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정권이 일본 방위산업체들의 해외수출 빗장을 풀어주자 일본 기업들이 무기시장에 적극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무기 전시회에 일본 기업 13개사가 참가한다고 도쿄신문이 12일 보도했다.
미쓰비시중공업 등 13개 업체, 국제무기전시회 첫 참가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히타치제작소, 도시바, 후지, 후지쓰, NEC 등 일본 방위산업체들은 오는 16일부터 20일까지 파리에서 열리는 ‘유로사토리’ 국제무기전시회에 장갑차 모영과 레이더 장비 등을 출품하게 된다. 일본 기업들이 국제무기전시회에 참가하는 것은 처음이다. 도쿄신문은 “정부가 무기수출을 원칙적으로 허용함으로써 일본 기업들이 분쟁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무기수출에로 한걸음 내딛게 됐다”고 보도했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무기전시회 '유로사토리'. /유로사토리 공식 웹사이트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무기수출 3원칙’을 ‘방위장비 이전 3원칙’으로 개정한 뒤 방위산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면서 국제전시회에 적극 참가할 것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이번 출품이 이뤄지게 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유로사토리’는 1960년부터 프랑스 국방부의 후원으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무기전시회다. 지금까지는 미국과 유럽의 방위산업체가 주로 출품해왔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이번 전시회에서 신형 장갑차 모형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전차용 엔진도 전시한다. 가와사키중공업과 히타치는 육상자위대에서 사용되고 있는 차량과 지진탐지기 등을 출품한다. 도시바와 NEC는 민간용으로 개발된 기상레이더와 무선기 등을 패널과 모형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그 밖에 초고감도 감시카메라와 자위대에 납품되는 낙하산, 동일본대지진 후 방위성의 요청으로 개발된 고강도 휴대용 탐조등도 출품된다.
일본 방산업체들 빗장 풀어준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이란
전시회 참가와 관련해 가와사키중공업은 “세계의 방위산업의 수요를 알아보려는 것”이라고 밝혔으며, 도시바는 “민간용으로 제작된 것이지만 군사용으로 사용될 수 있을지 가능성을 타진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아베 정부는 2차 대전 후 일본의 평화주의를 상징하던 ‘무기 수출 3원칙’을 지난 4월 초 47년 만에 전면 개정해 무기수출의 길을 열었다. 1967년 사토 에이사쿠 정권 때 만들어진 무기수출 3원칙은 공산국가와 유엔이 금지한 국가, 국제분쟁 당사국과 분쟁 우려가 있는 국가에는 무기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는 원칙적으로 모든 무기수출을 금한다는 것으로 해석돼왔다.
하지만 아베 정부의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은 ①분쟁 당사국이나 유엔결의를 위반한 나라에는 수출하지 않되 ②국제평화와 일본의 안보에 기여하는 경우는 무기수출을 허용하고 ③이전되는 장비의 용도변경이나 제3국으로의 이전에 관해 적정한 관리가 확보되는 경우에도 수출한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일본 정부는 3원칙 개정 전인 2011년에도 해상자위대 항공기 프로펠러를 ‘민간용으로도 쓰이는 장비’라는 이유를 들어 미국을 거쳐 아프가니스탄 측에 제공한 적이 있다. 원칙적 수출금지를 ‘원칙적으로 허용’으로 바꾼 뒤 일본 정부는 무기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번 유로사토리 전시회에는 경제산업성과 방위성 관계자들도 참석,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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