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이라크·시리아의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의 싸움에 지원병력 125명을 추가 파병하기로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7일 독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 IS와 싸울 이라크군 병사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추가로 병력을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미 파병돼 있는 150명을 포함, 이로써 영국의 파병 규모는 275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앞서 파병된 영국군은 주로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정부 군대의 훈련을 지원해왔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연합군(CJTF-OIR)의 휘장.
2003년 미국 조지 W 부시 정권이 이라크 침공을 감행했을 때 세계가 반대했지만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정권은 ‘부시의 푸들’이라는 비난까지 들어가면서 미국 편에 섰다. 영국은 이라크 남부 바스라 등지의 치안을 맡아 2009년까지 병력을 보냈다. 그러나 이라크전 와중에 영국군 179명이 사망했고, 이후 영국에서는 거센 논란이 일었다. BBC,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블레어 정부가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정보를 ‘왜곡’해 국민들을 호도했다고 폭로했고, 이는 정치 스캔들로 비화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는 이라크에서 군대를 빼내고 종전을 선언했으나 1년 전인 지난해 6월 9일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이 IS에 함락된 뒤 곤혹스런 처지가 돼 버렸다. 그후 IS는 ‘칼리프(이슬람 수장) 국가 수립’을 선포했다.
오바마 정부는 IS와의 전쟁에 나섰지만 미군 지상군은 투입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라크 내 미국 시설 경비와 이라크군 지원 명목으로 3500명 가량이 파병돼 있다. 바그다드의 미 대사관과 북부 아르빌의 영사관 경비에만 800명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도 IS와의 전쟁과는 거리를 뒀으며, 공군 전투기를 미국 주도 ‘국제연합군’에 보내는 선에서 그쳐왔다.
미국은 2014년 10월 ‘내재된 결단(Inherent Resolve)’이라는 작전명으로 미군이 주도하는 연합군(CJTF-OIR)을 꾸렸다. 연합군에 가담, 직접 이라크·시리아 IS 지역 공습에 나선 나라는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요르단, 모로코, 영국 등이다. 호주,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는 시리아는 제외하고 이라크 내 군사활동에만 참여한다. 독일과 이탈리아,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은 병참 지원과 이라크군 훈련 등의 간접적인 지원만을 맡고 있다. 걸프국들 중에서 바레인과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이라크에 대한 개입은 피한 채 시리아 공습에만 전투기를 보냈다.
하지만 지상군 투입 없는 공습은 지지부진하다. 실제로 전투를 벌이는 것은 이라크군이지만, 미국이 2003년 사담을 몰아낸 뒤 군대를 해체하고 내무부 산하 ‘치안군’으로 편제해놨기 때문에 전투력이 취약하다. 그래서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라크 국민군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라크 정부군은 이슬람 수니파인 IS에 맞서 시아파 민병대를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아사이브 알하크, 바드르기구, 카타이브 헤즈볼라, 약속의날 여단, 니네베보호부대 같은 시아파 민병대들은 대개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는 뜨거운 감자 같은 존재들이다. 북부 쿠르드자치정부 군대 ‘페쉬메르가’는 전투 능력이 있지만 이라크 정부와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시리아에서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으며 독재정권에 맞선 내전을 시작했던 야당연합이 있으나 전투 수행능력은 매우 떨어진다. 시리아에서도 역시 쿠르드 민병대가 나서서 IS와 싸우고 있다. 최근에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정부군이 주로 IS에 맞서고 있으나, 아사드는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온 세습 독재자이며 미국 등 각국이 퇴진을 요구해온 인물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IS와의 전쟁은 제대로 진행되기 힘들다. 지난달 IS는 이라크에서 바그다드로 이어지는 길목인 라마디를 장악했고, 이어 시리아의 유적도시 팔미라를 손에 넣었다. 이라크군이 7일 요충지 중의 하나인 바이지를 탈환했다고 하지만, IS가 오는 29일 자칭 ‘칼리프 국가 수립’ 1년을 앞두고 총공세를 벌여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난해 6월 29일은 이슬람 금식 성월(聖月)인 ‘라마단’의 첫날이었다. 올 라마단 첫날은 오는 18일이므로, 이 무렵 공격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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