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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뉴스]‘절반이 국내에서’...미세먼지 중국책임론 짚어보기

딸기21 2017. 7. 22. 13:00

한국 정부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합동으로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 조사(KORUS-AQ)’를 했습니다. 지난 19일 결과 일부가 공개됐습니다. 결론은 조사기간인 지난해 5~6월에 한국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PM2.5)의 52%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34%는 중국 내륙에서, 9%는 북한에서 생겨났다는 겁니다. 미세먼지 책임 공방이 어떻게 진행돼왔는지 정리해봤습니다.

미세먼지에 덮인 4월 20일의 서울 하늘. _ 연합뉴스


잊을만하면 생각나는 고등어...가 아니고 미세먼지. 이 문제에서 국민들을 먼지 자체만큼이나 열 오르게 만든 것은 환경대책을 내놓는 대신 고등어에 책임을 돌린 정부의 태도였습니다.

고등어를 위한 변명…진짜 미세먼지 문제는

미세먼지 논란은 고등어에서 중국으로 옮겨갔지요. 중국의 대기오염이 한국으로 옮겨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연구원에서는 지난 4월 서울의 미세먼지 55%가 중국 등 국외 지역에서 왔다는 조사결과를 내놨습니다.

짙어진 서울 미세먼지, 수도권 요인 줄고 중국발 늘었다

과학학술지 네이처에도 중국발 초미세먼지가 주변국들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원고가 실렸습니다. 2007년 한 해 동안에만 중국에서 날아온 초미세먼지 때문에 한국과 일본에서 3만9000명이 조기 사망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조기 사망’은 최근 해외 언론이나 논문에도 많이 등장하는 용어입니다. 대기오염이 없었다면 더 오래 살았을 사람들이, ‘제 명대로’ 못 살고 더 일찍 사망한다는 것이죠.

“중국 초미세먼지로 2007년 한국·일본서 3만900명 일찍 죽어”

지난해에 이어 올 봄에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고, 오염 농도는 더욱 악화됐습니다. 지난 3월 측정된 수도권 초미세먼지의 52~86%가 중국에서 유입됐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그보다 더 오랜 기간, 2015년 5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1년7개월 동안의 모니터링 자료를 분석해봐도 중국 등 국외 영향이 2011년 49%에서 지난해 55%로 6%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주의보 발령 등 미세먼지 농도가 짙을 때는 국외 영향이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세먼지에 빼앗긴 봄…올해 더 심해진 까닭은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시 중국 등 국외 영향 72%로 증가

급기야 한국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미세먼지 피해 손해배상을 하라는 소송까지 제기됐습니다. 지난 4월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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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 책임이 얼마이든 간에, 더이상 중국 탓만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은 “우리가 미세먼지 문제를 천재지변으로 받아들이면서 체념하는 것은, 미세먼지 문제의 주범은 중국이라는 단정적인 믿음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녹색세상]미세먼지 대처, 중국 탓만 말라

미세먼지 문제는 대선에서도 주요 이슈 중의 하나였습니다. 주된 논란 중 하나는 중국에 어떻게 항의하고 대책을 요구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기술교환·정보공유와 함께 미세먼지를 한·중 정상회담에서 다루겠다고 했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한·중·일 환경협약과 사무국 신설을,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한·중·일 환경정상회의체를 공약했지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중국에 할 말 하겠다”, “이제 중국에 책임 따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장 중국에 책임을 따지기엔 한국의 기초연구가 부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미세먼지 중국에 책임 묻겠다”는 후보들…정작 한국은 기초연구 부족

이번에 환경부와 NASA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미세먼지는 ‘국내산이 절반, 중국산이 3분의1’이라는 것인데요. 이전의 예측치들을 뒤엎는 수준은 아닙니다. NASA는 자체적으로 환경위성 측정자료를 보완할 데이터를 구하기 위해 이번 조사에 연구용 항공기를 띄우고 위성들도 여럿 동원했는데, NASA의 이런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이 적은 시점을 일부러 택한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이전에 나왔던 조사들이 보여주듯이, 중국발 미세먼지가 대거 유입되는 시기에 조사하면 ‘중국 책임’이 더 크게 나올 것 같습니다.



미 NASA가 280억원 써 가며 한국 미세먼지 연구한 까닭은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중국과 논의할 것은 하되 국내에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친환경 정책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세계 최대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충남 당진에서 운영되고 있고, 2개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도 신설될 예정인 한국.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국제사무총장이 지난 4월 경향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했던 지적은 계속 유효합니다. “한국 정부는 환경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위험한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요 선진국을 비롯한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석탄 사용을 줄이고 있고, 신재생 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유독 한국 정부만 그 변화에 역행하는 선택을 해서는 안 되겠지요. 새 정부에 기대를 걸어봅니다.


“석탄 사용 축소에 역행하는 한국, 환경·경제적으로 위험한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