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버섯구름같은 별무리가 우뚝 솟아오른다. 1888년 스코틀랜드 여성 천문학자 윌리어미나 플레밍이 처음 발견한 이래로, 100년 넘게 아마추어 천문관측가들과 과학소설 작가들의 관심거리가 돼왔던 ‘말머리 성운’의 모습이다. 2013년 마침내 이 성운이 지구인들 앞에 생생한 모습을 드러냈다. 캄캄한 우주를 배경으로 붉게 빛나는 별들은 장관이었다. 허블우주망원경의 광범위광학카메라(WFC3)가 지구로 찍어보낸 초고해상도의 사진들은 1500광년 떨어진 성운의 모습을 생생히 담아냈다.
허블망원경이 25일로 가동 25주년을 맞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허블의 업적을 기념하는 성대한 축하잔치를 계획하고 있다. 20일부터 26일까지는 ‘허블 기념주간’이고, 26일에는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허블이 보내온 이미지들을 공개한다. 워싱턴, 샌디에이고, 볼티모어 등 미국 곳곳에서 허블이 찍어보낸 사진들이 전시된다. 이달 들어 미국 곳곳의 아이맥스 영화관에도 허블망원경을 소재로 했거나 허블이 보내온 이미지들을 담은 3D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다. NASA는 허블의 생일을 축하하는 웹사이트(hubble25th.org)를 따로 만들어 우주의 화려한 이미지와 영상들을 공개하고 있다.
지구 밖에 망원경을 설치한다는 구상은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현실로 이뤄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60~70년대 미·소 우주경쟁 속에서 미국과 유럽은 우주망원경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시작했으나 예산을 모으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다. 기술적인 난관도 적지 않았다. 인류가 달에 발을 딛고 우주왕복선이 지구 밖을 오갔지만 누군가가 ‘밖으로 나가’ 우주에 망원경을 설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1983년 허블 발사계획을 수립했고 2년 뒤 제작을 마쳤다. 망원경에는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를 밝혀낸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의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1986년 챌린저호 폭발사고가 일어나면서 발사가 한 차례 좌절됐다. 마침내 허블이 우주로 나간 것은 1990년에 이르러서였다. 그 해 4월 24일 허블이 발사됐고, 이튿날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의 승무원들이 망원경을 설치했다. 이 때부터 허블은 우주로 열린 지구의 눈이 됐다. 1994년에는 목성을 스쳐간 슈메이커-레비 혜성의 모습을 담았고, 2005년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목성의 위성 2개를 찍어보냈다.
2008년 허블은 10만 바퀴 순회 기록을 세웠다. 2011년이 되자 허블이 보내온 자료를 이용해 세계에서 발표된 과학논문이 1만건에 이르렀다. 지난해에는 인류가 발견한 가장 먼 은하인 130억 광년 거리의 은하를 관측했다.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에 큰 바다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찾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25년간의 여정을 거치며 허블은 고장과 설비 노후를 겪고 있다. 영화 ‘그래비티’는 고장난 허블을 고치는 우주인들의 임무를 담았는데, 실제로 허블은 발사된 뒤 5차례 수리를 거쳤다. 2009년 마지막 수리작업은 애틀랜티스호 승무원들이 맡아 했다. NASA는 허블이 2020년까지는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공식 활동은 2017년까지로 잡고 있다. 2018년 NASA는 허블의 후계자인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을 발사한다. 제 몫을 다한 허블은 회수해 미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허블이 찍어 보낸 사진들
Jupiter’s Great Red Spot
Saturn
Orion Nebula
Planetary Nebula NGC 5189
Planetary Nebula NGC 6302
Pillars in the Monkey Head Nebula
Crab Nebula
Supernova Remnant 0509-67.5
Sombrero Galaxy
Stephan's Quint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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