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프랑스 “러시아에 상륙함 팔겠다” 미국 반대속에서도 강행 방침

딸기21 2014. 6. 6. 15:17
728x90

2011년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대통령은 러시아에 미스트랄급 상륙함 2척을 판매하기로 했다면서 “냉전이 끝났음을 상징하는 계약”이라고 말했다. 소련이 무너진 이래 프랑스가 러시아에 주요 무기를 팔기로 계약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엘리제궁은 이 공적을 한껏 선전하며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자찬했다. 하지만 냉전종식의 상징이 될것이라던 무기계약은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이 불거진 지금 새로운 논란거리로 되돌아왔다.


미국 반대 속에서도 프랑스는 "러시아에 무기 팔겠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노르망디 70주년 기념식 참석차 파리에 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예견됐던 대로 5일 ‘따로따로 만찬’을 가졌다. 한 날 두 차례 저녁식사에서 불거져나온 것은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아니라 미국과 프랑스 사이의 이견이었다고 프랑스24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프랑스가 제작한 상륙함 블라디보스토크호가 지난 3월 5일 생나제르 항에서 첫 시험운항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생나제르/AFP연합뉴스


올랑드는 이날 저녁 파리 시내 레스토랑에서 오바마와 ‘비공식적인 저녁식사’를 했다. 두 정상은 2시간 동안 식사를 하며 우크라이나 사태와 시리아 문제, 미 국가안보국(NSA) 도청사건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는 러시아에 상륙함을 팔겠다는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주요7개국(G7) 정상들은 전날 우크라이나 문제를 들며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경고했다. 하지만 프랑스 측은 16억달러(약 1조6300억원)에 이르는 구축함 수출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대러 제재에는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이 프랑스의 주장이다.

 

오바마는 또 국제 금수조치를 위반하고 쿠바와 거래한 프랑스 대형은행 BNP파리바 제재 문제를 꺼냈다. 미국은 이 은행에 100억달러 벌금을 매길 계획인데, 프랑스는 이를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 맞선 공동전선에 프랑스가 '구멍'을...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제재에 프랑스가 잇달아 구멍을 내자 미국은 격앙된 분위기다. 지난달 29일 미 의회는 “이미 제작중인 함정이 문제가 된다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러시아 대신 매입해주는 방안도 가능하다”며 프랑스에 상륙함 러시아 수출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프랑스가 수출예정인 함정은 대형헬기 16척 이상을 실을 수 있는 상륙함으로, 미국이 보유한 상륙함들에 비하면 규모가 작다. 하지만 러시아 흑해함대에는 적잖은 군사적 의미를 지닌다. 흑해함대의 기존 함정들보다 고도로 자동화돼 있고 운용시스템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러시아는 이 함정들의 도입에 맞춰 흑해함대 조직을 재편하고 새로 훈련을 시켜야 한다. 상륙함 2척 중 ‘블라디보스토크호’라 이름붙여진 1척은 올 연말 러시아에 인도된다. 러시아는 병력 400명을 프랑스로 보내 이달말부터 새 상륙함 운용 훈련을 시킬 계획이다.

 

오바마는 앞서 프랑스 방문 전 폴란드에 들러 나토의 군사력 강화를 주장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규정상 국방비의 2%씩을 나토에 내야 하지만 유럽국 대부분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오바마는 나토 내 유럽국들이 분담액을 늘리라고 요구한 것인데, 프랑스는 반대로 러시아의 군비 증강에 힘을 보태주는 상황이 됐다. 


폴란드 등 "결국 우리를 위협하는 데 쓰일 것" 반발


폴란드 등 동유럽국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5일 르몽드 인터뷰에서 “상륙함들은 흑해에서 우리를 위협하는 데 쓰일 것”이라며 프랑스를 비난했다. 러시아는 내년 이후 인도될 예정인 상륙함에 최근 합병한 크림반도의 군사기지에서 따온 ‘세바스토폴’이라는 이름을 붙일 것으로 알려져, 주변국들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자국 내에서 지지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진 올랑드는 서방과 러시아 간 외교적 중재자로 나서 위상을 높이려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랑드는 논란을 무릅쓰고 노르망디 기념식에도 푸틴을 초청했고, 오바마와의 식사 뒤에는 엘리제궁에서 푸틴과 따로 공식 만찬을 했다. 푸틴은 프랑스 언론들과 이날 잇달아 회견을 하며 “프랑스가 (상륙함 수출) 계약을 지킬 걸로 믿는다”면서 여유를 보였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