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시 정부가 22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진 같은 재해 때문도, 난민 유입이나 폭동 때문도 아니다. 이유는 홈리스(노숙인) 때문이다. 에릭 가세티 시장은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노숙인 주거지원에 1억달러(약 1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시 홈리스서비스국에 따르면 현재 LA와 부속 카운티의 노숙인은 4만4000명에 이른다. 주민(약 400만명) 100명 중 1명은 거리에서 자는 셈이다. 당국이 올초 단기 주거지원에 1300만달러를 썼으나 역부족이었으며 고속도로와 공원, 보도를 가리지 않고 홈리스들의 야영지가 생겨났다. 노숙인들은 박스나 천막을 치고 살거나, 버려진 자동차를 ‘점거’해 살아간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만든 온라인 홈리스 지도. 빨간 점은 노숙인, 노란 점은 노숙인 천막, 파란 점은 노숙인에 점거된 차량을 가리킨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웹사이트
저임금과 고질적인 고실업, 치솟는 임대료 등 원인은 여러가지다. 저소득층이 많이 살던 시내 중심가는 전형적인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가 치솟아 원주민들이 쫓겨나는 현상)을 겪고 있다. 재개발로 고급화되면서 값싼 원룸이나 여관들이 사라진 것이다.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도 노숙자들을 유인하는 한 원인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저임금이다. 일을 하고 있어도 매달 공공지원금에 주거를 의존하는 ‘워킹푸어’ 즉 일하는 빈곤층이 약 1만3000명인데, 지원이 끊기거나 일자리를 잃는 순간 이들은 곧바로 거리로 내몰린다. 그러다 다시 일용직이라도 얻으면 거처를 찾는 식이다. LA타임스는 “워킹푸어와 홈리스 사이에 순환 사이클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맥도날드밖에 일할 곳 없었다” 전세계 '워킹푸어'들
"워킹푸어는 선진 사회의 부(富)를 떠받치는 기둥이면서 위기 시에는 가장 먼저 내몰리는 취약계층이다. 90년대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 바람과 외국인 이민자들의 물결로 각국에서 “일하면서도 제 몫을 못 받는” 노동자들이 양산됐다. 비정규직 노동자, 불법 이민 노동자 같은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모두 워킹푸어 계층이라 볼 수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미국에서는 연간 27주 이상 고용돼 있으면서 하루 1달러 미만 즉 ‘빈곤선 이하’의 임금을 받는 이들이 통칭 워킹푸어로 분류된다."
2013년 취임한 가세티 시장은 그동안 노숙인 몰아내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그가 취임한 뒤 노숙인은 오히려 12% 늘었으며, 교외까지 홈리스 야영지들을 퍼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가세티 시장은 결국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비판을 받아들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만들기로 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는 관료주의에서 관료주의로,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노숙자 문제를 밀어내기만 해왔다”며 주거지원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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