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가 기후변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의지를 모아 만든 유엔 기후변화협약과 교토의정서에 비추면 허울뿐인 계획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데도 정작 미국 내에서는 이번 방안조차도 너무 앞서나간 것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연방환경청(EPA)은 2일 미국 전체의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05년 수준에서 30%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EPA 웹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90년 50억㎥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줄곧 증가했고 2005년에는 60억㎥로 늘었다. 오바마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미국은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42억㎥ 규모로 줄여야 한다.
이 목표는 엄청난 수치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가이드라인인 교토의정서에 비추면 별로 ‘야심찬’ 계획은 아니다.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미국은 2012년까지 1990년 대비 7%를 감축해야 했다. 즉 이미 2년 전에 46억5000만㎥로 줄였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은 채 “중국과 인도 등 거대 개도국들도 함께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해왔다.
오바마 정부는 집권 초반부터 친환경을 내세웠으나 의회 내 공화당의 목소리에 번번이 눌려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에는 의회의 방해를 피해가기 위해 EPA의 환경규제라는 명분으로 온실가스 감축안을 내놨다. 하지만 기준년도를 1990년이 아니라 배출량 최대치를 기록한 2005년으로 정하고, 감축 기한도 2012년이 아닌 2030년으로 제시하면서 교토의정서의 목표치에서는 크게 후퇴한 꼴이 됐다.
그나마 오바마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한 셈이고, 환경단체들은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보스턴글로브는 사설에서 “마침내 미국이 기후변화를 진지하게 대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EPA가 제시한 수치가 ‘달성가능한 합리적인 목표’라고 평했다. 이 목표조차 제대로 달성될지는 확신하기 힘들다. 뉴욕타임스는 EPA가 내놓은 계획이 전국적인 단일 기준을 제시하기보다는 주 정부들의 의지에 맡긴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켄터키, 웨스트버지니아등 석탄산업과 화력발전이 주축인 ‘석탄주(coal state)’들은 이번 계획조차 지나친 요구라며 반발하고 있다.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공화당)은 “미국 경제에 대한 공격”이라며 오바마 정부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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