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21세기의 노예들... 영국에만 1만3000명, 첫 정부 공식 보고서

딸기21 2014. 11. 3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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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성매매 현장에 내몰리는 소녀, 공장이나 농장에서 사실상 감금된 채 일하는 사람, 어선에 갇혀 강제노동을 해야 하는 사람, 가사도우미로 ‘취직’했지만 제대로 된 월급도 못 받고 인간 이하의 삶을 강요당하는 여성…. 여전히 세계 곳곳에 가려진 채 존재하는 ‘현대판 노예’들이다.

 

영국 내무부가 29일 영국 내 노예노동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노예처럼 열악한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이 영국에만 최대 1만3000명으로, 기존 추정치보다 4배나 된다고 BBC방송 등이 보도했다. 이들 대부분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동유럽과 카리브 지역 등 외국에서 들어온 이주민들이다. 


현대판 노예를 뿌리뽑기 위한 첫 단계는 그들의 존재를 직시하는 것

 

영국 정부가 현대판 노예 문제에 대해 공식 보고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은 “사회의 악인 현대판 노예를 뿌리뽑기 위한 첫 단계는 그들의 존재를 직시하는 것”이라며 “이들의 존재 규모는 충격적이며, 시급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영국 인권·노동단체들은 불법 이주해온 제3세계 출신들이 곳곳에서 노예노동을 강요받고 있다며 정부의 대응을 촉구해왔다. 

 

영국 범죄수사국은 이런 지적에 따라 지난해 2744명 이상이 노예노동에 시달려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숨겨진 노예들’임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 의회는 노예노동을 종식시키기 위해 ‘현대판 노예에 관한 법’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노예제는 이미 오래 전에 종식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21세기에도 여전히 노예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노예노동 실태를 조사해온 미국 학자 케빈 베일스는 저서 <일회용 사람들>(1999)에서 ▲자신의 선택이 아닌 강요나 사기에 의해 ▲생존에 필요한 것 이상의 보수를 받지 못한 채 ▲강제로 노동에 종사하는 경우를 ‘노예’로 규정하고 있다. 



현대의 노예제를 조사해온 이들은 세계에서 최소 2700만명 가량이 노예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왔으나 국제 노동인권단체 워크프리는 지난 17일 “세계 인구의 0.5%에 해당하는 3580만명이 노예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노예 인구 추정치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조사 방법이 정밀해졌고, 강제결혼을 당한 사람 등도 노예상태에 있는 것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라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 


이 단체가 발표한 ‘세계 노예지수’에 따르면 인도에 노예 수가 가장 많았다. 인구 중 노예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아프리카 중서부 모리타니였다. 모리타니의 경우 무장한 부족군벌집단이 특정 지역 주민들을 예속시켜 착취하는 것으로 악명 높다.

 

물론 세계에서 노예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유사 이래 가장 적다. 그러나 노예노동을 하는 사람 수 자체는 인구규모가 커짐에 따라 ‘역사 상 최대’라고 인권단체들과 연구자들은 지적한다. 미국 저널리스트 벤저민 스키너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서 ‘더부살이’로 불리는 아이티의 가내 아동노예, 무슬림들에게 조직적으로 ‘사냥’을 당하고 노예로 전락하는 수단 남부의 아프리카계 주민들 등의 실태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영국 보고서에서는 루마니아와 폴란드, 알바니아 출신 노예노동 사례가 여럿 포함돼 있다. 동유럽은 냉전이 끝난 뒤 일자리를 잃고 사회안전망이 무너져 노예노동의 사슬에 수많은 사람들이 말려들어가게 된 대표적인 지역이다. 터키 등을 거쳐 성노예로 팔려가는 여성들, 스페인 등 남유럽에 예속노동자로 팔리는 남성들 사례가 많이 보고돼 있다. 루마니아 어린이들이 이탈리아 등지의 범죄조직에 ‘구걸을 위한’ 노동력으로 인신매매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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