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비리 수사 뒤에는 ‘죽음의 상인’을 추적했던 미국의 검사가 있었다.
FIFA 간부들이 줄줄이 체포된 직접적인 계기는 스위스 검찰이 지난해 11월 수뢰 의혹으로 기소를 한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기소장에는 ‘미상의 인물들’에 대한 뇌물 혐의로만 적혀 있었다. FIFA가 내부 조사를 벌여놓고도 상세한 내용을 전달하지 않은 탓이다. 전말이 담긴 보고서를 만든 사람은 마이클 가르시아(위 사진)였다.
미 뉴욕주 검사 출신인 가르시아는 2012년 7월 FIFA 윤리위원회 산하 부패의혹 조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2년여에 걸친 조사 끝에 그는 2014년 9월 430쪽이 넘는 조사보고서를 제출했다. 2018·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조사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FIFA 윤리위원회는 보고서 전문을 공개하기를 거부하고 42쪽짜리 요약본만 발표했다. 이 조치는 FIFA 소속단체들 사이에서조차 공분을 샀다. 독일 축구연맹은 가르시아 보고서라 명명된 이 보고서 전체를 공개하지 않으면 FIFA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FIFA는 공개 요구를 재차 거부했다.
가르시아는 뉴욕주 검사 시절 국제범죄 수사로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다. 태국에서 체포된 러시아 출신 무기거래상, ‘죽음의 상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빅토르 부트를 추적해 결국 인도받아 조사한 것도 가르시아였다. 이 때문에 2013년 미-러 외교갈등이 불거졌을 때 러시아가 그를 미국인 입국대상자 목록에 올리기도 했다.
FIFA가 보고서를 감추려 하자 가르시아는 ‘리더십 부재’를 공개 비판하며 사퇴했다. 곧이어 미 뉴욕주 검찰은 그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전면 수사에 들어갔다. 가르시아는 뇌물이 주로 미국 땅에서 오갔음을 지적, 미 당국이 수사에 나설 명분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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