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미·중 온실가스 감축 합의… 탄소배출 1·2위국 온난화 공동대응 첫발

딸기21 2014. 11. 1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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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합의’, ‘기후변화에 맞선 싸움의 새로운 이정표’. 12일 미국과 중국이 온실가스 줄이기에 합의한 것은 1992년 리우협약 이래 세계가 30여년 동안 기울여온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다. 지금까지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체제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두 나라가 손을 맞잡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중국이 감축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오바마, 편지로 시진핑 설득… 중국 대기오염 심화도 영향


무엇보다 두 나라는 에너지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세계 1, 2위를 차지하는 나라들이다. 지난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은 330억Mt(입방톤) 정도로 추정된다. 그 중 중국이 100억Mt, 미국이 55억Mt를 차지했다. 세계 탄소배출량의 절반 가까이를 두 나라가 뿜어낸 것이다. 이번 합의에 세계가 주목하는 것은, 이 두 나라가 나서지 않으면 지구 전체의 온난화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8년간 번번이 기후변화 대응의 발목을 잡았다. 이 분야 과학자·정부관리들의 회의체인 기후변화 정부간 패널(IPCC)의 보고서를 트집잡아 신뢰성을 흔들고, 기후변화 위험이 과장돼 있다며 평가절하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 들어 협력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에코 경제’를 내세웠지만 미국 경제가 가라앉으면서 탄소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미국이 중국·인도 등 거대 개도국들의 동참을 탄소감축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것도 국제적인 노력의 힘을 뺀 요인이었다.

 

중국은 중국대로 산업혁명 이후 온실가스 대부분을 배출한 ‘선진국들의 역사적 책임’을 주장하며 탄소감축량 목표치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에 저항해왔다. 경제개발을 가속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온 중국은 기후변화회의가 열릴 때마다 개도국 진영의 선두에 서서 목표 부과를 거부했다. 2009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때 양측은 이 문제로 격돌했다. 하지만 이듬해 멕시코 칸쿤 총회 때부터 중국의 태도에 변화가 나타났다. 목표치 강제부과는 거부했지만 자체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새 기후협정 기폭제 기대 속 목표 낮고 핵발전 늘려 한계


이번 합의를 통해 중국은 2030년 무렵부터 탄소배출량을 동결한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경제를 키울 시간을 벌면서 국제사회에는 ‘중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대기오염이 중국의 경제활동에 직접적 장애가 될 정도로 심각해진 것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문제는 중국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번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 기간 중국이 일시적으로 대기 정화에 힘쓴 것을 놓고 ‘APEC 블루(APEC 기간에만 보이는 푸른 하늘)’이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미·중 합의 덕에 다음달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총회는 한결 좋아진 분위기 속에 치러지게 됐다. 이번 회의는 제 20회 당사국총회이자 교토의정서 이후 10번째 회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은 리마회의에 관심을 모으기 위해 애써왔다. 미국 내에서는 마침내 중국의 감축 목표치를 끌어낸 것을 가시적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랜드마크(이정표) 협정”이라며 오바마 정부가 이를 위해 9개월간 조용히 협상을 해왔다고 보도했다. 내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당사국총회 때까지 새로운 글로벌 기후협정에 합의할 수 있게 하려고 오바마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편지까지 보내가며 설득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합의가 새 협정을 논의할 기폭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합의의 한계 또한 분명하다. 중국의 목표설정은 의미가 있으나 목표치 자체가 낮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탄소배출량을 43~51% 줄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거기에 비하면 중국의 ‘2030년부터 배출량 동결’이나 미국의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26~28% 감축’ 계획은 매우 미흡하다. 또 미·중 모두 탄소배출을 줄인다며 핵발전을 늘리고 있다. 중국은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비율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고 했지만, 동시에 현재 1.2%인 핵발전 비율도 2020년까지 6%로 늘릴 계획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는 8곳에 21개의 핵발전소가 있고 28개가 건설 중이다. 오히려 한국 등 주변국에는 중국의 조치가 위험요인이 될 수도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의 감축목표가 제대로 달성될 지도 불확실하다. 상·하 양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경제가 침체되고 일자리가 줄어든다”며 탄소감축에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백악관이 12일 합의를 발표하자마자 “비현실적인 계획”이라 비난했다. 오바마 정부의 탄소 줄이기 조치들은 의회의 반대에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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