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지하디스트 대 자원병들... 시리아는 왜 '용병들의 전쟁터'가 됐을까

딸기21 2014. 11. 24. 15:45
728x90

제임스 휴즈는 영국 육군 병사로 5년간 복무하면서 아프가니스탄에도 세 차례나 파병됐습니다. 본인이 페이스북 등에 밝힌 바에 따르면 그렇다고 합니다. 아무튼 휴즈는 올들어 전역했지만 곧 다시 총을 잡았습니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은 터키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 북부입니다. 


휴즈는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포위된 채 저항을 계속하고 있는 코바니에서 쿠르드족 민병대에 합류해 싸우고 있습니다. 그는 역시 영국인인 친구 제이미 리드와 함께 쿠르드 청년 군사조직인 YPG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리드는 최근 페이스북에 IS와의 전투 상황을 전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반 IS 진영에 합류하는 '외국' 젊은이들


휴즈와 리드가 소속된 부대에는 최소 15명의 서방 출신 ‘용병’들이 있다고 합니다. 시리아인도, 이라크인도 아니지만 어떤 연유에서든 IS와의 전쟁에 뛰어들어 싸우고 있는 젊은이들입니다. 영국 대테러전문가들은 이들 외에도 500명 가량이 쿠르드 민병대를 비롯한 군사조직에 소속돼 ‘반 IS’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왼쪽이 제임스 휴즈, 오른쪽은 제이미 리드.


런던 경찰청은 최근 런던 북부에 살던 17세 소녀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쿠르드 혈통이 섞인 이 소녀는 지난주 유로스타를 타고 벨기에를 거쳐 시리아로 이동, IS와 싸우는 전사가 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쿠르드 민병대에는 여성 전사들의 조직인 YPJ가 별도로 꾸려져 있습니다. 


IS를 비롯한 이슬람 극단조직에 ‘지하디스트(성전에 나선 전사)’들이 몰려들고, 이들에 맞선 ‘반 IS’ 전사들까지 줄을 이으면서 이라크와 시리아는 ‘용병들의 전쟁터’가 되고 있습니다. 


‘현대판 용병’은 보통 이라크·아프간전에 투입된 블랙워터(이라크에서 온갖 문제를 일으킨 뒤에 지금은 Academi라는 말도 안 되는 이름으로 회사명을 바꾸었죠;;)같은 거대 민간군사회사(PMC)를 가리키는 말이었지요. 그런데 개별적으로 전쟁의 한 진영에 가담해 전투에 뛰어드는 고전적인 형태의 용병들이 최근 크게 늘었습니다.

 

그들은 왜 목숨 걸고 시리아로 향할까


먼저, '용병(mercenary)'은 어떤 사람들을 말하는 걸까요. 


Article 47


Mercenaries 


1. A mercenary shall not have the right to be a combatant or a prisoner of war. 

2. A mercenary is any person who: 

(a) is specially recruited locally or abroad in order to fight in an armed conflict; 

(b) does, in fact, take a direct part in the hostilities; 

(c) is motivated to take part in the hostilities essentially by the desire for private gain and, in fact, is promised, by or on behalf of a Party to the conflict, material compensation substantially in excess of that promised or paid to combatants of similar ranks and functions in the armed forces of that Party; 

(d) is neither a national of a Party to the conflict nor a resident of territory controlled by a Party to the conflict; 

(e) is not a member of the armed forces of a Party to the conflict; and 

(f) has not been sent by a State which is not a Party to the conflict on official duty as a member of its armed forces.


위에 인용한 것은 1949년 채택된 제네바협약 부속의정서에 적힌 용병의 정의입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문서보관소에서 퍼왔습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용병’은 “분쟁 당사국 국적자가 아니고 특정 국가에 의해 파병된 것이 아니면서 사적인 이유 혹은 이익을 위해 적대행위에 참여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유럽은 용병의 역사가 깁니다. 근현대 들어와서도, 영국엔 '구르카 용병'을 비롯해 식민지 쟁탈전 시절부터 오랜 기간 용병이 있었지요. 프랑스는 여전히 '외인부대'를 공식적으로 두고 있습니다만... 주로 프랑스 식민지였던 나라들에서 모병해, 정규군 편제 하에 묶어두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미 19세기 말에 용병 고용을 금지시켰고, 지금은 대부분의 나라들이 용병을 금하고 있습니다. 그 대신 아프간전, 이라크전을 계기로 (조지 W 부시와 도널드 럼즈펠드 시절에) 군사·안보 부문을 대거 '민영화'하면서 블랙워터나 핼리버튼 계열 켈로그브라운&루트(KB&R) 같은 민간군사회사들에 엄청난 예산을 퍼줬지요;;


그런데 이번 시리아-이라크 'IS 전쟁'에서는 개별적으로 전투행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국가 간 전쟁 아닌 '무장세력 간 지상전', 용병 모집 늘어


2001년의 아프간전이나 2003년의 이라크전이 국가 대 국가의 전쟁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IS 전쟁’은 무장조직들 간의 싸움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점이 용병들이 크게 늘어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공습을 하고는 있으나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있지요. 그래서 지상에서의 전투 상황은 누가 더 많은 전투원들을 동원하느냐에 크게 좌우됩니다. 쿠르드 민병대와 IS 조직원들이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는 코바니의 상황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때문에 IS와 쿠르드 모두 경쟁적으로 전사들을 모집하고 있고, 양측의 주장에 동조하는 세계 곳곳의 젊은이들이 시리아로 향하고 있는 겁니다. 


휴즈를 비롯한 영국 청년들을 ‘모병’한 사람은 미국 국적의 조던 맷슨이라는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맷슨은 코바니 부근 로자바에 있는 YPG 조직인 ‘로자바의 사자들’에서 일하고 있다는군요. 그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반 IS 대의에 동조하는 젊은이들에게 접근, 의사를 확인한 뒤 시리아로의 이동을 주선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 가디언은 휴즈 등이 맷슨과 접촉한 이후 한달 여에 걸쳐 체코의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고 시리아에 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23일 전했습니다. 가디언이 발행하는 주간지 옵서버는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정규군인 ‘페쉬메르가’에도 캐나다 전직 군인 6명과 미 공군 출신 전역병이 합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습니다.



"용병 아닌 자원병력이다" "어떤 경위로든 적대행위 가담해선 안 돼"


IS 전쟁을 둘러싸고, 용병 논란이 가장 뜨겁게 일고 있는 나라는 영국입니다. 미국인 인질 살해범들이 영국 출신임이 알려져 충격을 받은 것이 석 달 전인데, 이번에는 쿠르드 진영에 들어간 영국 전역병의 존재가 알려져 다시 논쟁이 불붙었습니다. 


‘반 IS 용병’이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리드는 23일 BBC방송 라디오와 연결해 “우리는 지하디스트들에 맞선 쿠르드인들의 싸움을 돕기 위해 온 것이지 돈을 받고 온 게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금전적인 이유로 고용된 용병은 아니라 ‘자원 병력’이라는 것이죠. YPG를 지원하고 있는 프리랜서 기자도 “국제 테러조직인 IS에 맞선 싸움은 쿠르드만의 일이 아니다”라면서 “쿠르드 민병대로부터 무기와 군복 등을 지급받지만 돈을 받지는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어느 진영이 됐든 폭력의 악순환을 부르는 전투 가담자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영국 외교부는 “시리아에서 전투에 참여한 사람은 영국에 돌아온 뒤 체포돼 테러 가담 혐의로 기소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