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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수상한 GPS’] 미 정보기관 연례보고서, ‘중국’ 언급이 85차례  

딸기21 2019. 1. 3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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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정보국장(DNI)이 29일(현지 시간) ‘세계위협평가’ 연례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북한 핵 위협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기조보다 ‘위협적으로’ 평가한 반면, 이란의 ‘핵 야심’은 사실상 중단된 걸로 봤고 이슬람국가(IS) 같은 극단주의 테러조직의 위험성 또한 상존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모저모로 트럼프의 기조와 엇갈리는 것들이 많다는 점을 미국 언론들은 집중해서 보도했습니다.


‘세계위협평가’ 연례보고서


 

ATA로 불리는 이 보고서는 2006년부터 매년 만들어 공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여러 정보기관들이 모아온 정보들을 분석·정리한 것으로, 국가정보국장이 상원 정보위원회에 보고하는 형식을 취합니다.


9·11 뒤 생겨난 ‘국가정보국장’

 

DNI는 보통 국가정보국장이라 합니다만, 이 영어약칭 자체가 그 인물의 직책을 말하는 것이며 ‘국가정보국’이라는 ‘기관’은 없습니다. 그 전까지는 대개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정보기관들을 아우르는 역할을 했는데, 2001년 9·11 테러가 난 뒤에 대테러 정보체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었고 이듬해 법안이 발의돼 DNI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라크 대사를 지낸 존 네그로폰테가 초대 국장을 맡았지요. 


별도의 ‘국’이 있는 게 아니라서, DNI 산하에 있는 직원 업무조직은 ‘국가정보국장실(ODNI)’라고만 부릅니다. 에드워드 스노든의 정보감시 폭로로 유명해진 국가안보국(NSA)과는 관련 없습니다. 


 

현재의 국가정보국장은 공화당 상원의원 출신으로 독일 대사를 지낸 적 있는 댄 코츠입니다. 국가정보국장이 보고하는 상원 정보위원회는 공식 명칭이 ‘Senate Select Committee on Intelligence(SSCI)’입니다. 여기에 선택한다는 뜻의 ‘select’가 들어간 것은, 이 위원회의 경우 양당 의원들을 선별해 돌아가며 참석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 총 15명이 들어갑니다. 코츠 국장은 이 위원회의 위원장 출신이기도 합니다.

 

이번 보고서의 목차도 예년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러시아와 중국, 이슬람 극단주의 집단, 북한·이란 등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지역별 이슈 등을 간략하게 쭉 정리했습니다. 여러 요소들의 위험평가는 해마다 수위가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합니다. ‘대통령과 정보기관들의 견해차’도 사실 늘 지적되는 내용입니다.

 

국방 분야에서 올해 보고서의 중국 항목 첫 줄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우리는 중국이 계속해서 WMD 능력을 확장하고, 다양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중국이 해상 무기전개를 포함해 핵미사일 전력을 현대화하는 작업을 계속 진행중이고, 초음속 비행수단을 실험중이며, 미사일 2차 요격 능력을 강화하고 있고, 핵미사일을 실을 차세대 전폭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겼습니다. 


“중국이 기술을 빼가려 한다”


정보분야에서도 중국은 위협 우선순위 앞쪽에 있습니다. 미국이 2019년 복잡한 글로벌 정보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맨 먼저 지적한 것이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는 국가 정보활동을 계속 주도하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러시아와 중국 다음으로 거론한 것은 언제나 ‘악(惡)의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이란과 쿠바로군요.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29일 워싱턴의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연례보고서 내용을 보고하고 있다. 워싱턴 _ 연합뉴스

 

미국 정보기관들이 러시아의 ‘정보 분야 위협’을 지목한 이유는 명확해 보입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전부터 이른바 러시아커넥션이 문제가 됐지요. 러시아 정보기관들이 미국 인사들에게 접촉해 정보를 빼가고,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것이었죠. 

 

보고서는 여기에 추가해서 “미국 기업과 연구소들로부터 국가보안정보와 독점 기술을 빼가려 하는” 위협을 지적했습니다. 이 부분은 누가 봐도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것 같습니다. 보고서는 “중국 정보기관들이 미국의 열린 사회를 이용하려고 노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학계와 과학계에서 다양한 수법을 이용해서”라는 구절도 달았습니다. 

 

테러 위협, 국가안보와 정보 전쟁은 정보기관들의 보고서에 당연히 담길 내용들이고요. 뒤이은 경제 분야 평가에는, 미국의 ‘중국 민감증’이 더 잘 드러나 있습니다. 정보기관들은 중국 경제를 놓고 “2019년에는 성장이 느려질 것이며 예상보다 둔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지난해 내내 벌어진 미-중 긴장으로 중국이 수출에서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지만, 중국 기업들의 신규 주문을 따내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습니다. 

 

‘세계위협평가’ 연례보고서


보고서에서는 중국의 전략 목표들을 그림으로 그려놨습니다. 기업 인수합병, 학문적 협력, 연구 파트너십 같은 것들까지 엮어서 위협 보고서에 도표로 실었네요. 


이어지는 보고서의 항목은 ‘떠오르는, 혼란을 부를 기술과 위협들’입니다. 올해에도 군사적·경제적 경쟁력을 높이려는 혁신들이 미국 밖에서 늘어날 것이고, 반면 미국의 과학기술(S&T) 역량은 줄어들 것이고, 상업적 기술과 군사 기술의 차이가 사라져갈 것이라고 봤습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자기네 주권의 핵심 요소라고 보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세계의 학자들이 인용하는 연구논문 중 미국의 비중은 줄어들고 중국 비중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굳이 그래프로까지 보여준 걸 보니 중국의 약진이 두렵기는 두려운 모양입니다.


‘세계위협평가’ 연례보고서


 

“중국이 우주를 잠식하려 한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특히 강조해 언급한 것은 ‘우주(SPACE AND COUNTERSPACE)’ 항목입니다. 상업용 우주프로그램들이 늘고 있는데 그 중에는 미국에 적대적이거나 전략적 경쟁자인 나라들도 있다고 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동맹국의 ‘우주 능력’을 목표로 삼은 무기들을 개발하려고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나라들이 우주 공간을 이용해 정보수집, 통신, 항법장치 기술을 확장하려 할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이 한 항목에만 중국이 6번이나 언급됐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우주기술 능력을 키우는 데에 전력을 다할 것이고, 중국은 지난해 7월 관측위성 가오펀11호를 발사함으로써 이를 입증해보였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또한 위성공격무기(ASAT)를 개발하는 등 우주공간에서 적대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보고서는 “중국 인민해방군은 저궤도 위성들을 겨냥한 지상의 위성공격무기를 운용해왔다”면서 “지구 자전과 연계된 위성들을 파괴할 수 있는 위성공격무기를 만들려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인공위성들 중에 지구 자전을 따라서 함께 움직이는 GSO라고 불리는 것들이 있는데, 중국이 이를 파괴할 능력을 갖출 것이란 얘기입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우주 공간을 ‘비무장화’하자는 국제협정을 제안했지만 실상 자신들이 개발·배치 중인 위성공격무기는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곁들였습니다.

 

총 42쪽짜리 보고서에 중국이란 단어가 85번이나 들어가 있습니다. 북한은? 27번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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