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현지시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이 열립니다. 결승에 오른 독일과 아르헨티나는 공교롭게도 전현직 교황의 출신국입니다. 월드컵 결승전을 맞아, 바티칸에서도 응원전이 벌어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10일 보도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문난 축구팬이죠. 부에노스아이레스 축구팀 산로렌소의 공식 서포터이며 팬클럽 회원증도 갖고 있습니다.
교황님은 소문난 축구팬
이번 월드컵이 시작됐을 때부터 교황이 고국 팀을 응원할 것인가는 세간의 관심사였습니다. 교황은 지난달 스페인 일간지 라방가르디아 인터뷰를 통해,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의 대화 도중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한 적 있습니다. 호세프 대통령이 지난 2월 바티칸 방문 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경기를 하게 되면) 최소한 중립은 지켜달라”고 농담을 했다는 겁니다.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간 월드컵 조예선 경기가 열렸던 지난달 2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흔들고 있다. 바티칸/로이터연합뉴스
그래서 교황은 "브라질 사람들은 다 나에게 중립을 요청하더라"며 웃었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교황이 두 나라의 경기를 놓고 중립을 지킬 일은 없게 됐네요. -_-
앞서 이탈리아 언론들이 현재 교황이 살고 있는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 중 어디를 응원할 것이냐 물었을 때에도 교황은 ‘중립’을 표방했습니다. 하지만 이탈리아가 일찌감치 탈락함으로써 이 또한 무의미한 문답이 됐습니다.
그 대신 전 교황의 고국인 독일이 아르헨티나의 결승전 상대가 됐습니다. 독일 태생인 베네딕토16세는 바티칸의 관저에서 칩거하고 있는데, 워낙 학자풍인데다 프란치스코처럼 대중적인 취향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축구를 좋아했고 독일 클럽 바이에른뮌헨을 특히 좋아한다고 밝힌 적도 있습니다. 2012년에는 독일 대표팀의 미로슬라프 클로제를 바티칸에 초청하기도 했다는군요.
"교황님, 축구에서 중립 따윈 필요없어요!"(딸기의 바람)
일단 전현직 교황이 함께 월드컵 중계방송을 볼 것 같지는 않다고 바티칸은 밝혔습니다. 경기 시간은 바티칸 시간으로 밤 9시입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의 설명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보통 10시에 잠자리에 든다고 합니다.
롬바르디는 “교황이 그날만큼은 취침 시간을 늦추고 경기를 볼것인지 우리도 알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교황의 측근들은 평소 취향으로 보아 교황이 월드컵 결승전을 놓치지는 않을 것이라고들 했다네요.
롬바르디는 두 교황이 “더 잘 하는 팀이 이기기를 바랄 뿐, 어느 한쪽 편을 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말만 했습니다.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축구팬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교황은 이번 대회가 “인종차별과 개인주의와 탐욕이 아닌 팀워크와 연대를 보여주는 자리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교황이 내심 아르헨티나를 응원할 것이라 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뭐 어쩌겠어요, 마음이 그리 가는 것을.
교황은 지난달 25일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경기가 있을 때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행사에서 팬이 가져다 준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흔들어 보이며 기뻐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교황은 리오넬 메시를 열광적으로 좋아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한국팀을 응원하지 않고 "본선 진출 32개팀을 모두 응원하겠다", "하지만 한국팀 경기를 보게 되면 더 심장이 뛰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반 총장님은 마음 편이 아무 팀이나 응원하셔도 될듯 ㅠㅠ)
메르켈, 결승전 '현장에서 응원' 아르헨티나 크리스티나는 불참
아르헨티나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메시가 아르헨티나 축구협회 사절단의 일원으로 바티칸을 방문했을 때 교황이 메시의 왼발에 축성(가톨릭 사제의 축복 의식)을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데, 뭐 믿거나 말거나. ㅎㅎ
이번 월드컵에서는 개최국과 결승전에 참가하는 두 나라, 3국 정상이 모두 여성들입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분은 축구와 상관 없이 브릭스 정상회담 때문에 간 것;;) 등과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리는 결승전을 관람할 예정입니다. 메르켈 역시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경기장에서 열성적으로 자국팀을 응원한 축구팬이죠.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건강 상의 이유와 일정 등을 들어 불참한다고 밝혔습니다. 세 여성 지도자가 한 자리에 앉아 축구 관람하는 모습을 봤으면 그 또한 재미있었을텐데. ㅎㅎ (푸틴이 축구 보는 모습은 그다지 보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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