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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폐기'하기로 한 '드론 피해 보고서'

딸기21 2019. 3. 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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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기사.


트럼프 정부, CIA 대테러전 도중 사망 민간인 집계 보고서 작성 의무화 폐기…왜? 


미국의 대테러전 공습에 자주 사용되는 무장드론 MQ-9리퍼.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2016년 행정명령으로 시행한 CIA의 대테러전 도중 민간인 피해 보고서 작성 의무화를 폐기한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에는 전쟁지역 외곽에서 대테러전 일환으로 벌이는 전투기·드론 공습의 빈도, 그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 현황이 담겼다. 


드론을 이용한 CIA의 전쟁 이야기가 나온 김에. 


몇 해 전, 오바마 정부 시절에 썼던 글. 


CIA가 군대로? 미국 '군정복합체'의 탄생 


아프간과 이라크를 상대로 한 두 차례 대테러전에서 미국은 압도적인 화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았고, 정규군이 아닌 게릴라 반군들과의 싸움이 지지부진 계속됐지요. 특히 아프간 탈레반이나 이라크 알카에다와의 싸움은 정보전의 성격이 짙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군과 정보기구의 역할이 섞이기 시작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CIA가 군사기구처럼 되어 더 많은 살상에 나서게 된 것은 전쟁을 정리하고 싶어했던 버락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이후라고 합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이던 도널드 럼즈펠드는 ‘군대를 CIA와 비슷하게 만드는 것’, 즉 군의 정보력을 강화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 들어 파네타가 CIA 국장이 된 뒤에는 ‘CIA가 군대처럼 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고 매제티는 말합니다. 


오바마가 부시보다 더 나쁘다거나, 가장 나쁜 미국의 대통령이었다는 게 아니다. 그저 팩트가 그렇다는 거다. 


부시 정부는 전쟁을 일으켰다. 사실 그 전까지 중동은,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전쟁/내전이 많이 일어나거나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같은 테러 공포가 휩쓰는 곳이 아니었다. 오히려 '테러'는 북아일랜드나 스페인같은 곳에서 많이 일어났다. 내전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대량학살도 역시 아시아와 아프리카 혹은 중남미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일어났다. 


그런데 부시의 전쟁으로 중동은 아수라장이 됐다. 오바마는? 국민 지지도 없는 전쟁을 더 하려 해봤자, 돈 떨어져서 더 할 수도 없는 처지가 됐고 철수에 급급. 


그리하여 무책임하게, 자기들이 만들어놓은 진창에서 발을 빼려 했지만 완전히 뺄 수가 없는 일. 더군다나 아프간은 미 의회 승인을 받은 전쟁 상대국이었지만 미국의 동맹인 파키스탄은 그렇지 않았다. 파키스탄에서 전쟁 행위를 할 수 없으니(그리고 돈도 없으니) 선택한 것이, 미군 대신 CIA를 동원해 전투기나 지상군 없이 드론으로 '테러 기지'로 찍은 곳들을 공격하는 것. 이런 작전이 뒤에 예멘, 소말리아로도 확대됐다. 



www.thebureauinvestigates.com 이라는 사이트에 들어가면 미국의 드론 작전 현황을 추적한 그래프를 볼 수 있다. 그 중 파키스탄에서 벌어진 공격.



오바마 시절에 집중적으로 벌어졌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오바마 때만 일어난 일은 아니다. 소말리아나 예멘에선 2017년 이후 드론 공습이 크게 늘었다. 소말리아와 예멘에서의 이슬람 극단주의자 소탕작전이 아프간/파키스탄에서의 작전보다 훨씬 뒤에 벌어진 것이니. 


미국은 이런 드론 공습을 'targeted killing'이라는 작전의 일환으로 분류한다. 표적 살해. 적으로 추정되는 자, 테러범으로 보이는 자, 테러리스트 훈련기지로 추정되는 곳을 표적 삼아 '정밀하게 타격'하되 미군의 피해는 없어야 한다는 것. 이스라엘이 많이 하는 짓이기도 하다. 


'외과수술처럼 정확한 공격'이라 하더라도, 하늘에서 때리는데... 민간인들의 희생을 막을 수 없다. 



target이 아닌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미국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그들은 "body count를 하지 않는다." 민간인 '부수적 피해'는 계산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방침이다. 



위의 그래프는 drones.pitchinteractive.com 이라는 사이트에서 캡처한 것. 이 사이트에서는 인터랙티브 그래픽으로 드론 전쟁의 데이터를 볼 수 있다.

2004년부터 2015년까지, 파키스탄에서 숨진 사람 3341명(추정치). 그 중 아이들이 190명, 성인 민간인 534명. 드론의 '타깃'으로 볼 수 있는 주요 인물은 52명. 나머지 회색 막대의 2565명은? '무장세력으로 보이는 사람들'이다. 


CIA가 드론 공습'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상의 무장세력을 움직이는 일을 하기도 한다. CIA의 지원을 받는 무장세력이 잔혹행위를 하고, CIA는 그걸 알면서도 무인공습으로 엄호를 해주고. 


CIA-backed Afghan unit accused of atrocities is able to call in air strikes


드론이 무서운 것은 무인기이기 때문이다. 동어반복 같지만 그것이 핵심이다. 사람들, 사람 사는 마을, 사람이 다니는 길 대신에 '건조물 3347HG' '교량 4490BB' 따위의 좌표를 머나먼 곳에서 게임하듯 조종해 폭격하는 것. 


트럼프가 report를 cancel 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짤막하게 보도할 때 가려지는 것은 바로 저 사람들의 목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