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부 시설에서 내 이름과 사진을 없애라.”
지난 5월 취임한 중미 코스타리카의 루이스 기예르모 솔리스 대통령(56)이 지난 25일 이색 포고령에 서명했다. 자신의 이름을 교량이나 도로, 건물 등 모든 정부 시설에 새기지 못하게 하는 포고령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코스타리카에서도 대통령이 바뀌면 새로 짓는 다리나 건물에 동판으로 대통령 이름을 새기고 관공서에 대통령 사진을 내거는 것이 ‘관행’이었다. 솔리스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걸 막기 위해 포고령을 만들어 공표했다. 그는 “공공 시설을 만든 것은 나라이지 정부나 특정 공무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관공서에 대통령의 사진을 거는 것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전국에 내려보냈다고 티코타임스 등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솔리스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숭배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했다.
솔리스는 지난 3월 대선 결선에서 중도좌파 시민행동당(PAC) 대표로 출마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60여년간 우파정권이 이어져왔던 코스타리카에서 일대 정치적 변화가 일어난 것이었다. 저술가이자 외교학자였던 솔리스는 출마 때만 해도 정치적으로는 무명에 가까웠다. 하지만 1차 투표에서 여당 후보를 누르고 득표율 1위에 올라 결선에 진출했다. 솔리스의 인기가 워낙 치솟자 패배가 확실시된 경쟁후보가 사퇴해버려, 결선이 솔리스 단독 출마로 치러졌다. 솔리스는 78%를 득표해 대통령이 됐다.
코스타리카는 라틴아메리카의 유일한 중립국으로, 군대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중남미 대부분의 국가들이 군사쿠데타나 군부정권의 독재, 내전과 학살 등을 겪은 것과 달리 정치적 분란이 없었다. 스페인, 멕시코, 미국, 그리고 다시 스페인의 지배를 받는 등 19세기에는 곡절을 겪었지만 1949년 새 헌법 제정과 함께 독립국가로 출범한 이후 줄곧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해왔다. 일찌감치 친환경 정책을 펼쳐온 생태관광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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