 3000억위안을 지원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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