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이라크 극단조직 이슬람국가(IS)의 잔혹성을 세계에 각인시킨 것은 지난해 8월의 미국 기자 참수 사건이었다. 제임스 폴리와 스티븐 소틀로프 두 사람이 잔혹하게 살해되는 동영상이 잇달아 공개되자 미국은 물론 영국도 충격에 빠졌다. 인질들에게 칼을 겨눈 검은 복면의 무장조직원이 완벽한 영국식 영어를 썼던 것이다. 이슬람 성전(지하드)에 나선 영국인이라는 뜻에서 ‘지하디 존(Jihadi John)’이라 불린 이 남성은 영국인 모함메드 엠와지였다. 올초 일본 저널리스트 고토 겐지 살해 협박을 했던 것도 엠와지로 추정된다.
미군의 추적을 받아온 그가 마침내 사살된 것으로 보인다. 피터 쿡 미 국방부 대변인은 12일 “미군이 IS의 근거지인 시리아 북동부 라카를 드론으로 공습했다”며 “목표물은 엠와지였고 작전 성과를 평가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미군은 엠와지가 건물에서 나와 자동차에 올라타는 순간 공습을 했고, 그는 그 자리에서 폭사(爆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엠와지와 함께 ‘비틀스’라는 별명으로 불린 또 다른 영국인 조직원도 함께 숨졌을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지하디 존
미군은 폴리가 살해되기 전 구출하기 위해 비밀리에 공수부대를 투입했으나 실패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네이비실 40여명을 보내 예멘에서 극단조직에 붙잡힌 인질 구출작전에 나섰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오히려 인질이었던 미국 사진기자와 남아프리카공화국 구호요원이 숨졌다. 반면 이번 작전은 “클린 히트(clean hit)”였으며 엠와지는 그 자리에서 “증발했다”고 ABC방송은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20대 중반인 엠와지는 런던의 부유한 가정 출신으로 웨스트민스터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소말리아 극단조직과 접촉하려 한 혐의로 영국 보안당국에 구금돼 몇 차례 조사를 받은 적 있으며, 그 후 영국에서의 삶에 불만을 품고 더욱 극단적인 이슬람주의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복한 환경에서 교육 받고 자란 청년이 잔인한 전투원이 됐다는 사실에 유럽 전역이 들썩였다. 엠와지는 지난 2월 복면을 벗은 모습이 보도돼 정체가 완전히 드러나자 IS의 동영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동안 공습에 치중했던 미국은 특수부대까지 들여보내며 시리아 내 작전을 확대하고 있으나 두드러진 성과가 없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엠와지의 죽음이) IS에 심대한 영향을 줄 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들의 잔혹성을 상징하는 인물이 사살됐다는 점에서 서방 젊은이들을 향한 선전·선동에는 타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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