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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측근’ 일본 NHK 신임회장, “위안부는 전쟁 치른 어느 나라에든 있었다”

딸기21 2014. 1. 26. 16:41

“위안부는 전쟁을 한 어떤 나라에든 있었다. 네덜란드에는 지금도 밤문화가 있지 않느냐.”


일본 극우파 정치인이 한 말이 아니다. 공영방송인 NHK의 모미이 가쓰토(70.사진) 신임회장이 25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평가절하하며 한 말이다. 아베 신조 총리가 임명한 가쓰토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방송의 ‘정치적 공정성’을 규정한 일본 방송법에도 위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모미이 회장은 이날 취임 기자회견에서 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과거 NHK 프로그램 ‘외압’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자 “위안부는 전쟁을 한 어떤 나라에도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국이) 보상하라고 하는데, 이미 일한조약(1965년 한일기본조약)에서 해결된 것”이라며 “(해결된)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것은 이상하다”고 말했다. 


NHK는 2001년 위안부 관련 시리즈를 제작했는데 중간에 일부 분량을 삭제, ‘외압’ 주장이 불거졌다. 2005년 아사히신문이 외압을 넣은 주역이 당시 자민당 간사장 대리였던 아베 현총리라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거센 논란이 일었다.


모미이는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도덕으로 보면 나쁜 것이지만, 독일과 프랑스 등에도 (위안부는) 있었는데 한국이 일본만 강제연행을 했다고 하니까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에는 왜 아직도 밤문화(매매춘)가 있겠느냐”고도 했다. 강제연행된 위안부들을 매춘부로 보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모미이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해서도 “총리가 자신의 신념에 따라 한 것이니 좋다 나쁘다 말할 입장이 아니다, 다만 ‘참배했다’고 담담하게 보도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NHK 국제채널이 독도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영토문제에서 정부를 대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정부가 ‘오른쪽’이라 하는 것을 (NHK가) ‘왼쪽’이라 말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기자들이 NHK 신임회장으로서의 공식 기자회견임을 지적하면 “모두 취소”라며 스스로 발언을 뒤집었다.


모미이는 미쓰이물산 부사장, 정보기술회사 유니시스 사장 등을 지낸 기업인 출신이다. 아베 총리는 NHK 회장을 뽑는 경영위원회에 지난해 측근 5명을 위원으로 집어넣었다. 그 뒤 경영개선의 공을 세운 마쓰모토 마사유키 전임 회장이 석연찮은 이유로 연임을 포기했고, 언론계 경험이 없는 ‘아베 사람’ 모미이가 회장으로 선임됐다. 


아사히신문은 현행 방송법이 NHK를 비롯한 방송의 정치적 공정성을 의무화하고 있다며 모미이의 이번 발언을 문제삼았다. 아사히는 내각에서도 모미이 사임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모미이의 발언이 외교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면서 “NHK 내부에서도 회장의 자질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