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아프간의 덫... 오바마 "철군 연기"

딸기21 2014. 5. 2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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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시간표’를 다시 내놨습니다. 올해 안에 군대를 모두 빼겠다던 당초 계획을 바꿔, 앞으로도 2년 반을 더 주둔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네요. 


'15년 전쟁' 될 아프간


이미 베트남전을 넘어 20세기 이래 미국의 ‘최장기 전쟁’이 된 아프간전은 이로써 15년을 넘기게 됐습니다. 이기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군대를 물리지도 못해 실패한 전쟁을 질질 끌고가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Two American soldiers and a member of the Afghan military looked for caves with weapons caches near Kandahar in February. Credit Scott Olson/Getty Images


오바마는 27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간 주둔군 철군계획 ‘수정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초점을 맞췄던 10년여의 외교정책에서 한 페이지를 넘길 때가 됐다”며 “2016년말까지 아프간에 남아 있는 미군을 모두 철수시키겠다”고 말했습니다. 


오바마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3만2000명 규모인 미군 중 3분의2는 올해 안에 철수하고, 9800명 정도가 내년 이후에도 계속 남아 “아프간 치안병력의 훈련과 대테러전을 지원”합니다. 이 병력의 규모도 내년 중으로 절반으로 줄일 것이며, 2016년말에는 “카불의 미국대사관을 지킬 병력”만 빼고는 전면 철수하게 될 것이라고 오바마는 밝혔습니다.


U.S. Troops to Leave Afghanistan by End of 2016


이날 밝힌 계획에 대한 미국 내 반응은... 싸늘합니다. 


오바마는 2009년 집권하면서 이라크 전쟁을 끝내고 아프간에 집중하겠다며 병력을 증파했습니다. 아프간 주둔 미군은 이후 최대 10만명 규모로까지 늘었습니다. 하지만 2011년 5월 파키스탄에 숨어있던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한 것을 제외하면 대테러전은 오바마 집권 기간 진전된 것이 없었습니다. 수도 카불을 제외하면 탈레반은 여전히 아프간 곳곳에서 기승을 부립니다.


그러게 전쟁은 왜 해


늘 드는 의문... 대체 미국은 왜! 아프간을 침공했던 걸까요...


미국이 소련의 1979년 아프간 침공을 '유도'했는데, 그 이유는 소련을 망하게 하기 위해서였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소문이 있죠. (정확히 말하면 아주 뜬소문은 아니고 지미 카터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했던 말입니다. 물론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한 게 순전히 미국의 공작 탓이라는 건 아니지만요)


그럼 지금 상황으로 보면 미국의 아프간 침공은 미국을 망하게 하려는 누군가의 음모...? 부시와 네오콘같은 확신범들의 자기파괴 공작;;이라 봐야 할까요...



아무튼 아프간 상황으로 돌아가 보면.


힘 없는 하미드 카르자이 정부는 미군에 나가지 말아달라 호소하지만 미국은 카르자이 정부의 부패와 테러범들과의 타협 등을 문제삼았습니다. 미군이 나가려면 아프간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지난해 초안을 만들어놓고 아직까지 양측은 설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군 나가면 '대책 없는' 아프간 정부


지난 25일 오바마가 카불 부근 바그람 미군기지를 방문해 조약 체결을 압박했지만 카르자이는 오바마와의 만남조차 거절했다고 합니다. 오바마는 미군을 계획대로 올 연말까지 모두 빼낸다는 ‘제로 옵션’ 카드까지 내놓으면서 압박했지만 이미 아프간과의 관계는 나빠질 대로 나빠졌습니다. 아프간의 친서방 정부는 ‘포스트 미군 시대’에 들이닥칠지 모를 탈레반의 보복을 두려워하며 떨고, 재정이 거덜난 미국은 빨리 군대를 빼내기 위해 안간힘 쓰는 상황인 겁니다.


A brand-new U.S. military headquarters in Afghanistan. And nobody to use it


아프간은 다음달 14일 대선 결선투표를 치릅니다. 하지만 누가 당선되든 미군이 다 나가면 새 정권은 풍전등화나 마찬가지죠. 이 때문에 결국 오바마는 스스로 한 약속을 물리고 병력을 남겨두기로 했지만, 그렇다고 아프간의 전망이 나아질 것은 없습니다. 새 정부는 어쩔수 없이 탈레반과 권력을 분점해야 합니다. 


오바마는 백악관 연설에서 잔류 미군의 역할은 아프간 치안병력의 대테러 능력을 키우는 데에 한정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아프간을 완벽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 미국의 책임은 아니다”라면서 “아프간인들의 운명은 아프간인들이 결정한다”고 말했습니다. 13년전 아프간을 점령하면서 “민주주의의 동반자가 되겠다”고 했던 조지 W 부시의 약속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일지


2009.2 오바마, 아프간 병력 증파 계획 발표

          (연말까지 아프간 주둔군 규모 6만8000명으로 확대)

2010.12 오바마 “2011년부터 단계별 철군” 발표

2011.7 미군 철수 시작

2012.9 오바마 “2014년말까지 주둔군 모두 철수” 발표

2013.6 미군 등 다국적군, 아프간에 치안권 이양

2013.11 미-아프간 상호안보협정 초안 마련

 

전쟁에 이길 수도 없으면서 궁여지책으로 미군 주둔을 연장한 것이지만 그 비용부담은 만만찮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내년에만 미군 주둔비용으로 200억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적반하장 격인 놈들은 꼭 있다


반면 공화당에서는 애당초 올해 철군하겠다던 오바마의 계획이 터무니없는 것이었다고 봅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은 내후년 철군계획조차도 “대통령의 독단적인 결정이며 엄청난 실수”라고 비판했습니다. 철군 일정을 만드는 데 급급, 아프간에서 거둔 성과마저 무위로 돌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28일자 사설에서 오바마의 전쟁 뒤처리를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오바마는 아프간·이라크전이라는 전임 정부의 짐과 함께 시리아 내전과 리비아 안정화라는 과제까지 떠안았지요. 그런데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된 일이 없다는 겁니다. 신문은 “‘전쟁의 종식’이나 ‘아시아로의 축 이동’ 같은 말들은 듣기 좋은 슬로건일 뿐, 위험한 세상에 평화를 가져다주진 못한다”고 썼습니다. 


뉴욕타임스도 사설로 “미국은 여전히 아프간의 덫에 걸려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누가 아니래요... 그러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덫에 빠지지 않는 것'. 덫에 빠지지 않으려면? 국민들이 눈 똑바로 뜨고 깨어 있어야 하고, 민주적이고 평화적이어야 한다는 것. 그러지 않으면? 남들 죽이고 나도 죽고. 아프간 사람들은 대체 무슨 죄랍니까!


9.11의 충격 속에서 '전쟁 앞으로' 내달렸던 미국은 지금 이런 꼴이 돼 있답니다. 그럼에도 한국의 어떤 신문은 9.11 뒤 일사불란하게 "대통령에게 전쟁 권한 준 미국"을 예찬하며 세월호 이후 대통령 비판하는 한국인들을 비아냥거리는 기사를 썼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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