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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첫 '여성대통령'

딸기21 2005. 11. 1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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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문가에서 고위관료로, 민주투사에서 대통령으로. 라이베리아 `철의 여인' 엘런 존슨-설리프(67)가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오르게 됐다.

지난 8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의 개표가 90% 가량 진행된 가운데 존슨-설리프가 축구스타 출신의 라이벌 조지 웨아(39)를 누르고 59.2%의 지지를 얻어, 남은 개표 결과에 상관없이 당선이 확정됐다고 라이베리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0일 발표했다. 


Harvard-educated banker Ellen Johnson Sirleaf, seen here on November 8, opened a 20-point lead in Liberia's presidential run-off in preliminary results released as her rival, football icon George Weah, alleged massive fraud. / AFP


지난달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 결선에 진출한 웨아 측은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지만 국제기구 감시단들은 이번 선거가 비교적 전국에서 공정하게 치러졌다고 확인했다. 존슨-설리프는 선관위 발표 뒤 승리를 선언하면서 웨아 측에 새 정부에서 주요 직책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고 BBC방송 등이 전했다.

투옥과 망명, 고난의 생애

존슨-설리프는 유엔 관리로 일하다가 정계에 뛰어든 뒤 1980년대 새뮤얼 도(Samuel Doe)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죄로 투옥됐었으며, 90년대 찰스 테일러의 군사정권에게도 핍박을 받아 해외에 2차례 망명했었다. 그러나 굴하지 않고 97년 귀국, 테일러와 대선에서 맞붙어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결단력과 단호함, 투쟁 의지 때문에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네 자녀와 6명의 손자손녀를 둔 자상한 할머니이기도 하다. BBC방송은 "어머니 같은 감수성에 강철 같은 의지를 가졌다"고 주변의 평가들을 전했다.

내전의 상처 


라이베리아는 미국에서 해방된 흑인 노예들이 1847년 아프리카에 돌아와 세운 나라다. 해방 노예 후손들은 인구의 3% 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대부분 수단계 흑인들이지만 해방노예 후손들이 엘리트계급으로서 일종의 지배층을 형성하면서 실질적으로 미국의 식민지 역할을 해왔다. 

80년대 쿠데타로 집권한 도 대통령은 아메리칸-라이베리안들을 권력층에서 내모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집권 뒤에는 철저하게 미국 편에 서서 리비아 등과 맞서며 아프리카에서 미국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 1989년 찰스 테일러가 이끄는 라이베리아국민애국전선(NPEL)이 도 정권을 몰아내자 내전이 시작됐다. 97년 대통령에 취임한 테일러는 인근 시에라리온 내전 등에 개입하다가 2003년 미국의 압력으로 물러나 나이지리아로 망명했다. 

이번 대선 기간 수도 먼로비아를 비롯해 대도시 곳곳에는 소요를 막기 위해 유엔 평화유지군이 배치됐다. 민주적으로 선거가 치러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존슨-설리프의 앞날은 험난하다. 내전의 상처들을 치유하는 것과 함께, 남아 있는 무장세력들을 모두 해체하고 교육, 복지체계 등 사회 시스템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외신들은 그에게 `라이베리아 제2의 건국'이라는 과제가 던져졌다고 표현했다. 특히 과거 내전에 참여했던 무장집단들은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 웨아를 대거 지원했기 때문에, 이들을 승복시키는 것도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보다 더 어려운 경제

라이베리아는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900불에 불과했던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존슨-설리프는 미국 하버드 대학 유학파 출신으로 70년대 유엔개발계획(UNDP) 아프리카 담당 재정국장으로 일하면서 경제전문가로 활약한 바 있다. 라이베리아인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는 내전의 상처를 감싸는 것과 함께 경제를 살리는 것에도 무게가 실려 있다.

아프리카 여성들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는 데에도 존슨-설리프 당선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그의 승리가 라이베리아 뿐 아니라 아프리카 전역에서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활발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품질 음람보-누카 부통령 등이 여성 대통령의 영예를 꿈꾸고 있다. 존슨-설리프는 선거 캠페인에서도 "여성들을 공직에 대거 발탁하고 여성의 경제 참여를 늘리겠다"고 공약해왔다.

라이베리아는 한국과 1964년 수교했으며 82년에는 당시 국가원수였던 도가 방한하기도 했었다. 라이베리아 전체 수입액 가운데 한국산 물품이 1위(38.8%)를 차지할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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