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간의 중동 방문 일정을 끝내고 돌아온 프란치스코 교황에겐 숨돌릴 틈이 없다. 교황이 다음달 초 가톨릭의 최대 현안인 사제 성추행·학대 스캔들의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기로 했다. 사제들의 성학대 범죄에 대해 ‘제로 톨러런스(불관용)’를 천명한 교황이 이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고 CNN방송 등이 26일 보도했다.
"아동 성학대한 사제들에겐 관용 없다"
교황은 이날 전용기를 타고 바티칸으로 이동하면서 동승한 기자들에게 “성학대는 끔찍한 범죄”라며 “이 문제를 잘못 처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주교 세 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황은 성학대 범죄를 저지른 사제들에게는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다음달 초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겠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6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공항에서 바티칸으로 돌아가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 제공·EPA연합뉴스
아일랜드·독일을 비롯한 유럽국가들과 미국 등지에서 수십년간 사제들이 가톨릭계 학교 학생들이나 가톨릭 구호기관에서 보호하는 아이들에게 성추행 등 학대를 저질러온 사실이 몇년 전부터 불거졌으나 전임 베네딕토16세 교황은 이 문제를 적극 해결하지 않은 채 회피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 보스턴 대주교인 션 오말리 추기경은 “독일, 영국, 아일랜드의 피해자들이 초청을 받아 교황과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오말리 추기경은 사제 성학대 문제와 관련해 교황을 보좌하고 해법을 만드는 일을 맡고 있다. 교황이 피해자를 만난다는 것은 사안의 심각성을 바티칸이 공감하고 있고, 책임을 피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로 풀이된다.
한편 교황은 이날 2박 3일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왔다. 빡빡한 일정이지만 이번에도 ‘파격 속 균형’을 보여줬다는 평을 들었다. 교황은 이스라엘 땅을 밟지 않고 비행기로 팔레스타인을 찾아가,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는 예수가 태어난 팔레스타인의 베들레헴을 방문한 뒤 의례적인 정찬 대신 빈민들과 시리아 난민들을 만나 식사를 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을 갈라 만든 ‘분리장벽’을 지날 때에는 예고 없이 차에서 내려 벽에 기대어 기도했고, 다음날에는 유대교 성지인 ‘통곡의 벽’에서 기도함으로써 이 뿌리깊은 분쟁도 역사의 겹쳐진 단면들임을 인식시켜줬다.
프란치스코 교황(가운데)이 26일 ‘최후의 만찬’의 장소로 알려진 예루살렘 시온산의 ‘만찬실(Cenacle)’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예루살렘/AP연합뉴스
교황은 이슬람 셰이크와 유대교 랍비를 한 자리에서 끌어안으며 한 뿌리에서 나온 세 유일신앙인 유대교·기독교·이슬람의 화해 메시지를 설파하기도 했다. 또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정상을 바티칸에 초청, 분쟁의 중재자로 나설 것임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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