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부산 남부민동의 단칸방에서 기초생활수급자인 51세 남성이 숨져 있는 것을 사회복지사와 119 구조대원이 발견했다. 이웃 주민이 이 남성의 방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며 구청에 신고하면서 시신이 발견됐다. 부산에서 두 달 사이에 벌어진 9번째 외로운 죽음이었다.
같은 날 대전 지족동에 살던 67세 남성도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역시 ‘냄새가 난다’는 이웃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발견했다. 남성은 사망한 지 18일이나 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마지막으로 통화를 한 상대는 가족도 친구도 아닌, 동네 중국집이었다.
사진 Invisible Photographer Asia
홀로 살던 사람이 쓸쓸하게 세상을 떠난다. 돌봐주는 가족이 없던 그에게, 숨을 거둔 뒤에도 찾아오는 이는 없다. 대개는 장례를 치르거나 주검을 인수할 가족조차 찾아오지 않는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이런 죽음을 ‘고독사’라 부른다. 그렇게 사망하는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으나 아직 관련 통계도 부족하고, 고독사를 막거나 대처할 시스템은 없는 형편이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32명이 이렇게 숨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연고 사망자’는 2011년 693명에서 2012년 741명, 2013년 922명, 2014년 1008명, 2015년 1245명으로 늘었다. 2011~2015년 사이 77.8%나 증가했다.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는 60대가 24.6%, 70대가 23.6%였다. 50대도 24.1%나 됐다.
복지부가 집계하는 무연고 사망자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에 따라 유가족이 없거나 유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시신을 처리해야 하는 경우다. 이렇게 집계되는 무연고 사망자는 대부분 혼자 사는 중·장년층과 노년층, 노숙인들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쓸쓸히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한 곳은 일본이다. 1980년대부터 홀로 사는 노인들이 숨진 뒤 한참 지나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생기면서 사회적 관심이 커졌다. 일본에서는 1983년 처음 고독사라는 말이 미디어에 등장한 뒤 10년 동안 이렇게 숨지는 사람 숫자가 3배로 늘었다. 1990년대의 경제침체도 고독사가 증가하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2009년에는 3만2000명 이상이 고독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에서도 고독사가 늘고 있지만 아직 법적, 정책적으로 어떤 것을 ‘고독사’로 규정할지 정해진 것은 없고 정확한 통계도 없다. 일본에서는 정부·지방자치단체 복지담당 공무원들이 실태를 파악하는 것 외에도 집배원과 신문배달원, 전기·가스 검침원 등이 고독사가 우려되는 사람들을 신고하게 하고 있다. 고독사 신고, 위험군의 안부를 확인할 연락창구 등도 운영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노인, 장애인 1인 가구를 복지사가 방문해 안부를 확인하는 등 기존의 서비스와 연계해 지원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가난하다거나 혼자 산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일일이 개인의 안부를 확인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복지 관련 단체들은 혼자 사는 노인들의 사망 패턴과 계절적, 환경적 요인을 파악하고 예방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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