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수지의 미얀마', 남은 과제는

딸기21 2015. 11. 10. 23:00


미얀마의 ‘역사적인 총선’ 이튿날인 9일, 동부 샨주의 체티에서 정부군이 소수민족 무장단체 근거지를 공격했다. 전투기 2대가 마을을 공습하자 주민 6000명이 달아났고 여러 명이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온라인 매체 이라와디뉴스가 보도했다. 아웅산 수지(사진)가 이끄는 야당 민족민주동맹(NLD)의 총선 압승으로 전국이 기쁨에 들뜬 와중에 벌어진 일이다. 수지가 이끌어야 할 미얀마의 현실이기도 하다. 


총선 공식 집계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3분의1 가량 개표된 상황에서 상·하원 의석의 90% 이상을 NLD가 휩쓸었다. 외신들은 ‘마더 수(어머니 수지)’를 향한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가 확인됐다고 평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정국이다. 영국인 남성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대통령 자격을 박탈당한 수지는 NLD 정부를 이끄는 ‘권력 위의 권력’이 돼 민주화 과정을 완성하고 복잡한 소수민족 문제를 풀어야 한다. 미국의 제재에서 벗어나 경제를 발전시키는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도 관리해야 한다.


권력 이양과 민주화

 

이번 총선에서 군정 주요 인사들은 대부분 패했다. 군정의 정실인사로 의원직과 각료 자리를 꿰찼던 사람들이다. 현지 언론들은 집권 통합연대발전당(USDP) 소속으로 총선에 나선 각료 6명 중 5명이 낙선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실 권력의 몰락”이라 보도했다. 선거는 큰 분쟁 없이 평화롭게 끝났고, 국제사회 평가도 합격점이었으며 군부도 패배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반세기 넘게 권력을 잡아온 군부, 그리고 군과 결탁해 축재해온 인물들로부터 권한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숱한 지연, 방해, 혼란이 예상된다. NLD는 10일 연합선거관리위원회(UEC)의 개표결과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것도 “의도적”이라며 비난했다. 


수지가 개헌을 통해 대통령에 오를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군부에 무조건 의석 25%를 할당한 현행 헌법 때문이다. 미국 CNN방송은 대통령 선출을 비롯해 정치 절차를 개혁하려는 어떤 조치에 대해서도 군부가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수지가 총선 전 “대통령이 되지 못하면 대통령 위에서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현실적으로 개헌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소수민족 탄압 멈출까


유럽이 지중해 난민들로 몸살을 앓던 지난 5월, 동남아시아 해역에서는 로힝자 보트피플들이 처참한 죽음을 맞았다. 국민 취급을 못 받고 미얀마 군정의 탄압에 시달려온 무슬림 로힝자 소수민족이 대거 탈출해 바다를 떠돌다 떼죽음을 당했다. 군정은 나치를 방불케하는 방식으로 로힝자를 탄압해왔고, 국제앰네스티는 이를 제노사이드(종족말살)로 규정했다. 

 

군정은 로힝자뿐 아니라 카친족, 샨족 등 산악지대의 여러 소수민족을 억누르며 군사작전까지 벌였다. 군부의 묵인 속에 불교 극단주의자들은 공공연히 인종청소를 주장하며 유혈사태를 일으키곤 했다. 


NLD는 버마 민족주의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고, 수지 역시 총선에서 다수민족인 버마족 지지를 굳히기 위해 소수민족의 참상에 눈감아왔다는 비판이 많다. NLD 정권이 들어서면 버마 민족주의가 강해져 불교도들의 무슬림 박해와 소수민족 차별이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수지가 진정한 민주주의의 수호자임을 보여주려면 소수민족을 끌어안을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미얀마 소수민족 탄압에 반대해온 미국의 시민단체 ‘제노사이드를 끝내기 위한 연합’은 9일 “로힝자 주민 130만명 중 50만명은 투표권을 빼앗겨 이번 총선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NLD에 해법을 찾을 것을 촉구했다.


미국과 중국, 경제제재

 

경제적으로 미얀마는 중국과 밀접한 관계다. 미얀마의 대외교역액은 연간 270억달러 규모로, 아시아 국가들과의 교역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중국과의 교역액은 14억달러인 반면 미국과의 교역액은 1억8500만달러에 불과했다. 미국과 유럽은 1990년 군부가 미얀마 총선 결과를 뒤집고 쿠데타를 일으킨 뒤 경제제재를 시작했다. 2011년 군정이 형식적인 민정으로 이양된 뒤 주요 제재조치를 중단·보류했으나, 여전히 미국은 미얀마 인사 100명을 제재 명단에 올려놓고 있으며 미 기업들의 미얀마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오랜 군정이 끝났다 해도 미국 제재가 풀리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수지가 대통령이 되지 못하게 한 헌법을 비롯, 개혁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면서 미얀마 민주화 조치들을 지켜보며 제재 해제를 검토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버락 오바마 정부와 미 의회는 로힝자 등 소수집단 탄압과 인권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국제사회의 따돌림을 받는 미얀마 군정을 오랫동안 후원해왔다. 경제를 살리려면 수지와 NLD 정부도 당분간 중국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수지는 지난 6월 베이징에 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수지는 중국의 투자가, 중국은 미얀마의 자원이 필요하다. 


인민일보 영문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10일 사설에서 미얀마가 미국에 다가간다면 “중국의 우호정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들과 전략적 행동공간을 잃는 현명하지 못한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