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파(熱波)’의 여름이 될 것인가. 아직 초여름인 북반구 곳곳에서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도에선 1000명 넘는 이들이 무더위로 숨졌고,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남유럽은 폭염 때문에 수확량 걱정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선 땅이 쩍쩍 갈라졌다. 몇 해 전 유럽과 미국 등지를 휩쓸었던 열파처럼 대규모 인명피해가 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아시아, 중동, 유럽…곳곳 살인 더위
인도는 해마다 3~5월 무더위가 찾아오고 특히 5월이 가장 더운 달이지만, 올해는 유난했다. 낮 기온이 40도 이상 올라가는 고온이 이어지면서 안드라프라데시, 텔랑가나, 오리사 등 몇몇 주의 폭염 사망자 수는 26일 1100명을 넘었다. 주 정부들이 임시 의료소와 대피소, 물 공급소 수천 개를 설치하며 대응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특히 올해엔 무더위 전 평년보다 서늘한 날씨가 이어지는 바람에 주민들 신체리듬이 깨진 것도 사망자가 늘어난 원인으로 보인다고 타임스오브인디아는 보도했다.
An Indian man sits under the hot sun next to his sheep on the outskirts of Hyderabad on May 25, 2015. /AFP
이스라엘은 이미 이달 중순 한 차례 열파를 기록했으며, 26일부터 ‘2차 열파’가 들이닥쳤다. 현지 언론 하레츠 등에 따르면 27일에는 전국 거의 대부분 지역이 40도가 넘었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을 여행중이던 자국민이 일사병으로 숨지는 일이 일어나자 지난 19일 여행자들에게 열파 주의령을 내렸다.
남유럽의 스페인과 포르투갈에는 이달 중순 때이른 폭염이 찾아왔다. AP통신은 스페인 도시 20곳 이상에서 이상고온이 나타났으며, 당국은 곡물 수확량이 줄어들까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탈루냐 주정부는 농민들에게 열파에 대비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동부의 사티바라는 곳은 지난 14일 기온이 43도를 기록했고 코르도바도 40도가 넘었다.
기후변화와 ‘복지 구멍’
이미 21세기 들어 열파는 세계 곳곳에서 불안거리가 되고 있다. 2003년 유럽 전역에서 이상고온이 계속돼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1만5000명 이상이 숨진 프랑스에서는 열파가 큰 이슈로 비화했다. 사망자 상당수가 홀로 사는 노인들이었기 때문이다. 이웃 간 단절과 노인들의 고립이 심각한 이슈로 떠올랐다.
2006년 미국 열파 때에도 비슷한 논란이 벌어졌다. 노인들, 빈민들이 탈수증으로 실신해 잇달아 병원으로 실려갔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 등은 에어컨이 설치된 ‘긴급피서지’를 만들었으나 결국 225명이 숨졌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것은 부자들인데, 기후변화로 인해 극심해진 더위 피해는 약자들이 짊어진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인도도 마찬가지다. 이번 열파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안드라프라데시는 ‘인도의 쌀그릇’이라 불리는 곡창이지만 주민의 60%를 차지하는 농민들은 대부분 가난하다. 이웃한 텔랑가나는 2013년 안드라프라데시에서 분리돼 나온 주(州)로, 사탕수수·목화 플랜테이션이 많은 빈곤 지역이다.
올 여름 ‘극단적인 날씨’ 오나
열파가 나타나는 직접적인 이유는 지역별로 다르다. 미국 동부 해안 지역에서는 멕시코만류의 이상 흐름이, 산불이 잦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웨스턴케이프에서는 내륙 고기압과 ‘베르그윈드(산바람)’라는 기류가 만나 열파를 만드는 식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열파가 갈수록 잦아지고, 또 길어진다는 점이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People sunbathe in a beach in Barcelona, Spain, Friday, May 15, 2015. /AP
지난달 네이처 기후변화 저널 분석에 따르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변화로 가장 많이 나는 것은 역시 더위였다. 저널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현상 중 고온(75%)이 가장 많았다.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의 주도 하이더라바드의 경우 연간 닷새 정도였던 열파 기간이 갈수록 늘어 몇년 내 40일을 넘어설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호주는 미국 서부·내륙지역과 함께 수십일 동안 초고온현상이 지속되는 상습 열파 지역이다. 남반구인 호주에서는 2012년말~2013년 초 열파가 극심해 ‘앵그리 섬머’라는 말까지 나왔다. 당시 90일에 걸쳐 고온 기록이 123개나 경신됐다.
이미 브라질은 극심한 가뭄에 정권이 휘청일 정도이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가뭄 때문에 물공급까지 제한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5일 스위스에서 열린 회의에서 올해도 극단적인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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