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의지를 가진 모든 남성들과 여성들, 멀리 있고 가까이 있는 모든 이들, 민간 기구의 고위층에 있는 사람들, 오늘날에도 이뤄지는 노예제의 채찍질을 목도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호소합니다. 이 악(惡)의 공범이 되지 말아 주십시오. 자유와 존엄성을 빼앗긴 우리 형제자매들, 우리의 형제 인류가 겪는 고통에 등돌리지 마십시오.”
바티칸이 운영하는 웹사이트가 14일(현지시간) 개설됐습니다. 가톨릭 교리나 봉사활동, 교황청의 행사를 담은 사이트가 아니라 ‘현대판 노예제’를 비판하고 해결책을 찾는 사이트입니다.
‘노예제를 끝내자(www.endslavery.va)’는 이름의 이 사이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3월 즉위 이래로 줄곧 제기해왔던 인신매매와 아동노예·성노예 등 21세기에도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늘어가는 노예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교황은 2020년까지 인신매매를 종식시키자며 세계에 호소했고, 지난해 말 세계 종교지도자들과 힘을 합하기로 다짐했지요. 영국 국교회인 성공회의 캔터베리 대주교, 그리스 정교회 총대주교를 비롯해 유대교·이슬람·힌두교·불교 지도자들과 바티칸에서 만나 인신매매와 강제노동, 성매매, 인체조직·장기밀매 같은 반인도적인 범죄에 맞서자는 ‘종교지도자 공동선언’을 발표했고요.
그리고 4개월여 만에 웹사이트를 열었고, 트위터 계정(@nonservos)도 개설했습니다. 이게 참 복잡하고 어지러운 주제인데...
로마 가톨릭이, 그것도 교황이(!)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선두에 나설 줄은 예상도 못했습니다!
아동노동에 대한 책 한 권 - <다른 세상의 아이들>
정말로 ‘다른’ 세상의 아이들인가. 눈 먼 우리에겐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이 싸구려 흰색 블라우스, 지금 내가 신고 있는 (역시나 싸구려인) 검정 샌들, 학교 다니며 웃고 떠드느라 정신 없는 내 딸이 입고 다니는 티셔츠와 바지 따위가 ‘저 아이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보장이 있는가.
아니, 사실은 보지 않아도 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피땀을 통해 내 곁에까지 와 있다는 것을. 나 뿐만 아니고 누구든, 저 아이들을 ‘다른 세상의 아이들’이라 할 수는 없다. 그들은 우리 세상의 아이들이고, 나와 내 아이의 검은 그림자다.
교황청 산하 과학·사회과학아카데미는 인신매매와 노예제 문제에 대해 이달부터 잇달아 회의와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오는 17일부터 21일까지는 인신매매 범죄 문제에 대한 회의가 열리며, 오는 27일에는 교황청 주재 스웨덴 대사관 등과 함께 인신매매의 ‘특수한 희생자’가 되는 어린이 노예노동에 대한 세미나를 열 계획입니다.
세미나, 회의 같은 것으로 무슨 효과가 있겠나 싶기도 하지만, 가려진(아니면 우리가 모른 척하는) 노예제 문제에 대해 알린다는 점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흔히들 노예제가 이미 지난 세기에 사라진 것으로 여기지만 노예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노예노동과 인신매매 실태를 조사해온 미국 학자 케빈 베일스는 저서 <일회용 사람들>(1999)에서 ▲자신의 선택이 아닌 강요나 사기에 의해 ▲생존에 필요한 것 이상의 보수를 받지 못한 채 ▲강제로 노동에 종사하는 경우를 ‘노예’로 규정합니다.
21세기의 노예들... 영국에만 1만3000명, 첫 정부 공식 보고서
국제 노동인권단체 워크프리는 지난해 11월 “세계 인구의 0.5%에 해당하는 3580만명이 노예 상태에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노예 인구 추정치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조사 방법이 정밀해졌고, 강제결혼을 당한 사람 등도 노예상태에 있는 것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라고 이 단체는 설명했습니다.
노예 인구의 비율은 전근대 사회에 비해 줄었으나, 세계 인구가 늘어난 까닭에 노예노동에 종사하는 사람 수는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많습니다.
[현대의 노예들을 다룬 책들]
끊어지지 않는 사슬 -2천7백만 노예들에 침묵하는 세계
스웨덴의 새 법률에 따르면 성을 파는 것은 합법이지만 그것을 구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성을 구매하는 것만을 범죄로 정한 것은 남성과 여성 사이의 힘의 불균형을 바로잡으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이다. 의회는 성을 파는 여성과 그것을 사는 남성 사이의 경제적, 사회적 관계를 불평등한 것으로 보고, 여성의 몸을 살 수 있는 남성의 능력은 일종의 남성 우월권으로 간주하여 저항하고 제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 21세기 노예제, 그 현장을 가다
스키너의 작업은 취재의 위험도나 생생한 르포르타주 모든 면에서 두드러진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노예’라는 용어였다. 인신매매, 강제노동, ‘현대판 노예제’, ‘노예와 다름없는 노동’ 같은 완곡어법을 거부하고 그는 ‘노예’ ‘노예제’라는 말을 쓴다. 완곡어법으로 현실을 가리지 않고 드러내 보이는 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단체가 발표한 ‘세계 노예지수’에 따르면 노예 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인도이고, 인구 중 노예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아프리카 중서부 모리타니랍니다. 모리타니의 경우 무장한 부족군벌집단이 특정 지역 주민들을 예속시켜 착취하는 것으로 악명 높습니다.
IS "비무슬림 여성들은 성 노예로 삼아도 된다" 지침까지 공표
최근에는 이슬람국가(IS)와 보코하람같은 극단주의 무장조직들이 마구잡이로 노예들을 잡아갑니다. 특히 여성들(어린 소녀들을 포함해서)은 성노예로 전락해 극도의 가혹한 처우를 받습니다.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닙니다. 위에서 소개한 벤저민 스키너의 책에는 한국도 거론됩니다. 동유럽 여성들이 성노예로 팔려가는 곳 중의 하나가 한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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