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델리가 대기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델리의 환경오염이 새로운 뉴스는 아니지만, 10월 말부터 시작된 이번 스모그는 유달리 심각하다. 당국은 학생 500만명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고 차량 운행 2부제 같은 대책을 내놨다.
실시간 대기질지수 자료(aqicn.org)에 따르면 4일 오전 9시(현지시간) 델리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731로 서울(25)의 29배, 베이징(104)의 7배를 기록했다. 전날인 3일에는 대기질지수(AQI)가 1000 가까이 육박하기도 했다. 미세먼지·초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등의 농도를 종합해 측정되는 이 지수는 400이 넘으면 매우 유독한 것으로 분류된다. 회색빛 먼지가 시야를 가려 항공기 900편 가까이가 결항하거나 연착·회항하기도 했다.
극심한 오염 탓에 시 당국은 4일부터 차량 2부제 시행에 들어갔다. 시내에서의 모든 건설작업은 중단됐다. 학교들에는 5일까지 휴교령이 내려졌다.
시 당국이 주민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라면서 “특히 아침과 오후 늦은 시간대에는 야외에서의 신체활동을 피하라”고 권고했으나 시민들의 분노는 당국의 권고보다 강했다. 앞을 내다보기도 힘든 먼지 속에서도 젊은이들은 3일 시내에 나와 대기오염 대책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델리시가 마련중인 대책들이 “오염을 다른 지방으로 이전시킬 것”이라며 지방정부가 반발하는 등 정치적 갈등 조짐까지 일고 있다고 더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델리 시의 수장인 아르빈드 케지리왈 수석장관은 오염이 “참을 수 없는 수준”이며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단계라고 인정했다. 케지리왈 수석장관은 4일 동료 장관들과 ‘카풀’을 해 청사에 나갔고, 마니시 시소디아 부수석장관은 자전거로 출근을 했다.
1900만명이 살아가는 대도시 델리는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다. 차량 배기가스와 건설·산업현장에서 나오는 유해물질들은 연중 내내 델리 시민들을 괴롭힌다. 그러나 해마다 이 무렵이면 주변 농업지역에서 작물을 태울 때 나는 연기와 먼지가 이동해와 대기오염 정도가 급격히 심해진다. 여기에 힌두교 명절 디왈리의 불꽃놀이까지 겹쳐지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농도가 치솟는다. 올해의 디왈리는 지난달 27일이었다. 비가 내려야 오염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데, 오는 7일까지는 비 예보가 없다.
인도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문화유산 타지마할이 있는 우타르프라데시의 오염도 심각하다. 우타르프라데시 주정부는 타지마할의 외벽이 스모그에 변색되는 것을 막기 위해 뉴델리 동남쪽 180km 떨어진 곳에 있는 타지마할 주변에 공기정화 차량을 배치했다.
지난 3월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자의 65%가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에 살고 있다고 발표했다. 인도의 경우 2015년 대기오염으로 110만명이 숨졌다는 통계도 있다.
'딸기가 보는 세상 > 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콩 고등법원 “합법 시위에 복면금지법 적용은 위헌” (0) | 2019.11.18 |
---|---|
뉴질랜드, 내년 세계 최초 '안락사 합법화 국민투표'…시민과 의회의 엇갈린 의견 (0) | 2019.11.14 |
초음속 무인정찰기, 둥펑 신형미사일...'건국 70주년' 중국의 새 무기들은 (0) | 2019.10.14 |
솔로몬제도도 대만과 국교 끊나...대만의 남은 수교국들은? (0) | 2019.09.03 |
홍콩 시위 한창인데...둔황 석굴에 간 시진핑 (0) | 2019.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