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키워드로 본 2014년] 로제타

딸기21 2014. 12. 22. 15:23
728x90

올 1월 20일 독일 다름슈타트의 유럽우주국(ESA) 우주센터가 갑자기 바빠졌다. 혜성탐사선 ‘로제타’가 동면에서 벗어나 신호를 보내오자 ESA는 “잠자는 미녀가 깨어났다”며 환호했다. 

 

ESA가 2004년 3월 야심차게 쏘아올린 혜성탐사선 로제타는 태양에서 최대 7억9000만km 떨어진 지점까지 여행을 했다. 태양광에너지로 움직이기 때문에, 태양 궤도에서 멀어진 2011년 6월부터는 모든 신호송수신을 멈추고 31개월의 겨울잠에 들어갔다. 



The Philae lander of the European Space Agency‘s Rosetta mission is safely on the surface of Comet 67P/Churyumov-Gerasimenko, as these first two images from the lander’s CIVA camera confirm on November 12, 2014. /ESA


마침내 깨어난 로제타는 다시 10개월을 더 비행해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에 다가갔다. 로제타의 목표는 태양계와 함께 생성된 혜성에 시추장비를 착륙시켜 태양계의 탄생 과정을 알려줄 정보를 모으는 것이었다. 


로제타는 지난달 12일 착륙용 유닛 필레(Philae)를 목성 주변의 67P에 닿게 하는데 성공했다. 필레는 로제타에서 떨어져나가 22.5km를 날아간 뒤 혜성에 내려앉았다. 인류가 쏘아보낸 탐사선이 혜선에 착륙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필레는 1년여 동안 자료를 전송하게 된다. 로제타는 혜성의 행로를 따라 목성 궤도 바깥으로 떠난 뒤 내년 말쯤에는 수명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6.45년의 비교적 짧은 주기로 태양을 선회하는 67P는 지름이 4㎞에 불과한데다 초속 18㎞로 움직인다. 여기에 필레를 안착시키는 것은 고난이도의 작업이었다. 미국·러시아보다 우주탐사가 뒤처져있던 유럽에서는 혜성 착륙 뒤 ESA의 성과에 대한 찬사가 쏟아진 반면, 미국에서는 “달 기지나 화성탐사처럼 거창한 목표에만 몰두하느라 정작 기초과학 지식을 쌓는데 필요한 탐사대상을 유럽에 빼앗겼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2014년은 근래 드물게 우주탐사 뉴스가 쏟아져 나온 한 해였다. 화성에 간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로봇 큐리오시티는 화성에 대형 호수와 메탄가스가 있다는 소식을 보내와 ‘화성 생명체’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렸다. NASA는 장차 화성 유인탐사의 바탕이 될 오리온 우주선을 이달 초 시험발사하기도 했다.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는 9월 24일 화성탐사선 망갈리안을 화성 궤도에 들여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사고도 많았다. 10월 28일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하던 미국 민간 무인 우주화물선이 버지니아주 월롭스섬의 기지에서 발사된 지 6초만에 폭발했고, 민간 우주여행사 버진갤럭틱의 우주선 ‘스페이스십2’가 사흘 뒤 캘리포니아주 남부 모하비 사막에서 시험비행을 하다가 폭발, 추락했다.



대테러전과 금융위기로 각국의 재정이 바닥난 탓에, 지난 10년 동안 우주개발 계획들은 줄줄이 축소 또는 폐기됐다. 미국은 우주왕복선들을 모두 퇴역시킨 뒤 ISS 수송도 러시아에 맡기거나 민간에 아웃소싱했다. 하지만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우주개발 프로그램들에도 속속 다시 시동이 걸리고 있다. 중국·인도·일본·브라질 등도 우주탐사에 나서면서 우주경쟁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4월에는 NASA 탐사선 새벽(DAWN)호가 세레스 왜성에 도달하며, 7월에는 뉴호라이즌호가 목성 권역에 이르게 된다. 뉴호라이즌은 태양계의 가장 바깥 부분 경계지대인 ‘카이퍼벨트’를 5개월간 탐사하면서 외계를 향한 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