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5월 1일,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리언 파네타는 2001년 9·11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시작한 이래 가장 은밀한 작전을 명령했습니다. 미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실’을 시켜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한 가옥을 급습하게 한 것이었습니다.
테러조직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 암살작전은 ‘성공’으로 끝났고, 네이비실에는 미국과 세계 언론들의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이 비밀작전을 주도한 것은 CIA였습니다.
# 2009년 무렵 미군 합동특수전사령부의 사령관이던 스탠리 매크리스털 장군은 육군 특수부대 델타포스와 네이비실에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정보를 수집해오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통상적인 군 정보활동을 넘어서, CIA나 국방부 정보국(DIA)이 해오던 일을 특수부대에 맡긴 것이었습니다.
CIA 웹사이트(https://www.cia.gov).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1961년 미국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서 “지금 미국은 방대한 군사체계와 군수산업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며 ‘군산복합체의 탄생’을 경고했습니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 10여년간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이제 미국은 ‘군정(군과 정보기구) 복합체’라는 새롭고도 위험한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국가안보 전문기자 마크 매저티는 최근 펴낸 <칼의 길:CIA, 은밀한 군대, 그리고 지구 끝에서의 전쟁>이라는 책에서 버락 오바마 정부 들어 중앙정보국(CIA)이 전쟁의 직접적인 도구로 변질됐고 지적합니다.
갓 나온 이 책을 벌써 읽은 것은 아니고요 ^^;;
<인간사냥: 10년 간의 빈라덴 추적>을 쓴 작가 피터 버겐이 워싱턴포스트에 서평을 실었습니다. 6일 실린 이 서평은 “CIA는 어떻게 사람을 죽이게 되었는지” 들여다보면서 CIA와 첨단무기의 결합으로 이뤄진 ‘군정복합체’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아프간과 이라크를 상대로 한 두 차례 대테러전에서 미국은 압도적인 화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았고, 정규군이 아닌 게릴라 반군들과의 싸움이 지지부진 계속됐지요. 특히 아프간 탈레반이나 이라크 알카에다와의 싸움은 정보전의 성격이 짙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군과 정보기구의 역할이 섞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CIA가 군사기구처럼 되어 더 많은 살상에 나서게 된 것은 전쟁을 정리하고 싶어했던 버락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이후라고 합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이던 도널드 럼즈펠드는 ‘군대를 CIA와 비슷하게 만드는 것’, 즉 군의 정보력을 강화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 들어 파네타가 CIA 국장이 된 뒤에는 ‘CIA가 군대처럼 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고 매제티는 말합니다.
파키스탄 내 알카에다-탈레반 근거지 공습에 쓰이는 미국의 무인공격기.
‘드론’이라 불리는 이 공격기들 때문에 민간인들이 계속 죽고 있습니다. 사진 http://noliesradio.org
두 차례 전쟁으로 미국 재정이 축나고 군인들이 죽어나간 게 군정복합체를 부추기는 요인이 됐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막대한 돈을 들여가며 야단스럽게 몇년씩 점령통치를 하는” 부시 시절의 전쟁보다 아프간-파키스탄 변경지대의 무인공격기(드론) 공습같은 ‘은밀하고 조용한 CIA 작전’을 선호했다는 것입니다. 군대가 아닌 CIA가 개입해 무인기로 반군 은신지역을 공격하는 것은 ‘오바마 독트린’이 됐다고 매제티는 지적합니다.
하지만 오바마의 ‘돈 덜 드는 작전’은 그 자체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지금은 CIA가 나섰지만, 과거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해오던 임무는 이미 상당부분 ‘민간 회사’에 이양됐습니다. 군대의 업무가 민간군사회사들의 하청 업무로 넘어간 것과 비슷합니다.
재래식 군대가 해오던 일은 미 의회와 정부가 감시할 수 있지만 민간 정보회사와 CIA가 함께 벌이는 은밀한 전쟁은 감시조차 받지 않습니다. 서평을 쓴 버겐은 “정보산업이 민영화된 상황에서 군정복합체의 탄생은 큰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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