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더의 <아프리카 대륙의 일대기 AFRICA: A BIOGRAPHY OF THE CONTINENT>(남경태 옮김. 휴머니스트) 읽고 생각난 김에 아프리카에 대한 책 몇 권 올려봅니다.
기행문 종류는 별로 읽어본 것도 없으니 아예 빠졌고요. 구호개발원조에 대한 책들 중에는 아프리카가 등장하는 것이 많습니다만 역시 제외했습니다.
마틴 메러디스의 <아프리카의 운명 The Fate of Africa: A History of the Continent Since Independence(이순희 옮김. 휴머니스트)은 존 리더의 책과 쌍벽을 이룬다고 봐야겠지요. 같은 출판사에서 냈고 같은 분이 감수를 했습니다. 읽은 지 좀 됐는데 스크랩을 아직 못 했어요. 언젠가는 하리라... 정리해야 할 내용이 많거든요. ^^ 사실 이 두 권의 책만 읽어도 아프리카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갖게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을 알아두고 소화하려 할 한국 독자가 얼마나 있을지가 문제일 뿐 ㅠㅠ
존 아일리프의 <아프리카의 역사 Africans: The History of A Continent(이한규 옮김. 이산)는 제가 넘나 좋아했던 이산 히스토리아 문디 시리즈로 나온 거예요. 번역도 내용도 보장돼 있다고 봐야죠.
리처드 리드의 <현대 아프리카의 역사 A History of Modern Africa: 1800 to the Present(이석호 옮김. 삼천리)도 눈에 띄긴 하는데... 번역이 엉망이고(정확히 말하면 무성의합니다) 내용도 뭔가 부족해서, 아프리카 역사 개론서이긴 하지만 적극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뭘 추천하느냐. 2022년에 나온 우승훈의 <내일을 위한 아프리카 공부>는 오랫동안 구호개발 일을 해온 저자가 빈곤과 분쟁 속에서도 역동성과 희망을 보여주는 아프리카에 머물면서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을 정리한 충실한 보고서입니다. 저자는 아프리카가 맞닥뜨린 문제들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국가와 이슈별로 연결지어 설명합니다. 아프리카라는 장소가 책의 배경이지만 이주와 난민, 기후 위기와 탈성장, 일자리 위기와 기본소득, 팬데믹과 백신 불평등까지 여러 글로벌 의제들이 이 책의 주제가 되는 거죠. 이런 굵직한 이슈들을 놓고 현장에서의 경험과 통찰을 빼곡한 통계들과 함께 충실히 엮었습니다.
루츠 판 다이크의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안인희 옮김. 웅진지식하우스)도 쉽게 읽을 개론서로는 괜찮은데(무엇보다 분량이 짧아요. 그림도 있고) 역시나 번역이 좀 많이 아쉽습니다.
로버트 게스트의 <무지개와 뱀파이어의 땅 The Shackled Continent(김은수 옮김. 지식의날개)은 2010년 아프리카 시리즈 취재 가기 전에 루츠 판 다이크의 책과 함께 사서 읽었던 거예요. 영국 저널리스트의 책인데 신랄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습니다. 다만 유럽인의 눈, 그것도 우파 쪽에 가까운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읽으시면 좋을 듯.
아프리카 아이덴티티(앤드류 심슨 엮음. 김현권, 김학수 옮김. 지식의날개)는 아프리카의 언어를 다룬 책인데 의외로 이 책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언어의 변화에는 결국 인간의 이주와 문화적 변용과 민족국가 만들기의 모든 과정이 반영되는 거니까요.
필립 고레비치의 <내일 우리 가족이 죽게 될 거라는 걸 제발 전해주세요!>(강미경 옮김. 갈라파고스)는 르완다 대학살을 다룬 책입니다. 대학살 이후 르완다를 찾아간 저자가 르포 형식으로 제노사이드 전후의 사정을 전합니다. 뒷부분에는 르완다 지도자인 폴 카가메와 동아프리카 '빅맨'들을 둘러싼 얘기도 나오는데, 이 부분도 읽어볼만 합니다.
스웨덴 출신의 저널리스트 스벤 린드크비스트가 쓴 <야만의 역사 Exterminate All The Brutes>(김남섭 옮김. 한겨레출판)는 읽은 지 좀 오래된 책인데...아프리카에 대해서만 쓴 것은 아니고, 서구의 야만이 어떻게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3세계를 비극으로 몰아갔는지를 썼습니다. 이 책도 재미있어요.
<차이나프리카 LA CHINAFRIQUE>(세르주 미셸, 미셸 뵈레 공저. 이희정 옮김. 에코리브르)는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을 다룹니다. 프랑스 저널리스트들이 썼는데 내용이나 시각이 그리 대단히 인상적이지는 않아요. 그래도 중국과 아프리카의 관계를 다룬 드문 책이라서 제게는 도움이 많이 됐는데, 이젠 시의성이 좀 떨어지겠군요.
아프리카에 대한 책이라면 사실 이걸 빼놓을 수는 없지요.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 Heart of Darkness>(이상옥 옮김. 민음사). 아프리카를 다룬 모든 책에 언급되는 '고전'입니다. 벨기에의 레오폴2세가 극악무도한 착취를 자행했던 콩고(지금의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벌어진 일을 그린 소설입니다. 읽고 나면.... 으... 어쩌면 아프리카에 대한 세계의 시각, 그 대륙에 가해진 잔인함에 대한 반성, 어두운 '검은 대륙'의 이미지들 모두 이 책에 담겨 있고, <암흑의 핵심>을 어떻게 볼 것이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로 귀결된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프란츠 파농의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Les Damne's de la Terre>(남경태 옮김. 그린비) 또한 봐둘 만한 책입니다. <검은 피부 하얀 가면>과 함께 읽어도 좋고요.
칼 폴라니의 <다호메이 왕국과 노예무역>(홍기빈 옮김. 길)은 서양 세력이 도래한 뒤 서아프리카에 노예왕국이 생겨나고 경제구조가 바뀌는 과정을 꼼꼼하게 분석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폴라니의 유명한 책 <위대한 전환>보다 이 책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다른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실지는......
이제 남아프리카로 가볼까요. 먼저 읽어야 할 것은 <만델라 자서전 -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 Long Walk to Freedom: The Autobiography of Nelson Mandela>(김대중 옮김. 두레)입니다. 만델라 할아버지의 인생에 남아공 현대 정치사가 녹아 있으니... 김대중 전 대통령이 번역했는데 ^^ 번역 매우매우 훌륭합니다.
참고로
넬슨 만델라의 법정 진술
영어 원문 "I Am Prepared To Die"
공산주의에 대한 만델라의 생각
흑인 투사는 만델라만 있었던 게 아니죠. <아자니아의 검은 거인 반투 스티브 비코 Biko>(도널드 우즈 지음. 최호정 옮김. 그린비)까지 읽으시면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에 벌어진 일들을 더 종합적으로 볼 수가 있어요.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로빈슨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Why Nations Fail>(최완규 옮김. 시공사)는 저자들에게 엄청난 명성을 안겨준 히트작이죠. 아프리카 부분을 특히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엇비슷해 보이는 조건에서 독립을 했고 새 나라를 세웠는데 어디에서 뒷날의 운명이 엇갈렸는지, 상세한 내용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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