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러시아 내년에 '63-63-63'? 무슨 해길래...

딸기21 2014. 12. 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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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루블화, 푸틴. 내년에 러시아에서 ‘63’이 되는 세 가지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의 정치·경제 상황을 꼬집어, “내년 러시아에서 세 가지가 63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2일 보도했다.


셋 중 가장 확실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63이다. 1952년생인 푸틴은 내년 10월에 만 63세가 된다. 푸틴의 집권 기간은 어느 새 15년을 향해 간다. 2000년 보리스 옐친의 뒤를 이어 러시아의 대통령이 된 뒤 2기에 걸쳐 8년을 재임했고, 총리로 잠시 내려앉아 4년을 보낸 뒤 2012년 다시 크렘린의 주인이 됐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집권했기 때문에 아직 60대 초반이다.

1999년 8월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 대통령에 의해 총리로 전격 임명될 당시의 블라디미르 푸틴(위 사진 왼쪽). 아래 사진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1일 터키 앙카라를 방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만난 뒤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앙카라/AFP연합뉴스


푸틴과 함께 63을 맞는 다른 두 가지는 유가와 루블화 가치다. 국제유가는 통상 미국 뉴욕시장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유(WTI), 영국 런던시장의 브렌트유, 중동 석유들의 가격 지표가 되는 두바이유 3가지를 기준으로 한다. 그 중 러시아가 원유를 수출할 때 비교대상으로 삼는 것은 주로 유럽에서 사고팔리는 북해산 브렌트유로, WTI나 두바이유에 비해 통상 가격대가 높다. 그런데 최근 저유가가 이어지면서 브렌트유 값도 배럴당 60달러 대로 떨어졌다. 2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67.53달러에 거래돼 5년 새 최저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브렌트유 값이 내년에는 배럴당 63달러 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유가가 떨어질수록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의 재정수입은 줄어든다. 루블화 가치도 하락한다. 우크라이나 사태 뒤 서방의 경제제재가 계속된 데다 기름값마저 낮아지자 루블화는 연일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루블화는 3일 현재 1달러 대비 94루블 가까이 떨어졌다. 6개월 전만 해도 달러 당 34루블이었는데 반년 만에 폭락한 것이다. 이 추세라면 내년에 루블화 가치가 달러 대비 63대로 하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3개의 63’은 푸틴 권위주의 정권 체제 러시아의 경제현실을 비꼰 것이지만, 정작 러시아인들은 현 상황이 위기라고는 여기지 않는 것 같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모스크바의 싱크탱크 레바다센터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은 서방의 제재로 인한 어려움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31%는 ‘어려움이 있지만 별로 중요하지는 않다’고 답했다. 이 센터가 한 달 전 러시아 전역 134개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벌인 조사에서는 86%가 ‘러시아에 산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미 2차 대전 때부터 외부의 혹독한 봉쇄를 버텨낸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인들은 이번 서방의 제재 역시 버텨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다만 현재의 교착 국면을 타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러시아의 위상과 경제상황에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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