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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가 무인공습까지?

딸기21 2010. 1. 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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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앙정보국(CIA)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논란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아프간 변경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나 CIA 요원 7명이 숨졌는데, 범인은 CIA가 대테러전을 위해 고용했던 정보원이었다. 2일 미국 언론들은 정보기관인 CIA가 전쟁에 깊이 개입하면서 정작 본래 임무인 정보전에서는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연말 호스트주 채프먼 CIA 전초기지(FOB)에서 발생한 테러사건 범인은 아프간 군복 밑에 폭발물질이 장착된 조끼를 걸치고 들어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격으로 사망자 중에는 세 아이의 어머니인 FOB 책임자 등 CIA 요원 7명이 숨졌다. CIA로서는 1983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폭탄테러로 요원 8명이 사망한 이래 최악의 피해다. CIA는 이번 사건으로 충격에 휩싸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크리스마스 항공기 테러범 정보확인에도 실패, 체면을 구긴 차였다.

채프먼 FOB는 원래 아프간 군사기지였으나 2001년 점령 이후 미군과 CIA가 차지해 국경지대 무인공격과 정보활동을 위한 기지로 써왔다. 호스트 읍내와는 몇 ㎞ 떨어져 있지만 미군 특수부대가 주둔한 캠프 살레르모와는 가깝게 붙어있다. 채프먼은 사실상 군사기지나 다름없지만 정보요원들이 드나드는 곳이어서 미군 기지들에 비해 치안검색이 느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CIA는 사건이 일어난 뒤 “FOB 치안관리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CIA의 군사조직화’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살해된 요원들은 아프간-파키스탄 무장조직 지도자들의 정보를 모으고 암살하는 일 뿐 아니라 프레데터, 리퍼(Reeper) 등 첨단 무인전투기들을 이용한 국경 공습도 담당해왔다. CIA는 이전부터 특수활동부대(SAD)로 알려진 준군사조직을 운영해왔고, 아프간에서는 80~90년대 반 소련 항쟁을 지원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SAD는 첩보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소규모 조직이었다. 아프간 반소항쟁 지원도 CIA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오사마 빈라덴 등 아랍권 자산가들과 이슬람 무자히딘(전사)들을 반소항쟁 조직들에 연결시켜주는 데에 치중했다.

하지만 9·11 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CIA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 세계 어디서든 테러용의자를 체포·심문·사살할 수 있도록 해줬다. 지난달 CIA는 이라크 민간인 살상으로 악명 높은 민간군사회사(PMC) 블랙워터를 고용, 아프간·이라크 알카에다 기지를 공격하려다 철회했다. 막판에 취소하긴 했지만 CIA가 그만큼 전쟁에 깊이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지난해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CIA 비밀기지를 폐쇄하고 용의자 고문수사를 금지시켰으나 아프간 내 군사활동은 더욱 늘리게 만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 병력을 증파하자 CIA도 1년 새 아프간 변경 곳곳에 FOB를 설치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CIA는 앞으로 18개월간 요원 20~25%를 아프간에 증파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정보업무는 뒷전으로 밀렸다. 채프먼 FOB의 1차 업무는 파키스탄 탈레반 지도자 잘랄루딘 하카니의 아들 시라주딘을 잡는 것이었지만, 시라주딘을 잡기 위해 고용한 정보원은 CIA를 배신하고 스스로 탈레반을 찾아갔다. 파키스탄 탈레반 사령관 카리 후세인은 지난달 31일 AP통신에 “그가 우리를 찾아와 직접 범행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아프간전 초반에 미국에서는 “CIA가 정찰위성 등 ‘하드웨어’에만 치중하느라고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휴먼웨어(정보원)’ 구축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높았다. 개전 뒤 8년여가 지난 지금도 CIA는 무인공습 등 전투에만 치중하다가 정보원에 당하고 만 셈이 됐다. 뉴욕타임스는 “오랫동안 CIA에 몸담아온 사람들은 정보수집과 분석이라는 본연의 임무 대신 군사조직으로 변질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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