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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깊이보기]‘비동맹 지위 폐지’, 나토 가입 길 연 우크라이나  

딸기21 2014. 12. 2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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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비동맹 지위’를 폐지하기로 했다.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해오던 우크라이나가 서방 쪽으로 한 발짝 다가서자, 러시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올들어 계속된 우크라이나 위기로 서방과 러시아 간 대립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신냉전’이 한층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23일 비동맹 지위를 폐지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이 지난 18일 제출한 이 법안은 의회 표결에서 재적 의원 450명 중 303명의 찬성을 얻어 압도적으로 통과됐다. 이로써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주도하고 유럽 대부분 지역이 포괄된 집단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하기 위한 길을 열었다. 앞서 법안을 내놓으면서 포로셴코 정부는 “주권과 영토의 통합성, 독립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비동맹 지위가 국가안보를 지키는 데에 효과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회색지대에 오래 머무는 것은 우크라이나에 위험하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지난 3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땅인 흑해 연안의 크림반도를 사실상 무력으로 병합했다. 이후 우크라이나에서는 대선을 거쳐 친 서방 정권이 들어섰으나 러시아와 접경한 동부 지역에서는 친러시아계 분리주의 반군의 봉기로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의회가 비동맹 노선을 폐기하고 서방 쪽으로 향한 것은 러시아의 잇단 개입에 따른 위기감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대외 교역은 절반이 러시아, 절반이 유럽연합(EU)를 상대로 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적으로는 중립을 지키는 편이 유리하지만 최근의 위기가 우크라이나를 서방 쪽으로 밀어붙였다. 이번 의회 표결에서는 집권 연정에 참여한 정당들뿐 아니라 야당도 대부분 찬성표를 던졌다고 키예프포스트는 전했다.

 

당장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들어가겠다고 나선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타스 통신에 “(우크라이나의 비동맹 지위 폐지는) 대치에 기름을 부을 뿐”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나토에 들어가 사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면 착각일 뿐”이라며 맹비난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만일 성사된다면 러시아는 엄청난 정치·경제·군사적 부담을 안게 된다. 영국 BBC방송은 “우크라이나가 EU에 가입하는 건 러시아엔 ‘나쁜 꿈’ 정도이지만 나토 가입한다면 러시아엔 ‘악몽’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토로서도 우크라이나의 이런 움직임을 환영할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현재 나토의 22개 회원국 중 12개국은 소련이 무너진 후 가입한 동유럽·발칸 국가들이다. 나토는 냉전이 끝난 뒤 ‘회원국 행동계획(Membership Action Plans)’이라는 이름으로 동진(東進) 정책을 펼쳐 알바니아·불가리아·폴란드·루마니아 등을 가입시켰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마케도니아 3국은 현재 가입후보국이다. 

 

하지만 옛소련에서 분리해나온 나라들 중 가장 덩치가 큰 우크라이나는 서방과 러시아 사이의 완충지대로서 비동맹 지위를 표방하며 나토와 러시아 양측과 등거리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경제적으로는 유럽도 우크라이나를 원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2300km에 이르는 기나긴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거나 후보국 지위라도 얻게 되면 러시아와 직접 군사대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나토는 올들어 계속된 러시아와의 대립 국면에서도 폴란드·에스토니아·라트비아에서만 군사훈련을 했으며 우크라이나와는 거리를 둬왔다. 나토는 1997년 러시아와 맺은 ‘나토-러시아 기본법’에 따라 동유럽에 상설기지를 둘 수 없다. 또 나토는 1990년대 중반부터 보스니아 내전, 아프가니스탄전, 아프리카 평화유지작전 등에 주력하며 사실상 ‘국제 연합군’으로 기능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추진하게 되면 나토는 큰 짐을 떠안게 된다. 지난 9월 격년으로 열리는 회원국 정상회의에서 나토는 우크라이나 위기를 염두에 두고 신속대응군 창설을 결의했다. 하지만 이 회의에서 나토의 주축인 독일 등은 러시아와의 군사대치를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2008년 미국의 군사자문을 받는 등 러시아를 자극하는 정책을 펴다가 러시아의 공격을 받은 조지아의 경우, 나토 가입신청을 했지만 나토가 아직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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