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갈등이 아시아의 최대 갈등요인으로 부상했다. 역내 협력을 위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확대 국방장관 회의가 열렸지만 미국과 중국의 대립 속에 공동선언문조차 내놓지 못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4일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등 18개국 국방장관이 참여한 회의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렸다. 지난달 27일 미국 군함이 남중국해의 중국 인공섬 부근에 진입한 뒤 처음으로 열리는 회의였다. 당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가 만든 초안에는 미국이 남중국해 통과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항행(航行)의 자유’라는 표현이 들어있었으나, 참가국 간 이견으로 공동선언문이 채택되지 못했다. 두 강대국의 대립이 아시아 역내에서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드러내보인 셈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당사국끼리 해결해야 한다면서, 다자간 회의에서 논의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로이터통신은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 공동선언문에 남중국해와 관련한 언급이 들어가는 것 자체를 중국이 거부했다고 전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것을 꺼리는 캄보디아 등도 문안에 반대했다.
미국도 남중국해 문제를 담지 않을 것이라면 공동선언문을 내놓지 않는 게 낫다며 강경론으로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일본, 필리핀 등과 연합해 중국을 압박하려 했으나 중국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각국을 설득하는 데에 실패했다. 중국 국방부는 ‘동남아시아 바깥의 몇몇 나라들’이 공동선언에 문안을 억지로 집어넣으려 했다며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비판 글을 웹사이트에 올렸다.
남중국해의 긴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일 베이징대학을 방문한 해리 해리스 미군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이 “국제법이 허락하는 한 언제 어디서든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하자 그 자리에 있던 판창룽(范長龍)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은 “위험한 행동을 중단하라”고 맞받았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실탄 군사훈련을 하겠다며 함대를 이동시키고 있다. 카터 미 국방장관은 5일 시어도어 루즈벨트 핵항모를 타고 남중국해 주변을 돌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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