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부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온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고노담화를 ‘검증’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0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고노담화에 관해 “(검증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고노담화의 근거가 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청취조사 보고서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으니 제3국의 학자를 포함해 재검증해야 하지 않느냐는 야마다 히로시 일본유신회 중의원의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스가 장관은 “학문적 관점에서 검토를 거듭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며 “기밀을 유지하면서 보고서의 내용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노담화의 근거가 된 보고서를 검증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담화 수정으로 가는 첫걸음으로 풀이된다. 스가 장관의 이날 발언에는 아베 총리의 의중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는 집권 이래 줄곧 고노담화를 부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2006~2007년 1차 내각 때 아베는 위안부 연행의 “강제성을 입증할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고, 취임 뒤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이로 인해 외교 마찰이 일 때면 “전 정부의 입장을 계승하겠다”고 물러서곤 했지만 고노담화를 그대로 잇겠다고 분명히 밝힌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일본 우익들은 근래 줄기차게 고노담화를 공격했다. 지난해 10월 산케이는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 16명을 대상으로 1993년 청취한 증언의 신빙성이 낮다는 기사를 실었다. 니시오카 쓰토무 도쿄기독교대 교수 등 우익 인사들도 “아베 내각은 새 관방장관 담화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달 초에는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을 의회에 불러 추궁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고노담화를 건드린다면 한국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미-일 관계에도 악재가 될 것이 뻔하다. 그럼에도 아베 정부가 대담하게 나오는 데에는, 최근 미국에서 격화된 한일 양국간 외교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외교 공세 속에 미국마저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의 편을 들어주지 않자 ‘정면 대결 입장을 굳힌 것으로도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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