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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무정부주의자 청년의 옥중단식

딸기21 2014. 12. 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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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서 은행강도 죄로 감옥에 간 청년의 ‘단식투쟁’이 격렬한 논쟁을 낳고 있다.

 

니코스 로마노스라는 21세 청년은 지난해 초 무장을 하고 은행에 들어갔다가 붙잡혀, 무장강도죄로 15년11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하지만 로마노스는 단순히 돈을 노린 강도가 아닌 무정부주의자였고, 6년 전 시위 도중 경찰의 총에 맞아 알렉시스 그리고로폴로스(당시 15세)의 친구였다. 그리고로폴로스가 숨질 당시 로마노스도 곁에 있었기 때문에, 로마노스는 15세의 나이에 반정부 인사로 유명해졌다.


로마노스는 옥중에서 대학입학시험을 치러 최근 아테네의 한 대학 경영행정학과에 합격했다. 문제는 당국이 그의 대학 진학을 불허하면서 벌어졌다. 그리스 법에 따르면 수감자가 대학에 진학하려 할 때 ‘경우에 따라’ 검토 뒤 허용 여부를 교도당국이 결정하게 돼 있다. 당국은 로마노스가 위험한 폭력범이라 보고 진학을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 


2013년 2월 로마노스가 그리스 북부 코자니 법원에 재판을 받기 위해 호송되고 있다. AP


그러자 로마노스는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8일로 그의 단식은 4주를 넘겼고, 생명이 위독할 지경이 됐다. 로마노스의 가족들은 그를 죽게 놔둘 수 없다며 진학허가와 구명을 호소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로마노스에 동조하는 젊은이들의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그리고로폴로스의 6주기인 지난 6일에는 6000명 이상이 아테네 도심에서 시위를 하면서 로마노스 석방을 요구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경찰은 취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시위대를 해산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고, 가게 수십곳이 부서졌으며 100명 가까운 이들이 체포됐다. 

 

경찰과 보수주의자들은 로마노스를 ‘테러리스트’라 비난하지만, 경제위기 뒤 실업난과 경제적 고통에 시달려온 그리스 젊은이들에게 그는 위기의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로 부각되고 있다. 로마노스를 편드는 이들은 그가 아나키스트 그룹 멤버들과 함께 은행에 들어갔을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당신들을 공격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의 먹을거리는 국가에 있다”며 정치적 공격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한다. 

 

20세기 중반 이후 좌우파가 극단적으로 분열돼 내전과 상호 공격을 일삼아온 그리스의 정치적 분열이 로마노스에게도 투영되고 있는 것으로 외신들은 보고 있다. 좌파 진영은 로마노스가 그저 이상주의에 경도된 청년일 뿐이라며 옹호하고 있다. 로마노스와 함께 은행강도 죄로 복역중인 동료들도 동조 단식을 하고 있다.

 

로마노스의 생명이 위태로워지자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는 8일 로마노스의 아버지 조르고스 로마노스를 찾아가 면담했다. 그러나 정부는 ‘현행범’으로 잡혀 유죄판결을 받은 기결수를 그대로 석방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단식을 풀 수 있도록 설득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법무부는 로마노스가 옥중에서 대학 과정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으나, 이 제안은 로마노스 측이 거절했다고 그릭리포터닷컴 등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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