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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뉴스]국제기구들이 강경화 외교장관 지명자를 반기는 이유

딸기21 2017. 5. 21. 15:08
스웨덴 외교장관 마곳 발스트룀은 2014년10월 취임하면서 “외교정책에서 여성주의를 최우선시하겠다”고 했습니다. 여성주의가 외교의 기준이 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발스트룀은 “지속가능한 평화를 얻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힘든 일”이라며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그는 유럽 안에서도 가장 강도 높은 탄소 절감 대책을 주장합니다. 2015년의 한 인터뷰에서는 “대가를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신념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지요. 그러면서 자기가 스웨덴 국민들을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해에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라이프 바다위라는 블로거의 글을 문제삼아 태형을 선고하자 “사우디아라비아는 독재국가”라고 대놓고 쓴 소리를 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올로프 팔메 총리가 오래 전 베트남전 반대운동에 앞장서 나선 적도 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정치인이, 더군다나 외교장관이 인권과 여성·환경을 내세우며 소신발언을 하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발스트룀 역시 사우디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지만 스웨덴 국민들의 여론은 물론이고, 유럽 전체가 나서서 그를 옹호했습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아무래도 인권, 여성, 환경, 노동 등의 가치는 ‘국익’ 앞에서는 후순위로 밀려나가는 것들이었습니다. 발스트룀이 소신껏 말하면서 ‘국민의 뜻을 대변하고 있다’고 자신하는 모습이 부러웠던 것은, 사실은 그런 외교장관뿐 아니라 그런 ‘국민의 뜻’이 부러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장관에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를 지명했습니다. 피우진 보훈처장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또 하나의 유리천장을 뚫은 인물이 될 것 같습니다. 2003년 윤영관 장관 임명 이후 14년만에 외무고시 출신이 아닌 사람이 외교장관에 지명된 것이기도 합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인선 발표에서 “강 후보자는 비외무고시 출신의 외교부 첫 여성국장과 한국 여성 중 유엔 최고위직에 임명되는 등 외교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초·최고 여성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 외교 전문가로, 내각 구성에서 성 평등이란 관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은 기자들에게 “강 후보자를 검증하면서 두 가지를 확인했다”며, 맏딸이 미국 국적이라는 것과 미국 고등학교에서 한국 학교로 전학하면서 친척집에 ‘위장전입’을 한 것을 인정했습니다. 그럼에도 장관직에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결함’들이 어떻게 영향을 미칠 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국제뉴스를 다루는 입장에서는 이번 인사가 반가운 것이 사실입니다. 청와대의 설명이나 한국 언론들의 평가는 ‘여성’이고 ‘한국출신 유엔 최고위직’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를 강조하지 않아도 국제무대에서 평가가 워낙 높은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강 지명자는 미얀마의 무슬림 소수민족인 로힝자 난민들의 거주 실태를 조사해 노예상태에 가까운 박해를 강력하게 비판한 적 있습니다. 국제회의에서 시리아 난민들을 각국이 나몰라라 하는 현실을 비판하며 포용적인 자세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시민단체나 국제기구들 쪽에서도 이례적으로 대단히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사무국장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렷습니다.

“인권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외교부 장관이라니, 전율이라는 표현 밖에... 국무회의에 여성과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해외 원조할때 인권영향 평가가 왜 중요한지, 기업은 왜 인권을 존중해야 하는지, 이주자와 난민에 대한 인권 원칙이 뭔지 아는 사람이 들어가는 사실상 정부수립 이후 첫 사건이라고 보면 됩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제야 여성과 성소수자 문제, 인권 문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생각하는 사람을 외교 수장으로 갖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엔 산하기구의 한 공보관은 이번 인선이 “생각 못 했던 것”이라면서도 “너무 좋은 선택”이라고 반겼습니다. 여성이고 외무고시 출신이 아닌 파격인사라는 점 외에도, 이 공보관은 강 지명자가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을 두루 거쳤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특히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여러 유엔 기구들의 의견을 조율해서 접점을 찾는 기구이며, 이곳을 거쳤다는 것은 유엔 전반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대조직의 수장으로서도 업무를 잘 이끌어갈 것이라는 기대를 높인다는 겁니다.  

유엔 인권기구의 한국 대표부에서 일하고 있는 또 다른 분은 “만만하지 않은 국제정치 무대에서 무척 까다로운 유엔 직원들과 관계자들의 진심 가득한 존경을 받는 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첨예한 비공개 외교 협상 테이블부터 분쟁지역 현장조사, 그리고 인사 등의 기구 행정까지 모든 분야에서 “적을 만들지 않으면서 일을 잘 하는” 것으로 정평난 인물이라는 겁니다.  

한국에서는 강 지명자가 ‘첫 여성 외교수장’으로서 유리천장을 깨뜨릴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만, 국제무대에 여성 외교수장은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콘돌리자 라이스, 그리고 지난해 대선에 출마한 힐러리 클린턴 등 여러 여성들이 국무장관을 맡았습니다. 호주의 줄리 비숍, 인도의 수시마 스와라지, 인도네시아의 레트노 마르수디, 아르헨티나의 수산나 말코라, 캐나다의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모두 여성 외교장관들입니다. 아프리카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나미비아, 르완다 등 여러 나라의 외교 수장이 여성입니다. 미얀마에서는 사실상 대통령 위의 ‘상왕’인 아웅산 수지가 외교장관 직을 맡고 있지요.  

유럽에는 앞서 언급한 스웨덴의 발스트룀이 있지요. 특이하게도 유럽에는 여성 외교장관보다 여성 국방장관이 더 많습니다. 얼마 전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신임 대통령은 여성을 국방장관에 지명했습니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여러 나라가 여성 국방장관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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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까, '사람이 없는' 게 아니었어. 이상하고 나쁜 인물들만 골라 쓰는 게 문제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