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베를린, 파리, 서울, 뉴욕, 메데인... 세계의 혁신도시들

딸기21 2015. 6. 14.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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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중북부에 위치한 메데인은 안티오키아주의 주도이고 수도 보고타에 이어 콜롬비아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다. 17세기 스페인 식민통치 시절 세워진 이 도시는 라틴아메리카 낭만주의 문학과 미술을 꽃피운 문화 중심지이기도 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이후 메데인에는 ‘살인의 수도’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따라붙었다. 악명높은 마약왕 에스코바르가 이끄는 ‘메데인 카르텔’이라는 마약카르텔이 도시를 장악하다시피 하면서 범죄가 들끓고, 중앙정부조차 손을 못 쓸 지경이 됐다.

 

그러나 메데인은 21세기가 되면서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 범죄는 크게 줄었고, 망가졌던 학교 교육이 되살아났다. 대표적인 빈민가였던 산토도밍고 사비오에는 도서관과 공원이 들어섰다. 미국 워싱턴의 도시토지연구소는 2013년 메데인을 그 해 세계 최고의 혁신도시로 선정했다.

 

전 세계에서 도시에 사는 인구가 과반이 넘는다. 낙후한 도시, 빈곤과 범죄가 판치는 도시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친환경·복지 인프라를 새로 만드는 것이 세계 주요 도시들의 과제가 됐다. 14일 영국 가디언은 메데인을 살린 세르히오 파하르도 전 시장처럼 문제투성이 도시를 혁신한 시장들과, 그들의 리더십 덕에 재탄생했거나 변모하고 있는 도시들을 조명하는 기사를 실었다. 


메데인의 달동네와 도심을 연결하는 케이블카 '메트로케이블'. Photo credit: Action Press/Rex Features


파하르도는 2004년부터 4년 동안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살인이 대규모 산업 수준으로 횡행하던’ 도시를 바꿨다. 미국 프린스턴대가 펴낸 ‘성공적인 사회를 위한 혁신’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임기 동안 무엇보다 지방정계에 퍼져 있던 몇몇 가문들의 기득권 네트워크를 깨는데에 주력했다. 거둬들인 세금이 시 정부에 들어오지도 않은 채 새나가는 걸 막고, 공공서비스를 개선했다. 비정부기구들과 ‘시민협정’을 체결해 시정 참여를 높였다. 퇴임 당시 파하르도의 지지율은 90%에 육박했다. 

 

뒤이은 시장들도 파하르도의 모델을 따라 개혁을 계속했다. 메데인은 ‘메트로플러스’라는 이름의 공공 버스연결망을 계획하고 있다. 2011년에는 올라다니기도 어렵던 언덕배기 슬럼가와 도심을 연결하는 384m 길이의 케이블카를 설치해 사회적 통합의 성과를 거뒀다. 



독일 베를린과 프랑스 파리에서는 동성애자 시장들이 같은 기간 나란히 집권해 도시개혁에 나섰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베를린 시장을 지낸 클라우스 보베라이트와 파리 시장을 지낸 베르트랑 들라노에가 그들이다. 보베라이트는 낡은 도심을 21세기의 문화 발전소로 변모시켰다. 들라노에는 ‘벨리브’라는 이름의 자전거 공유시스템을 도입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이를 공유 자동차로까지 확대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여러 시장들이 하이테크산업을 육성해 오래된 도시를 새 산업중심으로 만들었다. 1938년 시장선거가 도입된 이래로 사민당 출신이 한번도 빠짐없이 시장에 당선된 덴마크 코펜하겐은 녹색 도시의 대명사다. 특히 각국의 중앙정부들이 긴축 압박에 시달리면서, 상대적으로 예산 운용이 자유로운 도시들의 번영이 더욱 눈길을 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서울도 도시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혔다. 신문은 시민사회운동가 출신인 박원순 시장이 당선된 뒤 중앙정계 정당의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났으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통신망과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시민 참여를 늘려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가디언은 특히 박 시장이 추진해온 공유경제와 복지정책에 주목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 도시들의 모델은 실리콘밸리를 모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는 부자들의 재산이 축적될지언정 그것이 시민들에게 흘러가는 ‘낙수효과’는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혁신하는 도시들은 많지만, 예외없이 고민들을 떠안고 있다. 가장 큰 고민거리는 빈부격차다.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 시절 12년간 교육수준을 높이고 범죄율을 낮추고 경제를 키운 뉴욕이 대표적인 예다. 


격차를 줄이기 위해 도시들은 시민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소통하는 방법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안느 이달고 현 파리 시장은 예산의 5%를 시민참여에 맡기겠다고 했고, 핀란드 헬싱키는 시민들이 시 행정에 관한 애플리케이션을 스스로 만들수 있도록 인터페이스(API)를 공개했다. 가디언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표시로 시청 밖에 커다란 귀 모양 조형물을 설치한 박 시장의 예를 들면서 “결국 도시들의 최대 도전은 위와 아래를 창의적인 방식으로 연결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주요 혁신도시의 성과와 과제 (자료: 가디언)

도시/혁신을 이룬 시장(재임기간·소속 정당)/주요 성과/남은 도전

  • 독일 베를린


-클라우스 보베라이트(2001~2014·사민당)

-관광객·이민자·투자자 모두에게 매력있는 다문화 도시로 재탄생

-브란덴부르크 신공항 건설 지연

  • 프랑스 파리


-베르트랑 들라노에(2001~2014·사회당)

-무료 임대용 공공자전거와 공공자동차 도입

-빈부격차, 특히 도심지역과 외곽 무슬림 거주지역 간 격차

  • 한국 서울


-박원순(2011~·무소속→새정치민주연합)

-시민참여를 개척한 ‘귀기울이는 시장’, 공유경제와 복지정책, 브로드밴드 인프라

-중앙정부와 거대기업들이 시장에게 갖는 적대감

  • 미국 뉴욕


-마이클 블룸버그(2002~2013·공화당→무소속)

-경제성장 속에 범죄율을 낮춘 것, 버려진 고가도로로 만든 하이라인파크

-경제적 불평등 심화

  • 콜롬비아 메데인


-세르지오 파하르도(2004~2007·무소속→녹색당)

-마약카르텔의 도시에서 세계적인 혁신의 도시로 변모

-중앙정부와 마약갱, 게릴라들의 평화협상이 타결되지 않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