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시내의 히비야 공원에 17일 저녁 시민 5000여명이 모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헌법의 해석을 바꿔 집단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려고 하는 데 대해 반대하는 집회였다. 이날 집회는 수도권 시민단체들의 연합체인 ‘해석으로 헌법 9조를 부수지 말라! 실행위원회’ 주최로 열렸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책의 저자로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번역가 겸 작가 이케다 가요코((池田香代子))는 이날 집회에서 연설하며 “헌법 해석을 어떻게 왜곡한들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며 “(헌법 해석을 변경하는) 각의 결정이 이뤄지면 국가의 본질적인 자세가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집회 뒤 국회 주변을 행진하면서 아베 정부에 항의했다.
아베 정부는 이날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 해석을 변경하는 각의(국무회의) 결정문 요지를 집권 자민당에 정식 제안했다. 이 결정문은 ‘일본의 존립이 위태로워져 국민의 생명과 행복 추구권이 근본적으로 위협받을 우려가 있을 경우’ 등에는 일본도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명기하고 있다. 집단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국회 승인이 필요하다는 조건을 달았으나 사전 승인인지 사후 승인인지는 명시되지 않았다. 자민당의 이런 움직임에는 집권 연정의 한 축인 공명당에서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집단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비롯해, 그동안 막혀왔던 무기수출 길을 여는 등 주변국들의 우려를 자아내는 정책을 잇달아 추진해왔다. 이런 행보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반발이 점점 커지고 있다. 평화헌법을 지키기 위한 시민단체 ‘히로시마현 9조(평화주의를 명시한 일본 헌법의 조항)의 모임 네트워크’는 이날 집단 자위권 관련 헌법해석 변경에 반대하는 긴급 성명서를 아베 총리 등에게 보냈다.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집단 자위권은 동맹국에 대한 공격까지도 일본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게 하는 권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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