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비리 수사 파장이 일파만파다. 유엔은 FIFA와의 사업을 재검토하기로 했고, 브라질에서는 국정감사 이야기가 나온다. 월가 대형 금융기관들은 ‘돈세탁’ 여부를 놓고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 수사당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비리와 관련해 씨티그룹, JP모건, HSBC 등 월가 대형 은행들로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마켓워치는 28일(현지시간) 검찰 관계자를 인용, 금융기관들이 FIFA 인사들의 뇌물 ‘돈세탁’을 알고 있었거나 협력했는지가 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날 뉴욕타임스 등을 통해 공개된 검찰 기소장 내용에 따르면 이 월가 은행들은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FIFA 관리들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월드컵 대회 유치를 희망하는 나라들, 스포츠마케팅 업체들 간 리베이트와 불법 로비자금 이체에 이용됐다.
부패 파문이 거세게 일자 유엔은 FIFA와의 협력사업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28일 수사 상황을 주시하면서 FIFA와의 협력사업들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과 FIFA는 1990년대 말부터 빈곤퇴치와 인권·보건·양성평등·아동보호 등 다양한 메시지를 내걸고 FIFA와 함께 갬페인을 해왔다. 지난달에는 지네딘 지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이 참여하는 유엔개발계획(UNDP)-FIFA 빈곤퇴치 친선경기를 열기도 했다.
27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연례총회에서 제프 블라터 회장이 연설하고 있다. 스위스에서 FIFA 간부들이 비리 혐의로 무더기 체포됐고 블라터 사퇴 요구가 커지고 있으나, 그는 “내가 모든 사람을 매 순간 감시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반박했다. /EPA
스위스 당국에 고위인사가 체포된 브라질에서는 의회가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스위스 검찰은 주제 마리아 마린 전 브라질축구협회 회장을 FIFA 비리 연루 혐의로 체포했다. 브라질 연방상원은 이 문제를 계기로 축구협회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를 주도한 것은 축구스타 출신 호마리우 상원의원이었다. 그는 “축구협회와 후원사들 간 계약을 조사해야 한다”며 “축구협회의 블랙박스를 열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뇌물 의혹이 제기된 월드컵 개최지 선정과 관련 있는 나라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아공 측은 일단 “2010년 대회 유치 과정에서 뇌물을 준 것은 없다”며 부인했다. 그러나 잭 워너 전 FIFA 부회장의 뇌물 수수 경로와 구체적인 정황들이 미 검찰에 모두 포착된 이상, 부인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제이콥 주마 대통령의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정권에게 월드컵 개최는 핵심 치적 중 하나다. 정부는 일단 부인하며 “미 검찰의 공소장 내용부터 봐야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국내에서 조사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개최지인 러시아는 미국의 수사에 강력 반발했고, 미국이 다시 이를 반박하면서 가뜩이나 나쁜 관계가 더 악화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 검찰이 FIFA를 수사하고 나선 것을 맹비난하며 정치적 ‘의도’를 거론했다. 그러자 제프리 래스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부패는 용납할 수 없다는 미국의 메시지를 보여줬을 뿐”이라고 받아쳤다.
반면 2022년 대회 개최지인 카타르는 침묵하고 있다. 카타르를 개최지로 선정하는 과정에 거액이 오갔다는 의혹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으며, FIFA가 조사를 해 “문제가 일부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FIFA는 2년여에 걸친 윤리위원회 자체 조사 보고서를 공개하길 거부해, 의혹이 더욱 확산되는 걸 자초했다.
이번 미 검찰 수사에서 주로 폭로된 것은 남아공과 FIFA 고위간부들 간 뇌물 거래다. 당장 카타르가 직접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다. 카타르는 월드컵 공사장 건설에 동원된 네팔 등 남아시아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난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FIFA 수사 문제를 거론하며 맞서기보다는, 몸을 낮춰 침묵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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