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잡혀 있던 미군 포로 보 버그달을 구하기 위해 탈레반과의 ‘포로 교환’에 합의했다. 이 포로 교환을 놓고 미국 공화당에서는 오바마 정부가 원칙을 무너뜨렸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아프간 내에서도 포로 교환은 논란거리다. 아프간의 ‘보통 사람들’은 미국이 악명 높은 탈레반 지휘관 5명을 버그달의 ‘몸값’으로 풀어주기로 했다는 소식에 두려움을 표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2일 보도했다.
미군 병사 구하려 탈레반 지도자급 5명 석방
미국이 쿠바 관타나모 섬의 수용소에 적법한 절차 없이 구금하고 있다가 버그달과 맞바꾸기로 한 사람은 탈레반 지도자급 인물 5명이다. 이들은 관타나모에서 풀려나, 포로 교환 협상을 중재한 카타르 측에 인계됐다.
President Obama speaks in the White House Rose Garden Saturday with the parents of freed American soldier Bowe Bergdahl, Bob and Jani Bergdahl. /AFP/Getty Images
이들은 모두 1996년부터 2001년 미군에 아프간이 점령될 때까지 탈레반 극단주의 통치에 가담했던 인물들이다. 또한 지금도 탈레반 내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사들로 알려졌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인 탈레반은 여전히 아프간 동·남부에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5명의 석방자들 중 대표적인 인물은 탈레반 정권 시절 북부 발크주의 주지사를 지낸 노룰라 누리다. 누리는 1998년 8000여명의 시아파를 학살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레반 정권의 내무장관을 지낸 카이룰라 카이콰도 석방자 중에 포함됐다. 나머지 3명은 탈레반군 사령관급인 무함마드 파즐과 압둘 하크 와시크, 탈레반 정권의 정보책임자였던 무함마드 나비다. 나비는 아프간인들 사이에서 대중적으로는 덜 알려진 편이지만 파키스탄 지역내 알카에다 조직인 ‘하카니 네트워크’와 탈레반의 연결고리였던 인물로 추정된다.
시아파 8000명 학살 관여한 전범 혐의자도 풀려나
미국은 이들이 아프간에 돌아가 다시 활동에 나서는 걸 막기 위해 1년간의 여행금지라는 조건을 붙였다. 하지만 탈레반 정권의 가혹한 통치를 기억하고 있는 아프간인들은 미국이 탈레반 지도자급들을 석방한 것이 결국 탈레반을 묵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발크주의 중심도시 마자리샤리프의 택시기사 후사인 알리는 “우리 친척들과 이웃들이 누리가 주지사이던 시절에 살해됐다”며 “그가 풀려났다는 소식에 우리 일가는 몹시 낙담했다”고 AFP에 말했다. 시아파 성직자인 아미르 무함마드 지아예는 “그들은 카타르 정부가 아닌 아프간 정부에 인계돼 전쟁범죄자로 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대선 중인 아프간, 미국의 탈레반 석방에 "사람들 두려움에 떨게 만들 것"
관타나모 수감이 미군에 의해 자의적으로 이뤄졌고 미국법으로도 정당화되지 않는 ‘불법 수감’이긴 했으나, 누리의 경우는 유엔 전범재판 회부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인물이다. 아프간 인권단체인 애널리스트네트워크는 “누리가 학살에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들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아파들 뿐 아니라 탈레반의 여성차별에 반대해온 여성운동가들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서부 도시 헤라트에서 활동하는 여성운동가 바하라 바하르는 이번 석방이 “탈레반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심리적인 타격을 입혔다”고 말했다. 그는 “때마침 대선이 치러지고 있는데 미국은 그들을 석방했다”며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짓”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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